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따뜻해지면 위축된다…사실일까

머니투데이 강민수 기자 2020.03.03 04:30
글자크기
코로나19 /사진=이지혜 디자인 기자코로나19 /사진=이지혜 디자인 기자


코로나19 확산과 날씨의 연관성을 두고 전문가들 의견이 분분하다. 일각에서는 날씨가 따뜻해지면 코로나19의 전염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날씨와 바이러스 감염는 무관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19 감염력 가장 강해지는 온도는 8.72도?
대구·경북지역에 다수의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19일 서구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를 찾은 의심 환자들이 검사를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대구·경북지역에 다수의 코로나19 추가 확진자가 나온 것으로 알려진 19일 서구 대구의료원 선별진료소를 찾은 의심 환자들이 검사를 위해 줄지어 기다리고 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난달 28일 의학 논문 사전발표 플랫폼인 '매드아카이브'에 따르면 지난 22일 중국 광저우 중산대학교 연구진은 코로나19의 전염에는 기온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 결과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쉽게 전염되는 기온의 경계선은 8.72도다.



연구진이 각 도시의 평균 기온과 확진자 수, 감염 속도 등을 분석한 결과 기온이 낮을 때에는 평균 기온이 1도씩 증가할 때마다 누적 확진 사례 수가 0.83건씩 증가했지만, 기온이 높을 때에는 평균 기온이 1도씩 증가할 때마다 누적 확진 사례 수가 0.86건씩 감소했다.

연구에 따르면 각 도시에서는 기온이 8.72도일 때 코로나19의 전염력이 가장 강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8.72도 이상으로 기온이 올라가면 서서히 전염력이 감소했다. 이 연구에 의하면 한국 기온은 0도에서 10도 남짓을 오가는 만큼 코로나 전염력이 가장 강한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연구결과는 온도가 코로나19 전염을 크게 변화시킬 수도 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기온이 낮은 국가와 지역은 강력한 통제 조치를 해야 확산을 방지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날씨 따뜻해져도 코로나19 안 사라진다?
코로나19 확진 여부를 알기 위해 체온을 측정하는 홍콩 시민들. /사진=AFP코로나19 확진 여부를 알기 위해 체온을 측정하는 홍콩 시민들. /사진=AFP
그러나 날씨가 따뜻해져도 코로나19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달 29일 마크 립시치 하버드대 보건대학원 전염병역학센터 소장의 분석을 인용해 "코로나19는 기온이 올라도 사라지지 않을 수 있다"고 보도했다.

마크 소장은 SCMP에 "코로나 바이러스는 날씨와 관계없이 사람 간 감염이 쉽게 일어나는 경향이 있다"며 "코로나 바이러스가 계절성 경향을 갖고 있다고 기대하긴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마크 소장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가 여름에 사라졌다는 것은 오해"라면서 "사스는 강력한 보건적 대응 끝에 통제된 것일 뿐 사라진 게 아니다"고 덧붙였다.

코로나19가 계절적 전염병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마이클 스키너 영국 임페리얼칼리지 런던의 바이러스학 부교수는 영국 일간지 텔레그래프에 "여름이 되면 코로나19의 확산 속도가 느려질 수는 있지만 두 번째 유행이 올 것이라는 게 대다수의 예상"이라며 "인플루엔자(독감·급성 호흡기질환)는 1차, 2차, 3차 유행이 나타나는 사례가 흔하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날씨로 속단하기는 어려워…실내는 계절 영향 떨어져
마스크를 쓴 싱가포르 시민. /사진=AFP마스크를 쓴 싱가포르 시민. /사진=AFP
전문가들은 기온과 습도가 높아지면 코로나19의 생존력이 떨어질 가능성은 있지만, 속단하기는 어렵다고 조언했다.

최재욱 고려대 예방의학교실 교수는 "온도나 습도가 올라가는 여름 및 장마철이 되면 코로나19가 전반적으로 약해진다는 예측이 나온다"면서도 "충분히 사전에 고려해야할 점은 이는 같은 코로나바이러스인 사스나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등을 통해 연구한 것으로, 참고는 할 수 있으나 코로나19는 다르게 나타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최 교수는 "현대인들의 생활방식이 실외보다 실내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은 만큼, 실내에서는 계절의 온·습도 영향을 크게 받지 않아 일률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일례로 열대 기후인 도시국가 싱가포르의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수는 106명에 달한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또한 공식 홈페이지의 자주 묻는 질문(FAQ)를 통해 "지금 상황에서 날씨가 따뜻해지면 코로나19 확산이 줄어들 것이라고 알기는 어렵다"며 "바이러스 전달률, 심각성 등 코로나19의 여러 특징에 대한 조사가 아직 진행 중"이라고 알리고 있다.

낸시 메소니에 CDC 산하 국립면역호흡기질환센터 국장 역시 지난달 12일 "일반적으로 감기나 독감의 끝을 알리는 따뜻한 봄 날씨가 코로나19에도 똑같이 작용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