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옛말 돼버린 '검은 황금' 오일샌드 개발 붐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2.26 0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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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간 오일샌드 프로젝트 진행해온 캐나다 최대광산기업, 결국 개발포기 선언

캐나다 앨버타 주의 한 정유공장. /사진=AFP캐나다 앨버타 주의 한 정유공장. /사진=AFP


캐나다 최대 광산개발 기업이 10년 가까이 진행해온 오일샌드 개발의 포기를 선언했다. 쥐스탱 트뤼도 정부의 탈탄소화 정책이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지만, 오일샌드 산업이 점차 위축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결정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2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캐나다 광산개발기업 테크리소스는 23일 밤 성명을 통해 "서부 앨버타주의 오일샌드 유정 개발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테크리소스는 지난 10년간 이 지역에서 유정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206억 캐나다달러(약 18조7752억원)가 들어간 이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일일 평균 원유 생산량은 26만배럴이 될 것으로 추산했다. 테크리소스는 9500개의 일자리와 700억 캐나다달러 이상의 지방정부 수익을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환경' 트뤼도 정부에 발목잡힌 석유산업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사진=AFP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사진=AFP
앨버타주의 제이슨 케니 주총리는 회사의 유정 개발 포기와 관련해 트뤼도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테크리소스의 결정은 실망스럽지만 놀랍지는 않았다"며 "이번 일은 정부가 자국민의 이익을 위해 목소리가 큰 소수민족 앞에 나설 용기가 부족할 때 일어나는 상황"이라고 일갈했다.



2015년 정권을 잡은 트뤼도 총리는 205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트뤼도 정부는 2015년 체결된 파리기후변화협약을 가장 강력하게 옹호하는 세계 정부 중 하나이기도 하다.

최근에는 캐나다 원주민 부족인 웨추웨센 원주민들과 환경단체들이 캐나다 브리티시 컬럼비아주를 관통하는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건설 사업에 반대하는 대규모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시위가 불법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도 트뤼도 총리가 구체적인 조치는 하나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반발했다.

캐나다는 하루에 약 600만배럴의 석유를 수출하고 있으며 세계 4위 석유 생산국이다. 캐나다산 석유는 생산량의 60%가 오일샌드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어 이와 관련된 유정 개발이 중요하다. 하지만 캐나다의 오일샌드 유정 개발은 트뤼도 정부가 집권한 2015년부터 줄곧 하락세를 타고 있다. 2018년 캐나다 오일샌드 개발 투자액은 120억 캐나다달러로, 2014년 339억캐나다달러의 3분의 1수준이었다.


석유산업 위축, 전세계적 추세?
/사진=AFP/사진=AFP
하지만 이 같은 석유산업 위축은 한 정부의 정책방향 때문이 아닌 전세계적 추세라는 분석도 나온다.

앤드류 리치 앨버타대 에너지경제학과 교수는 "일부는 이 프로젝트의 종료를 석유 개발사업에 치명적인 타격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는 실용적인 결정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는 "테크리소스는 한 프로젝트가 캐나다의 모든 기후정책과 기후 약속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상황이 부담스러웠을 것"이라면서 "전세계 투자자들은 수십억 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건설하기 위해 테크리소스 만한 회사를 도울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NYT는 "새로운 파이프라인에 대한 저항과 높은 생산비용은 오일샌드 분야에 대한 투자를 꾸준히 감소시켰다"며 "미국의 코노코필립스와 로열더치셸, 노르웨이의 에퀴노르 등 국제 석유회사들의 퇴출이 있었다"고 전했다.

시장 전망에 대한 의문도 있다. 전세계 원유 수요는 매일 약 1억배럴로 매년 1%씩 증가하고 있지만 이같은 성장 속도는 2025년부터 느려질 것으로 예측된다. 국제에너지기구는 "정부의 규제 증가와 전기자동차 일반화 등으로 2040년 원유 수요는 하루 6700만배럴로 떨어질 수 있다"며 "이 같은 수요 감소는 사우디아라비아처럼 가격이 싼 곳으로 생산을 집중시킬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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