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 흩어진 의심자…캄보디아 '제2 우한' 우려

머니투데이 한지연 기자 2020.02.18 13:41
글자크기

1000명가량 각국으로, 다른 1000명은 배 안에 남아

1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항에서 내리는 웨스테르담호 승객들/사진=AFP14일(현지시간) 캄보디아 시아누크빌항에서 내리는 웨스테르담호 승객들/사진=AFP


캄보디아에서 일부 하선한 크루즈선 '웨스테르담'호에서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감염자가 발생하며 이 배가 제 2의 진원지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1000여명의 탑승객들이 이미 배에서 내려 캄보디아를 활보하거나, 3개 대륙으로 흩어진 뒤라 경로 추적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와 로이터 등 외신은 웨스테르담호에서 내린 뒤 귀국하려던 미국 여성이 코로나 19 확진 판정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이 여성은 다른 승객 144명과 함께 경유를 위해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해 고국행 비행기를 기다리던 중, 발열 등 증세를 보여 바이러스 검사를 받았다. 이후 말레이시아는 웨스테르담호에서 내린 승객이 자국을 경유하지 못하도록 했다.



보건 당국은 발칵 뒤집어졌다. 자신만만하던 캄보디아는 검역을 소홀히 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캄보디아는 앞서 14일 웨스테르담호 순차적인 하선을 결정하며 탑승자 중 코로나19 감염자가 없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탑승객 2257명 중 감기 등 증상이 있던 20명만 검사를 실시하고 나머지는 설문조사만을 한 채 하선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확진자인 미국인 여성 역시 이때 검사를 받지 않았다.

캄보디아 측은 확진자 소식에 부랴부랴 추가 하선을 금지시켰지만 이미 탑승객의 절반이 넘는 1200여명이 배에서 내린 뒤였다. 말레이시아로도 가지 못한 이들은 캄보디아 전역의 호텔에서 숙박하며 관광을 하거나, 미국과 인도네시아, 캐나다 등으로 흩어졌다. 이 때문에 경로 추적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바이러스 검사조차 받지 않은 이들이 전세계로 흩어지면서 웨스테르담호가 제 2의 코로나 확산 기폭제가 될 수 있단 걱정이 커진다. 윌리엄 샤프너 미 밴더빌트대 전염병학 교수는 뉴욕타임스(NYT)에 "이번 사태가 전환점이 될 수 있다"며 "하선한 모든 승객이 2주간 자가 격리를 실시하고 추적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사인 홀랜드 아메리카는 관계 당국·세계 보건기구와 함께 크루즈 선에서 내린 승객과 승무원, 접촉자들을 추적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미 자국으로 돌아간 승객 등은 해당 지역 보건당국이 접촉할 계획이다.

미처 하선하지 못하고 배 안에 남게 된 이들도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승객들은 확진자가 무더기로 연일 발생하고 있는 일본의 다이아몬드 프린세스호와 같은 처지가 될까 공포에 떨고 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