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5부제' 일주일…"예전보단 낫다" vs "여전히 불편"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3.14 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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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약국 앞에서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시민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사진=강민수 기자13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약국 앞에서 공적 마스크를 사기 위해 시민들이 줄 지어 서 있다. /사진=강민수 기자




"회사에 마스크 사러 간다고 말씀드리고 잠깐 나왔어요. 자리 오래 비우기는 어려운데..."

13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약국에서 만난 직장인 강모씨(30)의 말이다. 약국 앞에 늘어선 줄을 보며 강씨는 "5부제를 한다고 해서 나아질 줄 알았는데 여전히 길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스크 5부제를 시행한 지 일주일이 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 9일~13일까지 5일간 공급된 공적판매 마스크는 총 3805만개에 달한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마스크를 구하기 힘들다'는 불만과 '그래도 이전보단 낫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오늘만 약국 3번째"…"매번 이러기는 힘들다"는 시민들
13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인근 한 약국. '공적 마스크 판매분이 다 떨어졌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강민수 기자13일 오후 2시 서울 성북구 인근 한 약국. '공적 마스크 판매분이 다 떨어졌다'는 문구가 붙어있다. /사진=강민수 기자


13일 오후 2시 성북구 동소문동의 한 약국. 마스크 잔고 알리미 앱을 통해 확인하니 대부분 약국이 품절이어서 집에서 도보로 20여분 떨어진 곳을 찾았다. 한눈에 봐도 30~40명이 넘는 줄이 큰길까지 이어져 있었다. 약국 근처를 기웃거리다 늘어선 줄을 보고 '헉' 소리를 내며 돌아가는 시민도 눈에 띄었다.

수량이 남아있다고 뜨는 또 다른 약국을 가봤지만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기자 바로 앞에서 줄 선 한 여성이 "사람 짱 많아. 짜증나"라며 지인에게 통화하는 소리가 들렸다. 약국에서 줄을 서다 만난 심모씨(60)는 "오늘 찾은 약국만 이곳이 3번째"라며 "분명 앱으로 수량을 확인하고 방문했는데, 다 떨어졌다는 소리를 들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마스크 구하기가 5부제 시행 전보다 나아졌냐는 기자의 질문에 심씨는 "지금 이 줄을 보면 알지 않냐"고 대꾸했다.


직장인 강씨는 "이곳에서 마스크를 못 구하면 이 근처 3시에 문을 여는 약국에 가볼 생각"이라며 "어르신들은 여러 약국을 가실 수 있겠지만, 직장인들은 한두 번도 아니고 매번 이러기 힘들다"고 했다.

"그래도 전보다는 낫다"…질서·체계 잡혔다는 약사들
'마스크 5부제' 일주일…"예전보단 낫다" vs "여전히 불편"
그래도 '전보다는 줄었다'는 긍정적인 반응도 나왔다. 할머니와 함께 약국을 찾은 이모씨(20)는 "아무래도 수량이 정해져 있고, 대리로 사는 사람이 줄어서 이전보다는 사람들이 적은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이씨는 "할머니 같은 어르신들은 거동이 불편해서 (마스크 구매가) 힘들다"며 "마스크 요일이 겹쳐서 함께 사러 나왔다"고 덧붙였다.

특히 약사들은 제도 시행으로 좀 더 체계가 잡혔다고 입을 모았다. 성북구에서 약국을 운영하는 60대 약사 A씨는 "여전히 하루에 3~40통씩 마스크 문의 전화를 받긴 하지만 예전보다 덜 혼란스럽고 질서가 있다"며 "남아있는 수량을 공개하다 보니 판매도 훨씬 빨리 끝난다"고 말했다.

50대 중반 약사 강모씨도 "안 하는 것보다는 낫다"며 "무조건 와서 달라고 하는 사람은 확실히 줄었다"고 전했다.

마스크 사려 몰리면 감염 우려…대만은 '온라인 예약제'
13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약국에 붙은 마스크 공적판매 안내 문구. /사진=강민수 기자13일 오후 서울 성북구의 한 약국에 붙은 마스크 공적판매 안내 문구. /사진=강민수 기자
마스크를 얻기 위해 시민들이 약국으로 몰리면서 감염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약사 강씨는 "최대한 시민들을 떨어트려 놓으려 하지만 사람이 몰릴 때는 서로 붙어있는 경우가 많다"며 "지금은 1주일에 한 번, 1회 2장인데 차라리 방문 횟수를 줄이고 구매 가능 수량을 늘리는 게 좋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만에서는 마스크 온라인 예약 판매 시스템을 도입했다. 오랜 시간 줄을 서서 마스크를 살 여력이 없는 생업 종사자를 고려한 정책이다. 대만은 지난달 초부터 정부가 마스크 전량을 사들여 약국을 통해 판매하는 '마스크 실명제'를 실시, 한국의 '마스크 5부제'의 모델이 된 곳이다.

대만 중앙감염병통제센터는 지난 12일부터 홈페이지나 앱에서 본인 인증 절차를 거친 후 마스크 예약을 받아 구매할 수 있는 '마스크 실명제 2.0'을 선보였다. 온라인 구매를 원하는 사람은 의료보험증과 우리나라의 주민등록증과 비슷한 자연인 증빙을 이용해 플랫폼에 가입하거나 건강보험 앱을 통해 예약 결제하고, 오는 18일부터 마트 등에서 신분증 확인을 거쳐 오는 26일부터 마스크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마스크 수령에 있어 1~2주일이 걸리는 점, 예약 폭주로 인한 시스템 마비 등 문제가 있어 국내에 바로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평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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