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신천지 압수수색해도 질본에 명단 못 넘긴다"

머니투데이 최민경 기자 2020.03.0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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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honggga@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가 대검찰청에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 신도 명단 확인이 필요하다는 연락을 보냈다고 밝히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법조계에선 검찰이 신천지 명단을 압수수색하더라도 이를 중대본 등 방역당국에 넘긴다면 위법의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5일 보건당국과 법조계에 따르면 중대본은 지난 2일 대검에 신천지에서 제출한 신도 명단과 지자체가 파악한 명단이 달라 명단 누락 가능성이 있다는 내용의 팩스를 보냈다. 예배 당시의 출입과 관련된 정보와 신천지 측 명단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취지다.



이에 추 장관은 지난 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검찰이 대구지방경찰청의 신천지 대구교회 압수수색 영장을 기각했다는 보도를 언급하며 "대검찰청에서는 질본 입장을 따라 반려했다고 하는데, 어제부로 질본 입장이 바뀌었다"고 밝혔다.

이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도 신천지 신도들의 잠적 우려 때문에 압수수색에 반대한다고 했는데 지금은 중대본도 대검에 신천지 신도 명단 확인이 필요하다는 업무 연락을 보내고 있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추 장관은 같은 날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3일 직접 강제조치를 취해달라고 요청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그동안 질병관리본부, 중대본 등 방역당국은 신천지 신도들의 잠적 우려 때문에 강제수사에 반대해왔다. 강제수사로 신천지 신도들이 숨거나 활동이 활발해지면 방역에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도 방역당국의 의견을 반영해 압수수색 같은 강제수사보다는 관련자들을 우선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하는 신중한 태도를 고수해왔다.

검찰은 중대본 측에서 보낸 의견을 강제수사 요청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으나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검찰의 수사 방향에 변화가 생기리란 관측도 나온다.

◇신천지 명단 넘기면 공무상 비밀누설죄 적용 가능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89) 총회장이 자신의 가평 별장 '평화의 궁전'에서 '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 이만희(89) 총회장이 자신의 가평 별장 '평화의 궁전'에서 '코로나19' 사태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검찰이 신천지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한다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에 근거해 수사할 수 있다. 감염병예방법 제18조(역학조사) 3항은 '누구든지 질병관리본부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실시하는 역학조사를 정당한 사유 없이 거부 또는 방해하거나 회피해선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검찰이 신천지에 대한 강제수사를 단행하더라도 강제수사에서 확보된 신천지 신도 명단을 방역당국에 넘긴다면 공무상 비밀누설죄(형법 127조) 등 위법의 소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검찰이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한 증거는 직무상 비밀에 해당한다. 이를 타 기관에 넘기는 행위는 공무상 비밀누설죄가 성립될 수 있다. 공무상 비밀누설죄는 공무원 또는 공무원이었던 자가 법령에 의한 직무상 비밀을 누설할 때 성립한다.

일각에선 신천지 신도 명단을 넘길 경우 직권남용죄(형법 123조)까지 검토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직권남용죄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다른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권리행사를 방해했을 때 성립한다.

◇방역당국이 직접 강제조사하는 것도 방법
(가평=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평화의 궁전에서 나오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에 대한 검체는 과천시보건소에서 확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고 밝혔다. 2020.3.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가평=뉴스1) 이재명 기자 =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2일 오후 경기도 가평군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평화의 궁전에서 나오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이만희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 총회장에 대한 검체는 과천시보건소에서 확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검사를 받는다고 밝혔다. 2020.3.2/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법조계에선 방역을 위해 신천지 신도 명단이 필요하다면 방역당국이나 지방자치단체가 감염병예방법 제42조(감염병에 관한 강제처분)에 따라 직접 강제조사를 하는 것이 오히려 합법적·효율적이라고 보고 있다. 이 조항에 따르면 보건복지부장관,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해당 공무원에게 감염병환자 등이 있다고 인정되는 장소에 들어가 필요한 조사나 진찰을 하게 할 수 있다.

범죄 혐의를 소명하고 압수수색 대상을 특정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받아야 하는 검찰 압수수색과 달리 강제조사는 필요할 경우 현장에서 즉시 시행할 수 있다. 수집 목록도 제한되지 않는다.

형법 전문 신민영 변호사(법무법인 예현)는 "형법 압수수색은 범행을 입증하기 위한 절차지, 방역당국의 명단 확보를 위한 절차가 아니"라며 "오히려 이재명 경기도지사처럼 직접 신천지 본부에 대한 강제조사를 진행하겠다고 하는 것이 적법한 절차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로스쿨 교수는 "국민 86%가 요구해서 압수수색 해야 한다는 추 장관의 전제부터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국민 요구는 압수수색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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