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위험 직접 대응책 나와야 증시 반등한다

머니투데이 정인지 기자 2020.03.1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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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포인트]美 5년만에 '제로금리'에도 코스피 보합

미국이 5년만에 제로금리로 복귀했지만 코스피지수는 보합권에서 등락하며 반등이 힘겨운 모습이다.

코로나19와 유가 하락에 따른 경기 침체로 신용리스크가 사그러들지 않으면서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는 좀처럼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시장은 금융 불안이 실물 경제로 전이되는 악순환을 막도록 중앙은행이 회사채 매입 등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미국 5년만에 제로금리…BOJ도 긴급 회의 개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 사진제공=신화제롬 파월 연준 의장 / 사진제공=신화


16일 오전 11시 38분 현재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0.7% 떨어진 1759.06을 기록 중이다. 코스피지수는 이날 장중 반락했다가 개인의 매수세에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미국 미니 나스닥선물이 4.54% 하락하면서 외국인은 국내 증시에서도 매도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은 현재 3674억원 순매도로 8거래일 연속 주식을 팔고 있다.

이날 새벽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는 15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1%포인트 긴급 인하하며 5년만에 '제로 금리'로 돌아갔다. 연준은 1.00~1.25%의 기존 기준금리를 0.00%~0.25%로 1%포인트 내렸다. 지난 3일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기준 금리를 0.5%포인트 긴급인하 한 지 2주만의 전격 조치이다.



연준은 또 7000억달러(약 853조원) 규모의 양적완화(QE)도 실시하기로 했다. 여기엔 5000억달러 규모의 국채와 2000억달러 규모의 모기지증권(MBS) 매입이 포함된다.

일본 중앙은행(BOJ)도 이날 정오부터 금융정책결정회의를 긴급 개최하기로 했다. 한국은행도 이번주 임시회의를 개최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리 인하해도 현금 흐름 위기 못 막는다
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33.99포인트(1.92%) 오른 1805.43, 코스닥이 13.68포인트(2.8%) 오른 538.68로 상승 출발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코스피가 전 거래일 대비 33.99포인트(1.92%) 오른 1805.43, 코스닥이 13.68포인트(2.8%) 오른 538.68로 상승 출발한 16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지수가 표시돼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미국 선물은 그러나 4% 이상 하락하며 진정되지 못하고 있다. 증시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는 장기적 해결책으로 보기는 어렵다"며 "기업 신용 여건을 개선시킬 수 있는 직접적인 연준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박소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는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본질은 기업들의 현금 흐름 위기"라며 "공급망의 문제가 결제망의 문제로 이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어음 매입이 발표된다면 타격을 받은 기업의 현금흐름을 곧바로 메워줄 수 있기 때문에 시장이 긍정적으로 반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정훈 삼성증권 연구원도 "중앙은행이 아무리 금리를 내리고 유동성을 공급해도 입국제한이나 생산·유통·서비스 업체들의 셧다운(일시적인 업무정지)을 막을 수 없다"며 "경제 활동이 중단되는 만큼 신용경색도 우려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허재환 유진투자증권 글로벌 매크로 팀장은 "지난 금융위기를 '악성 종양'에 비유한다면 이번 코로나19 위기는 갑작스럽게 현금 흐름이 멈출 수 있는 '심근경색'에 비유할 수 잇다"며 "누구나 현금 확보에 주력하게 되면, 주가는 반등하더라도 지속성을 가질 수 없다"고 판단했다.

각국 중앙은행 대책·경제 지표 확인해야
마스크 5부제 시행 첫 주말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약국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마스크 5부제는 출생년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10 금요일에 구매할 수 있으며, 주중에 구하지 못한 이들은 주말에 출생년도와 상관 없이 구매할 수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마스크 5부제 시행 첫 주말인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약국에서 한 시민이 마스크를 구매하고 있다.마스크 5부제는 출생년도 끝자리가 1·6이면 월요일, 2·7 화요일, 3·8 수요일, 4·9 목요일 5·10 금요일에 구매할 수 있으며, 주중에 구하지 못한 이들은 주말에 출생년도와 상관 없이 구매할 수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때문에 국내증시가 빠르게 하락해 1700대로 진입했지만, 사태를 진정시킬 각국의 중앙은행 대책과 경제 지표를 살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이날 발표된 중국 1~2월 산업생산은 전년 동기 대비 13.5% 감소했다. 소매판매도 20.5% 급감했다. 시장 예상(산업생산 -3%, 소매판매 -4%)을 크게 밑돈 것이다. 1991년 중국 경제가 본격 성장한 이후 첫 역성장이다.

오는 17일에는 미국 2월 산업생산, 소매판매가 발표된다. 2월에는 미국의 코로나19 영향이 미미해 소폭의 증가세가 예상되지만, 3월 침체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허 팀장은 "현재 주가 수준은 상반기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이미 반영했지만, 만에 하나 금융위기로 이어진다면, 아직 주식시장의 악몽은 끝나지 않았다"며 안심하기는 이르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코스피기업들의 올해 영업이익이 10%대 감소한다면 코스피지수는 1650~2082에 그칠 것이고, 20~30%대로 감소해 100조원을 밑돈다면 2010년 수준인 1552~2051로 내려갈 수 있다"고 예상했다.

서 연구원도 "현재 코스피지수는 과매도 구간"이라면서도 "심리적 불안에는 한도가 없기 때문에 뉴스에 따른 변동성은 이후에도 나타날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는 "미국이 민간 신용지원을 위한 방안을 추가할 수 있다"며 "중소기업과 소비신용 대출 채권을 담보로 한 기간물자산담보대출창구(TALF) 등이 실효성 있는 방안으로 검토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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