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나미가 온다"…美증시, 33년래 최악의 '검은 목요일'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3.13 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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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시각]

"쓰나미가 온다"…美증시, 33년래 최악의 '검은 목요일'


"마치 쓰나미가 덮쳐오는 것 같다. 곧 파도가 닥치겠지만 그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모른다.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 속에서 우린 앞으로 무엇을 예상해야 할지 조차 알 수 없다." (케이시 엔트위슬 UBS 이사)

뉴욕증시가 33년만에 최악의 폭락을 경험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무려 10%나 급락했다. 다우지수가 10% 이상 떨어진 경우는 1987년 '블랙먼데이'와 1929년 시작된 '대공항'(The Great Depression) 당시 말곤 없었다.



한달간 유럽발 여행객의 입국을 금지한 것 말곤 별 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 시장은 실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와 ECB(유럽중앙은행)가 나섰지만 시장을 패닉에서 구해내기엔 역부족이었다. 시장은 추가 하락을 우려하고 있다.

"글로벌 경기침체 온다" 경고
12일(현지시간)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2352.60포인트(9.99%) 떨어진 2만1200.62로 거래를 마쳤다.



뉴욕증시 역사상 최대 하락률인 22.6%를 기록했던 1987년 10월19일 블랙먼데이 이후 가장 큰 폭락이다.

이날보다 하락률이 컸던 날은 블랙먼데이와 대공황 당시를 포함해 총 4차례 밖에 없었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지수도 260.74포인트(9.51%) 떨어진 2480.64로 마감했다.


이로써 전날 다우지수에 이어 이날 S&P 500지수도 '약세장'(베어마켓)에 공식 진입했다. 통상 고점 대비 20% 이상 하락한 경우 약세장에 들어섰다고 본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 역시 750.25포인트(9.43%) 하락한 7201.80을 기록했다.

이날 뉴욕증시에선 개장 직후 S&P 500지수가 7% 급락하면서'서킷브레이커'(일시매매중단조치)가 발동됐다. 지난 9일 이후 사흘만이다. 그러나 15분 후 매매가 재개된 이후에도 주가는 급락세를 이어갔다.

세계최대 채권펀드 운용사 핌코의 CEO(최고경영자)를 지낸 모하메드 엘-에리언 알리안츠 수석경제고문은 "우리는 글로벌 경기침체를 향해 가고 있다"며 "세계 경제가 급정거할 것이고, 한번 멈춘 경제는 다시 움직이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그러면서 "주식시장의 투매는 약세장에서 30%의 하락률을 기록하기 전까진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트럼프·연준·ECB, 모두 시장 달래기 실패
코로나19에 대한 공포와 당국의 실망스러운 대응이 이날의 패닉 장세를 몰고 왔다.

전날 WHO(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에 대해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을 공식 선언한 이후 트럼프 대통령은 영국과 아일랜드를 제외한 26개 유럽 국가에서 오는 여행객의 입국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 조치는 현지시간 13일 자정부터 30일 동안 시행된다. 당초 시장이 기대한 고강도의 추가 방역조치 또는 구체적인 경기부양책에 대한 언급이 없었다는 점이 시장에 실망감을 안겼다.

미국의 중앙은행 격인 연준이 충격에 빠진 금융시장을 달래기 위해 장중에 추가 유동성 공급 계획을 발표했지만, 약발은 한시간도 채 가지 못했다.

연준에서 공개시장조작을 담당하는 뉴욕연방준비은행(뉴욕연은)은 이날 600억달러(약 72조원) 규모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의 매입 대상 채권의 범위를 1년 이하 단기채와 물가채(TIPS) 등으로 확대한다고 밝혔다.

뉴욕연은은 또 1개월과 3개월짜리 환매조건부채권(repo·레포) 거래 한도를 이달 말까지 매주 5000억달러 확대한다고 밝혔다. 이는 매일 최소 1750억달러의 하루짜리(오버나이트) 초단기 유동성을 공급하는 레포 거래 한도에 추가되는 것이다.

뉴욕연은은 "이번 조치는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자금시장의 이례적 왜곡을 해결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준의 이번 결정은 시장 개입의 대상을 초단기물에 한정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장기물 시장에서 장기 유동성을 투입하는 일반적 의미의 양적완화(QE)에 점점 가까워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연준은 최근 조치가 자금시장에 대한 기술적 개입일 뿐 양적완화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ECB도 시장의 금리인하 기대를 깨고 이날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하면서 시장에 실망감을 줬다.

기준금리가 이미 '제로'인 만큼 추가 인하의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ECB는 대신 일시적인 추가 자산 매입과 저금리 장기 대출 등의 부양책을 발표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ECB 총재는 유럽 국가들이 코로나19 사태에 맞서 야심찬 재정 정책을 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ECB가 단일한 통화정책을 취하지만 재정정책은 국가별로 운영된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AFP=뉴스1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 AFP=뉴스1
"사람들이 집에 틀어박혀 돈 안 쓰면 소비는?"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코로나19로 인해 미국 내에서 수천명의 감염자가 더 나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행정부의 코로나19 TF(태스크포스)를 이끄는 펜스 부통령은 이날 N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향후 감염자 규모에 대한 예상치를 묻는 질문에 "이 나라에서 코로나19 환자가 수천명 더 생길 것"이라고 답했다.

존스홉킨스대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30분 기준으로 미국내 코로나19 확진자 수는 1323명, 사망자는 38명으로 추산된다.

앞서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감염병연구소(NIAID) 소장은 공격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미국 내 코로나19 감염자 숫자가 수백만명에 달할 수 있다고 우려 바 있다.

이에 진행자가 '수천명인가, 수백만명인가'라고 묻자 펜스 부통령은 즉답을 피한 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감염될지에 대한 추정은 전문가에게 맡기겠다"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또 "대다수 사람들은 코로나19에 걸리더라도 독감과 비슷한 증세를 겪을 것이고, 완전히 회복될 것"이라며 고령층이 위험군에 속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백악관 TF 의료 전문가들에 따르면 젊은 미국인, 특히 15세 이하 어린이들에겐 코로나19가 위협이 되지 않는다"며 "하지만 중대한 기저질환을 가진 노인들에겐 위협"이라고 했다.

펜스 부통령은 "취약한 인구, 만성 기저질환을 가진 노인들을 위해 우리는 양로원에 주의를 집중할 것"이라며 "우리는 보건당국 및 취약한 노인이 있는 가정과 많은 소통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전문가들이 지역 확산이라고 부르는 현상이 나타난 캘리포니아, 워싱턴, 뉴욕주 지역에 계속해서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강조했다.

웰스파고의 스콧 워런 선임전략가는 "투자자들이 걱정하는 건 코로나19가 소비에 미칠 영향"이라며 "사람들이 집에 틀어박혀 돈을 쓰지 않을 경우 그동안 오랜 기간 미국 경제를 떠받쳐온 소비가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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