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전 부통령 / 사진=AP뉴시스
기대를 모았던 '억만장자'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은 경선을 포기하고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했다. 앞으로 '샌더스 대세론'은 저물고 중도를 대표하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 급진 성향의 샌더스 의원의 양강 구도가 펼쳐질 전망이다.
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 등에 따르면 전날 미국 14개주에서 치러진 대선 후보 선출을 위한 미 민주당 경선 결과, 바이든 전 부통령이 △앨라배마 △아칸소 △매사추세츠 △미네소타 △노스캐롤라이나 △오클라호마 △테네시 △버지니아 △텍사스 등 총 9개 주에서 승리를 확정지었다. 흑인 비중이 높은 남부주들을 사실상 휩쓸었다.
반면 그동안 바이든 전 부통령을 앞서며 선두를 유지해온 샌더스 의원은 △콜로라도 △유타 △버몬트 등 3곳에서만 1위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무려 415명에 달하는 최대 대의원 수를 자랑하는 캘리포니아주와 동북단의 메인주(24명)는 개표 완료가 늦어지고 있다.
민주당 경선에서 대의원 배정 방식은 각 주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대체로 15%의 득표율을 넘긴 후보들에 한해 득표율에 비례해 대의원 수가 할당된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슈퍼화요일 경선의 잠정 개표 결과를 토대로 바이든 전 부통령이 확보할 누적 대의원 수를 670명, 샌더스는 589명으로 추산했다. 이어 블룸버그 전 시장 104명,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 97명 순이다. 뚜렷한 양강 구도가 형성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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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니 샌더스 미국 상원의원 사진=뉴스1(로이터)
블룸버그 전 시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나는 3개월 전 트럼프를 물리치기 위해 경선에 뛰어들었다"며 "오늘 같은 이유로 하차한다"고 밝혔다.
그는 "트럼프를 무찌르는 일은 그렇게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큰 후보 뒤로 단합하는 것에서 시작한다"면서 "그 후보는 나의 친구이자 훌륭한 미국인인 바이든이라는 점이 분명하다"고 했다.
앞서 중도 성향의 피트 부티지지 전 사우스벤드 시장과 에이미 클로버샤 상원의원도 예비후보직을 자진 사퇴하고 바이든 전 부통령에 대한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일각에선 워런 의원까지 조만간 경선 포기를 선언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문제는 바이든 전 부통령과 샌더스 의원 모두 7월 13~16일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리는 민주당 전당대회 전까지 대선 후보 자리를 확정짓기 위한 '매직넘버'인 1991명의 대의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경우다.
민주당 당규에 따르면 이런 경우 771명의 '슈퍼 대의원'이 추가로 참여한 2차 투표로 과반 지지 후보를 선출하는 ‘경쟁 전당대회’(contested convention)를 치르게 된다. '슈퍼 대의원'은 민주당 간부(30명)와 하원의원(233명), 상원의원(46명), 민주당 주지사(28명), 민주당전국위원회(DNC) 회원 가운데 선출된 사람(434명) 등으로 구성된다.
만약 '경쟁 전당대회'로 이어진다면 결국 바이든 전 부통령이 대선 후보직을 거머쥐고 트럼프 대통령과 맞대결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의 슈퍼 대의원들이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무소속 샌더스 의원을 대선 후보로 밀어줄 공산은 크지 않다. 실제로 2016년 경선 당시 당 주류를 등에 업은 힐러리 클린턴 후보는 슈퍼 대의원을 571명 확보한 반면 샌더스 의원은 48명을 얻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