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 해외사업장인데" 코로나에 출장길 막힌 기업인들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20.02.28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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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미국뿐 아니라 중국도 "14일 격리후 방문"…개발인력 방문 지연에 공장 차질

중국 산둥성 웨이하이국제공항에서 25일 방역요원들이 제주항공편으로 입국한 승객들을 버스에 태우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사진=뉴시스중국 산둥성 웨이하이국제공항에서 25일 방역요원들이 제주항공편으로 입국한 승객들을 버스에 태우고 있다. (사진=독자 제공) /사진=뉴시스


"한국인은 입국 후 14일 동안 증상이 없어야 사업장을 방문할 수 있습니다."

한 국내 대기업의 유럽 지사에서 내린 지침이다. 코로나19(COVID-19) 사태로 한국 확진자 수가 급증하면서 국내 기업의 본사 직원이 해외 사업장에 방문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다.

예정됐던 행사와 회의가 미뤄지는가 하면 현지 공장 관리에 공백이 발생하면서 생산 지연과 차질까지 빚어지고 있다고 한다.



현재 유럽과 미국 등 상대적으로 확진자 수가 적은 나라뿐 아니라 코로나19 발병지로 꼽히는 중국까지도 한국인 직원의 방문을 막는 경우가 많다. 당국 차원에서 한국인 입국 금지를 하고 있지 않는데도 방역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한국인 직원 방문을 막기로 했다는 설명이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신종코로나 확산으로 저희뿐 아니라 다른 한국 기업 현지사업장도 같은 상황이라고 들었다"며 "공장이 안정화돼 잘 가동되는 곳은 그나마 괜찮지만 공장 초기 세팅을 하고 있는 업체의 경우는 한국에서 출장자 방문이 잦을 수밖에 없어 애로가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코로나19 사태의 진원지인 중국은 아예 공항에서부터 한국인을 14일간 격리조치하고 있어 기업들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중국엔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공장이 다수 있다. 기업들은 현재 직원의 건강을 고려해 해외출장 인원을 최소화하고 있지만 정상적인 공장 가동을 위해 일부 엔지니어와 개발자 등의 해외 공장 방문은 필수적이라고 호소한다.

중국에 생산공장을 둔 기업의 관계자는 "중국 지자체별로 지침이 다른데 대체로 공항에서 한국인을 지정한 호텔로 인솔한 뒤 14일간 격리시키며 건강상태를 체크하고 있다"며 "개발과 공장 셋업은 한시가 급한데 고충이 크다"고 말했다.


재계는 한국인 산업인력의 경우 격리조치를 예외로 해달라고 정부에 건의하고 있다. 국내 공인의료기관에서 검사를 받은 경우 한국인 직원을 산업 현장에 즉시 투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해외 사업장의 위생관리와 방역체계 점검도 받겠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무상 해외 사업장 방문이 잦은 인력의 경우 현지에서 한국에 돌아오지 못하는 상황도 벌어진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잠시 귀국했다가 다시 현지사업장으로 돌아가면 입국이 금지될 수도 있다고 해 3월 말까지 현지에서 대기하라는 지시가 떨어졌다"며 "한국에서도 추가 출장자가 못 오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의는 화상으로 대체하고 있지만 대면미팅이 필수적인 개발 부문에서는 방법이 마땅찮다"며 "정부에 건의하고 있지만 언제 황이 나아질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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