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도 못 막는 '명품 사랑'...이 와중에도 줄 서기

머니투데이 오정은 기자 2020.02.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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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19 확산에 소비심리 위축되며 백화점 매출 급감…명품관 매출은 되려 증가세

22일 신세계백화점 광주점 명품관의 디올 매장에 고객들이 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22일 신세계백화점 광주점 명품관의 디올 매장에 고객들이 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다.


직장인 김모씨(31)는 코로나19 확산으로 2주간 외출을 하지 않다 지난 22일 광주 신세계를 찾았다. 전염 우려에 내점객이 적을 거란 기대와 달리 백화점에는 사람이 적지 않은 데다 루이비통·구찌·디올 매장에는 마스크를 쓴 고객들이 줄 서서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김씨는 "루이비통 매장을 방문했는데 갈 때마다 구할 수 없었던 알마BB 모노그램 가방을 구할 수 있어 기쁘다"며 "중국 현지 매장이 장기간 문을 닫으면서 부족했던 품목의 재고가 한국으로 들어왔다는 설명을 들었다"고 말했다.



국내 코로나19(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확진자수가 1000명을 돌파하면서 소비심리가 꽁꽁 얼어붙었지만 백화점 명품관에는 손님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백화점 전체 내점객은 크게 줄었지만 명품관 매출은 코로나19 확산에도 불구, 역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

26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지난주(2월17일~23일) 신세계백화점 전점의 1주일간 명품관 평균 매출은 전년대비 7.4%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명품관의 매출 비중이 전체의 40%에 달하는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의 경우 명품관 매출이 전년비 25.6% 껑충 뛰었다. 신세계 강남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지하 식품관에 방문한 것으로 밝혀지면서 식품관을 23일 하루 휴점했다.



롯데백화점도 2월17일부터 23일까지 명품관(해외패션) 매출이 10.4% 증가했다. 같은 기간 백화점 전점 매출이 코로나19 확산에 20.4% 하락한 것과 비교하면 30% 포인트 성장 격차를 벌린 셈이다. 현대백화점도 2월 들어 1일부터 23일까지 전체 매출이 11.7% 감소했지만 명품관 매출은 9.3% 성장했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고객들이 외출을 자제하면서 전체 매출이 크게 줄고 있으나 명품관은 양호한 매출을 보이고 있다"며 "하지만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화되며 확진자수가 급증하자 지난 주말부터는 명품관 매출 성장도 주춤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현대백화점의 지난 주말(2월22일~23일) 이틀간 전점 매출이 15.3% 하락하는 동안 명품관 매출도 1.2% 소폭 내림세를 나타냈다.


26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화장품 코너. 내점객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6일 신세계백화점 강남점 1층 화장품 코너. 내점객이 줄어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코로나19 확진자수가 1000명을 돌파한 26일 낮 신세계 강남점은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모든 점원이 마스크를 쓴 채 영업 중이었고, 고객들에게도 마스크를 써 달라는 표지판을 내 걸었다.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1층 화장품 매장 고객이 크게 줄어든 모습이었다.

이날 내점한 서울 반포에 거주하는 이모씨(43)는 "집에만 있으니 너무 답답하고 괜히 물욕이 늘어나는 것 같아 백화점을 찾았다"며 "귀걸이나 트윌리(작은 스카프)같은 작은 쇼핑으로 기분전환을 하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이씨는 "신강(신세계강남점) 주차가 이렇게 여유 있는 건 오랜만"이라고 덧붙였다.

루이비통·구찌·버버리 등 글로벌 명품 기업의 중국 현지 영업이 개점 휴업 상태에 돌입하면서 국내에서 항상 품절이던 제품들의 재고가 확보돼 명품관을 찾은 사람도 많았다. 매장에서 재고 확보시 고객에게 문자를 보내 내점한 것이다.

백화점업계 관계자는 "명품의 경우 오랫동안 구매 계획을 세워 구매를 실행하는 경우와, 고객들의 구매력이 경기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 사람들이 많아 소비탄력성이 매우 낮은 것이 특징"이라며 "지난해부터 명품 매출은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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