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세상...전설적 투자자라면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20.02.29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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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동욱의 머니뭐니]

(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우려에 코스피가 3% 넘게 폭락하며 1990선이 무너졌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일대비 67.88(3.30)포인트 하락한 1,987.01을 나타내고 있다.2020.2.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이광호 기자 =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글로벌 확산 우려에 코스피가 3% 넘게 폭락하며 1990선이 무너졌다. 2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코스피지수가 전일대비 67.88(3.30)포인트 하락한 1,987.01을 나타내고 있다.2020.2.28/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번도 겪어보지 못한 사태에 어떻게 해야 할지 솔직히 잘 모르겠습니다"

한 펀드매니저는 지난 금요일 시장 거래가 마감됐다는 컴퓨터 화면 속 안내를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습니다. 이제 주말이 시작된다는 기대감이 아닌, 앞으로 이틀 간 시장이 쉬게 된다는 점에 대한 안도이자 위안이었습니다.

그는 "어떤 일이 발생해도 하늘은 무너지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파장이 어떻게 번질지 가늠하기 어려워 심리적으로 힘들었다고 털어놨습니다. '모르겠다'는 것이 그의 솔직한 대답입니다.



지난주 시장 투자자들도 비슷한 심정이었을 겁니다.

연일 신기록을 세우며 달리던 미국 시장이 사상 최대 낙폭을 기록하며 추락하자, 지난 금요일 우리 시장을 비롯해 주요국 증시가 폭락했습니다. 코스피는 힘없이 2000선을 내줬습니다. 기술적 분석으로 볼 때 2050선이 지지선이었는데, 코로나19 위력 앞에 이같은 분석은 당분간 별 의미가 없을 전망입니다. 왜냐면 불안과 공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의지할 수 있는 것은 각국의 통화정책 밖에 없습니다. 돈을 풀어 경기침체를 막는 겁니다. 이미 유동성이 많이 풀려 '버블' 논란도 있지만,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할 때 추가적인 유동성 공급은 필요해 보입니다.

오늘 새벽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가 금리인하를 사실상 기정사실화했습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경기를 부양하기 위해 우리의 수단을 동원해 적절히 대응하겠다"며 "코로나19가 경제 활동에 위험을 가져오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금리동결'을 고수해 왔던 기존 통화정책 기조를 '완화' 쪽으로 바꾸고 '구두개입'에 나선 겁니다. 연준 입장에서도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증시 폭락을 그냥 손놓고 보고만 있을 수 없었을 겁니다.

앞으로 글로벌 각국도 완화적 통화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뉴스1)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0.2.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서울=뉴스1)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한국은행 제공) 2020.2.27/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한국은행은 지난 27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했습니다. 코로나19 사태의 심각성을 감안해 한은이 금리를 내릴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지만, 한은은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시장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기준금리의 마지막 종착지는 일단 1.00%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현재 1.25%에서 단 한 번 밖에 인하 카드를 쓸 기회가 없습니다. 코로나19의 여파가 본격적인 지표 둔화로 나타날 때 한은은 인하 카드를 꺼낼 것으로 보입니다.

이같은 돈 풀기가 정말 예상대로 효력을 발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 입니다. 시장은 과거 '사스' 사태 당시의 사례들을 들어 회복 가능성 등을 진단하고 있는데, 이번 코로나19를 사스 사태에 그대로 대입해 예단하는 것은 충분치 않아 보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투자자들은 무엇을 해야 할까요.

금융투자업계의 한 전문가는 시장이 패닉에 빠지고 본인도 심한 불안감을 느낄 때 조용히 서재에 들어가 책을 찾는다고 합니다. 각종 뉴스와 시세를 확인할 수 있는 컴퓨터, 스마트폰 등은 밖에 둔 채 그동안 수차례 줄을 치며 읽었던 투자관련 '고전'들을 다시 펴 듭니다.

1999년 영면한 '투자업계의 대부' 앙드레 코스톨라니는 "투자가는 사색가여야 하며, 미친 군중과 컴퓨터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코스톨라니는 '투자는 심리게임이다'라는 저서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대중심리의 반응은 전염병과도 같다. 만약 연극 공연 때 한 사람이 하품을 하게 되면 짧은 시간 내 모든 사람들이 그를 따라 하품을 한다. 한 사람이 기침을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도 곧바로 기침을 한다. 증권시장도 이와 같다"

"투자에도 법칙이 존재한다. 호황이 앞서지 않은 주가 폭락이 없고, 주가 폭락으로 끝나지 않은 호황은 없다"

"나는 확신한다. 사람들이 주식과 증시에 대해 정말 역겨움을 느끼게 만드는 증시침체 후에는 언제나 과거의 모든 상처들을 다 잊어버리고 불나방같이 증권시장에 사람들이 몰려드는 시간들이 반드시 다시 온다는 것을"

요새 같은 시기에 '언제나 겁을 먹어라, 그러나 절대 놀라지는 말라'는 그의 신조를 마음에 새겨볼 필요도 있을 것 같습니다.

[뉴욕=AP/뉴시스]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주가 폭락에 한 거래인이 입을 가리고 서있다. 2020.02.28.[뉴욕=AP/뉴시스]27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주가 폭락에 한 거래인이 입을 가리고 서있다. 2020.02.28.
데이비드 드레먼은 저서 '역발상 투자'에서 폭락장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광기의 거대한 파도가 수그러들고 버블이 꺼지기 시작하면 대중은 과열장에서의 병적인 희열만큼이나 바닥 모를 패닉에 빠진다 너도나도 팔려고 난리통이 되면 신중함이나 합리성은 끼어들 자리가 없다. 투자자들은 터무니없이 비싼 가격도 비싸다고 생각하지 않고, 가격이 폭락하면 내재가치 따위는 망각한다"

"신중한 주식분석을 통해 추산된 주가라면 비록 현재의 시장가격과 차이가 크다고 해도 함부로 폐기하지 말라. 시간이 흐르면 시장가격은 원래 추산한 가격과 비슷한 수준으로 회귀한다"

투자의 고전들은 '시간이 약'이라며 고통을 참을 것을 권합니다. 하지만 치유의 시간이 얼마나 걸릴 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그래서 투자는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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