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사진=김지훈 기자
A씨는 아침부터 커피숍에서 무채색 점퍼에 마스크를 쓴 채 공부에 열중하는 중·고등학생들을 보며 아이를 다시 학원에 보내기로 결심했다. A씨는 “지금의 미세한 차이라도 아이의 앞날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정부 강제 휴원은 불가능…'뒤처질까 고민'하는 엄마들
(서울=뉴스1) = 14일 강남구청(구청장 정순균) 자율방재단이 서울 대치동 학원가 실내 방역을 실시했다. 코로나-19의 지역 확산을 막고자, 강남구 자율방재단은 대치동 학원가 내부 시설을 돌며 사람의 손 접촉이 잦고 비말이 닿을 수 있는 계단의 손잡이나 바닥 및 복도 등을 소독하였다. (강남구 제공)2020.3.14/뉴스1
강사들은 손 소독제가 비치된 학원에서 마스크를 쓴 채 강의를 한다. 전·월세를 통해서라도 전력을 다해 대치동에 입성한 학부모들과 영업 중단 시 경영에 타격을 입을 수 있는 학원들이 함께 연출한 진풍경이다.
대치동은 이른바 ‘맹모’들이 찾는 거주지다. 20억에 달하는 아파트 집값을 떠받치는 중대 요인으로 학구열이 꼽힐 정도다. 아이들이 밖에서도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가 오히려 감염에 대한 걱정을 무릅쓰고 학원을 보내게 만드는 원인이다. 대치동 공인중개사무소 대표 B씨는 “상가 화장실에까지 앉아 공부를 하는 아이가 있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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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16일 서울 학원과 교습소 2만5231곳 가운데 23.8%인 6001곳만 휴원한 것으로 집계됐다. 13일 42.1%(1만627곳)가 휴원한 것과 비교하면 휴원율이 큰 폭(18.3%포인트)으로 떨어졌다. 사실상 4곳 중 3곳의 학원이 수업에 나섰다.
학원 휴원을 권고한 정부 압박도 효과를 발휘하지 못했다. 현행법상 감염병을 이유로 정부가 학원에 휴원을 명령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지방자치단체와 소방청·국세청·경찰청 등 관계 기관을 중심으로 휴원 거부 학원에 합동 점검계획을 발표했지만 어린 아이들마저 종종걸음으로 학원에 간다.
PC방도 북적 의료계 '정부 특단의 메시지' 필요
[서울=뉴시스]송파구청 방역 관계자들이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의 한 학원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한 방역을 하고 있다. 2020.03.13. (사진=송파구 제공) [email protected]
지난 16일 찾은 동작구 노량진동 주택가 인근 PC방엔 많은 학생들이 게임에 몰두하고 있었다. 매장엔 ‘출입시 마스크 착용, 손소독제 사용’이라는 안내 문구도 붙여져 있었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은 학생들도 종종 보였다.
의료계에선 학원, PC방 , 교회 등 밀집한 환경이라면 집단감염이 발생할 위험이 높다고 우려한다. 이재갑 한림대학교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학교는 휴교를, 학원은 개원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인 상황”이라며 “정부가 휴원을 강제할 수는 없지만 강한 메시지를 발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