사모펀드 및 입시비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정경심 동양대 교수(58)의 6차 공판에서 딸 조씨가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인턴 프로그램에 3일 남짓 출석했을 뿐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는 법정 증언이 나왔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정 박사는 연구소장인 이씨를 통해 딸 조씨를 소개받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연구 프로그램 참석 일수는 고작 사흘에 불과했고, 하루 종일 잠만 자는 등 불성실한 태도를 보여 기억하고 있다고 증언했다.
프로그램 시작 전, '관심 분야를 보내달라'고 이메일을 보냈지만 2주간 연락이 없어 이 소장에게 다시 연락했고 그제야 조씨로부터 "늦어서 죄송하다. 어머니 통해 답변 기다리고 계시다고 들었다"는 취지로 증언하기도 했다.
그만둘때도 '불성실'…"케냐 봉사때문? 사실 아냐"인턴을 그만둘때도 별다른 고지가 없었다고 증언했다. 정 박사는 "(조씨가 안 나오는) 이유를 알고 (연구소장인) 이씨에게 말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실험실 고참에게 물었더니 '잠만 자더라'고 했다. 그래서 더 이상 할 말도 없었고 그 학생(조씨)에 대해 알아보려 할 생각도 없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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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조씨가 검찰 조사때 '여자 연구원이 센터에 일이 발생해 나가 있으라고 했다' '실험실 연구원들 사이에 분란이 있었다'고 진술한데 대해서는 "전혀 없었다"고 답하거나, "분란이요?"라고 되묻는 등 황당하다는 반응도 보였다.
'면접 당시 (이미) 케냐로 봉사를 갈꺼라 양해를 구했다'는 조씨 진술에 대해서는 "사실이 아니다. 보통 인턴기간은 두 달이다. 중간고사 끝나고 8월 중순까지 이어지는데 조씨는 계절학기를 듣고 7월에 나온다고 했다"면서 "그것도 사실 실험실 기구만 닦고 갈 수밖에 없는 기간밖엔 안 된다. 그래프 그릴 시간도 안되기에 더 열심히 했어야 한다. 1달 밖에 안하는데 케냐 봉사를 간다고 했으면 애초 나오지 말라고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박사는 "조씨의 불성실한 태도가 있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다음 최종적으로 연수를 종료해야겠다 생각했다. 22일에 (출입국) 태그가 왜 찍혔는지는 모르겠는데 안 나온 것으로 기억한다"고 강조했다.
또 "조씨가 나왔다고 주장해도 저와 상관 없는 일이다. KIST에 그냥 방문할 수 있다. 그러나 연수(프로그램 참석은)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밖에도 정작 정 교수 부탁을 받고 조씨를 인턴으로 써달라며 부탁한 연구소장 이모씨로부터 "'며칠 안나왔다는 이야기를 듣고 매우 실망스러웠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검찰은 이와 관련해 카톡 메시지를 증거로 제시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검찰이 조 전 장관을 기소하면서 혐의 및 증거가 상당 부분 중복되는 점을 고려해 정 교수 사건과 병합해달라고 요청한 것을 받아들이지 않은 셈이다. 이에 따라 부부가 나란히 법정에 같이 서게될지 여부는 조만간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조 전 장관 사건에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사건이 병합돼 있어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부패비서관도 공동 피고인으로 포함돼 있다. 재판부는 "조국 사건은 본 사건과 쟁점이 다른 부분이 많고 피고인(정경심)에 대한 공소사실과 관련 없는 다른 피고인이 조 전 장관과 병합된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다만 검찰이 요청한 정 교수에 대한 공소장 변경은 허가했다. 재판부는 "통상 사건에서도 기소되지 않은 공범을 추가하는 내용의 변경을 허가하는 관례에 따라 검찰의 공소장 변경을 허가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조 전 장관 사건과 마찬가지로 정 교수 사건에서도 조 전 장관은 공범으로 이름을 올리게 됐다.
이밖에도 재판부는 최근 보석 불허 결정과 관련해 정 교수를 위로하는 말을 건네 눈길을 끌었다. "도주 우려는 없지만 주요 혐의 관련 증인 신문이 이뤄지지 않은 현 시점에서 구금이 필요하다. 공소사실에 대해 재판부가 유죄심증을 형성한 것은 아니니 너무 실망하지 말고 구금 기간 중 건강에 유의해달라"고 피고인을 다독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