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2011년과 다른 공포"…증시, 패닉 극복하려면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0.03.15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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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증시전망]

미국 증시 대폭락의 영향으로 코스피-코스닥에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가 사상 초유로 동시 발동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3대 하락 마감한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장중 한 때 1700선이 붕괴됐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미국 증시 대폭락의 영향으로 코스피-코스닥에 사이드카와 서킷 브레이커가 사상 초유로 동시 발동된 13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 3대 하락 마감한 코스피 지수가 표시돼 있다. 코스피는 장중 한 때 1700선이 붕괴됐다. / 사진=이동훈 기자 photoguy@


폭풍 같은 나날들의 연속이다. 지난 '13일의 금요일'은 국내 증시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힘든 하루였다. 증시 개장 후 최초로 코스피·코스닥 양대 시장에 시장 안정 조치인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동시에 발동됐다. 한 주간 코스피, 코스닥 지수 낙폭도 각각 13%, 18%를 웃돈다.

현재 증시가 맞닥뜨린 위기는 실체가 없어 투자자들의 공포심을 키운다. '코로나19(COVID-19)' 확산으로 인해 경기가 악화 됐다는 '증거'는 없지만, 실물 경제에 미칠 악영향이 '우려'스러워 증시가 급락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깜깜이 장세다. 그래도 더듬더듬 어둠 속을 헤쳐갈 지팡이를 찾아보자. 미국은 대규모 경기 부양책을 발표했고, 다음 주에는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가 예정돼 있다.



트럼프의 '입'에 휘둘린 미 증시…공은 FOMC로
코스피 지수는 지난 13일 장중 1680선까지 떨어지며 아찔한 롤러코스터를 탔다. 이날 외국인 매도액도 1조2000억원에 달했다. 오후에 연기금이 5700억원 가량 자금을 투입하면서 낙폭이 8%에서 3%대로 줄었지만 아찔한 경험이었다. 코스닥 지수도 전날보다 7% 하락해 장을 마감했다.

변동성이 극대화된 것은 미국 증시도 마찬가지다. 뉴욕 3대 지수(다우존스, S&P500, 나스닥)는 지난 12일(현지 시간)에는 9%대 급락해 33년 만의 최악의 폭락을 경험했다가 이튿날인 지난 13일(현지 시간)에는 9%대 급등했다. 증시 폭락도, 급등도 모두 트럼프의 '입' 때문이었다.



[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그는 "국가 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한다"면서 "이번 선언으로 주와 지방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500억 달러(약 61조 원)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03.14.[워싱턴=AP/뉴시스]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국가 비상사태를 선언했다. 그는 "국가 비상사태를 공식 선언한다"면서 "이번 선언으로 주와 지방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500억 달러(약 61조 원)를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20.03.14.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유럽 여행객 입국만 금지하는 등 실망스러운 조치를 내놨고 시장은 폭락했다. 그러다 지난 13일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해 △500억달러 규모 자금 투입 △500만개 검사 키트 제공 △대출이자 면제 △비축유 구매 확대 등을 약속하자 시장이 급등했다.

공은 오는 17~18일 열릴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로 넘어갔다. 앞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는 통 큰 금리 인하(0.5%)를 단행한 바 있다. 이번에도 금리를 추가 인하할 것으로 점쳐진다.


이재만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글로벌 금융시장 상황이 극단으로 치달은 만큼 정부나 중앙은행 정책도 극단적인 카드를 내밀 때 위기가 정점을 통과할 것"이라며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 인하 외에 양적 완화정책을 어떻게 구성할지가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08·2011년과 다른 공포"…증시, 패닉 극복하려면
"2008·2011년과 다르다"…처음 겪는 위기 극복하려면
미국 증시의 급등이 국내에도 안도 랠리를 선물해줄까. 증권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가 안정되려면 정부의 강력한 대책이 먼저라고 입을 모았다. 특히 이번 위기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 재정위기와 성격이 확연히 다르다는 점에서 제대로 소방수 역할을 하지 않는다면 변동성 확대국면이 지속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과거 IMF 위기는 외환관리, 2008년 금융위기는 금융기관 모럴해저드, 2011년 재정위기는 국가부채가 각각 원인으로, 잘못된 부분이 명확해 오히려 정상으로 돌아가기 쉬웠다"며 "그러나 지금은 코로나19 확산으로 실물경제가 어려워지고, 이것이 산업·금융으로 옮겨붙을 수 있다는 정반대의 우려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지금껏 누구도 겪지 못한 위험으로 인해 패닉 장세가 나타난 만큼 확실한 시그널을 줘야 불안감을 잠재울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 센터장은 "지난 13일 오전 코스피 지수가 8% 넘게 빠질 때 외국인 매물은 5000억원도 안 됐었다. 오히려 아무도 사지 않은 것이 낙폭을 키웠던 것"이라며 "시장 수요 대기자들이 사도 괜찮겠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정부가 쓸 수 있는 카드를 다 꺼내 보여야 시장이 치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2008·2011년과 다른 공포"…증시, 패닉 극복하려면
이달 예고된 한국은행 임시 금융통화위원회가 정부 대응의 가늠자가 될 전망이다. 다만 한은이 빅컷(0.5%p 인하)에 나설 것으로 보는 이들은 적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코로나19 통제 이전에는 공격적 정책대응을 하기가 어려워 당분간 중앙은행이 선봉에 있을 수밖에 없는데 대규모 재정확대 정책은 발표가 늦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선진국 내 코로나 확진자 수도 급증할 것이어서 증시 변동성은 심화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지호 이베스트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자본주의는 교역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다들 코로나 감옥에 갇혀 있는 형국이니 공포가 커지는 것"이라며 "실물 경기가 살아날 만한 글로벌 정책 공조가 이뤄져야 하고, 그 과정에서 정부도 빅컷 등 할 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는 "코스피가 1600대까지 내려가고 전 세계 증시가 경련을 일으켜 단기적으로 공포로 인한 바닥권은 확인한 것 같다"며 "다음 주 단기 반등은 나오겠지만, 강력한 정책 공조가 이뤄지고 두 달여 후 미국 내 확진자 증가 속도가 진정돼야 시장이 회복기에 접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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