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4촌 혈족은 상속 4순위' 민법 조항 '합헌'

머니투데이 이미호 기자 2020.02.27 16:03
글자크기
헌재, '4촌 혈족은 상속 4순위' 민법 조항 '합헌'


망인의 '4촌 이내 혈족'까지 재산을 상속 순위를 부여한 민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서울중앙지법이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4호가 재산권이나 행복추구권 등을 침해한다"며 위헌심판을 제청한 사건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로 27일 합헌 결정했다.

민법 제1000조 제1항 제4호는 상속의 순위를 정한 것으로 직계비속, 직계존속, 형제자매에 이어 4순위로 '4촌 이내 방계혈족'을 두고 있다.



앞서 신용보증기금은 2017년 6월 고인 A씨에 대해 대위변제로 인한 구상금 채권 8200만원이 존재한다는 이유로 상속인들을 상대로 구상금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A씨의 1순위 상속권자인 배우자와 직계비속은 상속을 포기했다. 2순위 직계존속은 사망했다. 3순위 상속권자인 A씨의 형제도 상속을 포기하자 신용보증기금은 A씨의 4촌 형제 등 9명에게 A씨의 빚을 해결해달라고 청구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은 민법 1000조 1항 제4호 등 조항이 재산권 침해 또는 행복추구권을 침해할 염려가 있다며 직권으로 위헌제청신청 결정을 했다. 상속순위가 제4순위에 불과한 4촌 이내의 방계혈족들이 실질적으로 재산보다 채무가 더 많은 경우에만 상속인이 되도록 강제한 것은 헌법에 어긋난다는 취지다.

하지만 헌재는 만장일치로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다.

상속의 효과와 관련한 해당 조항이 피상속인의 4촌 이내 방계혈족을 선순위 상속인에 비해 차별 취급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이 금전, 부동산과 같은 '적극 재산'만을 상속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또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일률적으로 4순위 법정상속인으로 규정한 것이 자의적인 행사라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해당 조항은 피상속인이 사망하면서 상속이 이뤄지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상속 순위에 관한 법률적 분쟁을 사전에 예방하려는 규정"이라며 "동시에 혈족상속의 원칙을 입법화한 것이라 변화된 사회상을 고려하더라도 그 의미를 상실해 상속권 부여의 기준이 되지 못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경우에 따라 채무를 승계하도록 하거나 상속 포기나 소송 대응 등 상속에 관한 법률관계를 형성하도록 강제하지만, 방계혈족의 개인적 사정이나 피상속인과의 교류 여부 등 주관적 요소를 일일이 고려해 법률을 규정하기 어렵다"면서 "이러한 요소를 고려해 상속인의 기준을 정할 경우 상속을 둘러싼 법적 분쟁을 사전에 예방한다는 입법 취지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헌재는 또 "상속인이 없는 재산의 경우 법정 절차를 거쳐 최종적으로 국가에 귀속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조항은 피상속인의 4촌 이내의 방계혈족을 상속인에 포함시켜 혈족상속을 최대한 보장하고 상속에 대한 국가 개입을 최소화하기 위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