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자' 폴란스키에 감독상…佛세자르 시상식 권위 추락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2020.02.29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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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살 플레옐 극장앞에서 시민 수백 명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세자르 영화제를 비판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사진=AFP28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 살 플레옐 극장앞에서 시민 수백 명이 로만 폴란스키 감독과 세자르 영화제를 비판하는 시위를 열고 있다/사진=AFP


프랑스 최대 영화 축제인 세자르 영화제에서 '성범죄 전력'으로 비판받는 로만 폴란스키 감독이 감독상을 수상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AFP통신과 BBC 등에 따르면 이날 프랑스 파리 살 플레옐 극장에서 열린 세자르 영화상 시상식에서 폴란스키 감독은 '장교와 스파이'로 감독상과 의상상을 받았다.



이에 극장 밖에 시민 수백 명이 모여 "나는 고발한다 폴란스키와 세자르를"이라고 외치며 시위했다.

세자르상은 프랑스 영화인들의 모임인 영화예술아카데미가 매년 최고의 프랑스 영화에 시상하는 프랑스 영화 최대의 축제다.



지난 달 다수의 성범죄 전력이 있는 폴란스키의 영화가 세자르 작품상, 감독상 등 12개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면서 최다 부문 수상작이 될 가능성이 생기자 시상식 보이콧 운동이 시작됐다.

그러다 알랭 테르지앙 프랑스 아카데미 회장이 "후보작을 선정할 때 윤리적 입장을 고려하지 않는다"고 말해 비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결국 12일 200여 명의 프랑스 영화인들이 프랑스 아카데미의 개혁을 요구하는 공개서한을 발표하자 테르지앙 회장을 포함한 세자르상 운영진이 총사퇴를 선언했다.


시상식이 열리기 몇 시간 전에는 프랑크 리스터 문화부 장관까지 "폴란스키가 수상하면 나쁜 메시지를 주게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성범죄 전력을 안고 40년 째 도피생활 중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사진=AFP성범죄 전력을 안고 40년 째 도피생활 중인 로만 폴란스키 감독/사진=AFP
논란의 당사자인 폴란스키는 이런 비난 여론에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그는 전날 "여성 운동가들이 나를 공개적으로 공격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폴란드 출신 프랑스인 폴란스키는 미국과 유럽에서 여러 건의 성범죄를 저질렀다.

그는 1977년 미국에서 미성년자를 성적으로 착취한 혐의로 기소돼 유죄를 인정했으나 범죄인정 조건부 감형협상(플리바게닝)이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자 미국을 떠나 40년째 도피 중이다.

미국은 폴란스키를 수차례 자국으로 소환해 기소하려고 했으나 실패했다.

그는 스위스에서도 또 다른 성폭행 혐의로 고소됐으나 공소시효 만료로 불기소 처분 받았다.

오스카상을 주관하는 미국 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는 그를 2018년 영구 제명했다. 프랑스 영화아카데미는 미국 아카데미가 이미 제명한 폴란스키를 자국인이란 이유로 감싸려다 세자르상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사회적 물의를 빚었단 비난을 받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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