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르덴셜 D-1, 'KB vs 우리'… 환율·코로나19가 변수

머니투데이 김지산 기자 2020.03.19 0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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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 탈환 목표 7000억 실탄 장전 KB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강화 우리

환율급등, 코로나19로 보험영업 직격탄이 변수




푸르덴셜 D-1, 'KB vs 우리'… 환율·코로나19가 변수


푸르덴셜생명보험 인수를 놓고 1등 금융그룹 자리 탈환을 꿈꾸는 KB금융지주와 대형 금융그룹 포트폴리오 완성을 향한 우리금융지주의 승부가 19일 결정 난다. 푸르덴셜생명은 몸값이 2~3조원에 이르는 대형 물건으로, 인수에 성공하면 금융그룹으로서 위상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1등 탈환의 꿈, KB금융
18일 투자은행(IB)업계 따르면 푸르덴셜생명 매각 본입찰이 19일 진행된다. KB금융지주는 최근 잇달아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해 7000억원을 조달했다. 기존 보유현금 약 1000억원을 더해 약 8000억원 안팎의 실탄을 쥐었다. 자회사들로부터 평년 수준을 벗어난 고배당을 받는 방안도 유력하다.



부채성 자본을 확충해 이중레버리지 비율(현 123% 추정)이 높아지는 부작용을 피하고자 우선주 발행도 검토중이다. KB금융은 금융당국이 이중레버리지 비율을 제한(130%)하면서 자본 조달 방법이 제한적이다. 경쟁자들에 비해 써낼 수 있는 가격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KB금융의 의지는 매우 강하다. 인수에 성공하면 순이익 기준 신한금융그룹을 누르고 1등 자리를 되찾을 수 있어서다. 지난해 KB금융그룹은 3조3100억원 수준 순이익을 거뒀다. 3조4000억여원 순이익을 올린 신한금융그룹과 약 900억원 차이로 2위였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3분까지 순이익 1464억원을 남겼다. 연간 1700억~1800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추정된다.

KB금융이 푸르덴셜생명을 안으면 신한금융과 1000억원 안팎 차이로 1위 자리를 되찾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KB금융 관계자는 “비즈니스 포트폴리오 강화를 위해 푸르덴셜생명 인수에 나섰다”며 “자본 조달을 위해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형 금융그룹’ 첫 단추, 우리금융
우리금융은 자회사 우리은행을 통해 지주사 과점주주 중 한 곳인 사모펀드(PEF) 운용사 IMM PE에 인수금융을 제공하는 형태로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자본을 제공할 뿐 직접 지분 투자를 하지 않기 때문에 엄밀히 따져 우리금융 계열로 편입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훗날 IMM PE가 푸르덴셜생명 매각에 나설 때 우리금융이 우선 순위가 될 가능성은 충분하다.

푸르덴셜 D-1, 'KB vs 우리'… 환율·코로나19가 변수
대형 증권과 보험 인수를 통해 금융그룹의 포트폴리오 완성 의지를 밝혀온 우리금융이 이 정도 계산 없이 딜에 나섰다는 건 설득력이 떨어진다. 금융당국과 손태승 회장이 불편한 관계에 놓인 것도 우리금융이 인수금융으로 방향을 잡은 한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되면 금융감독원을 거쳐 금융위원회로부터 대주주 승인 심사를 받아야 한다. 우리금융이 인수 주체가 되기엔 부담스런 상황이다.

우리금융이 IMM PE로부터 푸르덴셜생명을 가져온다는 전제 아래 지난해 실적을 기준으로 보면 그룹 순이익은 약 1조9040억원에서 2조원 초반으로 뛴다. 2조4080억여원 순이익을 남긴 하나금융그룹에 비해 여전히 열세다. 우리금융이 어떻게든 증권과 보험 포트폴리오 강화에 열을 올리는 이유다.

우리금융 관계자는 “완전 민영화를 앞두고 금융그룹으로서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 다양한 인수합병(M&A)을 진행하려는 의지가 매우 높다”고 말했다.

환율과 금융불안이 복병

변수는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연초에 비해 7% 넘게 뛰어 18일 1245.5원을 기록했다. 환율상승은 진행형이다. 연초 기준 2조원 가치 물건이 2조1400억원을 넘어섰다는 말이다. 푸르덴셜생명 매각 주체가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이기 때문에 환율에 더 예민할 수밖에 없다.

코로나19로 유례 없는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이 높아진 것도 간과할 수 없다. 기업과 소상공인, 가계 부실은 보험 영업 위축을 불러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금융위기가 빠르고 강도 높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시기에 수조원대 딜이 제대로 성사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인수 후보들이 생각을 바꾸거나 매각측에 만족할만한 가격이 제시되지 않아 유찰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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