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기소 분리' 변호사들도 둘로 갈렸다

머니투데이 유동주 기자 2020.02.18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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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공소장 공개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1일 오후 경기 과천 법무부 청사에서 진행된 취임 후 첫 공식 기자간담회에서 공소장 공개 기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검찰의 '수사-기소 분리' 추진 방안을 밝히면서 법조계를 중심으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부산지방검찰청을 방문해 검사를 포함한 직원들을 상대로 한 간담회에서 "수사는 소추(기소)에 복무하는 개념으로 독자적 개념이 아니다"며 수사와 기소의 연속성을 강조하는 내용의 발언을 한 것이 알려져 장관과 총장의 의견대립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

검찰은 윤 총장의 간담회 발언은 검사의 역할에 대해 원론 수준으로 말한 것 뿐이라곤 했지만, 결국 추 장관의 분리방침이 검사의 원론적 역할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윤 총장은 "수사는 기소 대상 사건에 대해 수사를 하는 것"이라며 "소추(기소)를 위한 게 수사"라고 강조한 바 있다.

'수사-기소 분리'='검찰 통제' 방안
'수사-기소 분리' 논란을 두고 법률전문가들도 한쪽으로 쏠리지 않고 의견이 양분되고 있다. 형사사건을 주로 다루는 변호사 10명에게 자문을 구한 결과 4명이 기존대로 하는 것이 맞다고 한 반면, 6명은 추 장관 방안대로 분리해 운영하는 것도 시도할 만 하다고 답했다.



변호사들은 검찰과 검사의 역할을 어떻게 보느냐의 관점에 따라 입장이 갈릴 수 있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검찰을 현재보다 더 통제하거나 감시해야 한다는 입장에서 보면 수사-기소를 분리해 운영하는 방안을 해 보는 게 낫다는 견해다.

반면 검찰 조직의 특수성을 인정해주고 독립성을 보장해주는 측면에서 보면 윤 총장 의견대로 검사가 수사와 기소를 연속성을 갖고 가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

다시 말해 추 장관 방안은 결국 '검찰 통제'라는 관점에서 나온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검찰은 수사검사가 기소여부까지 결정한 뒤 재판에 들어가면 주로 연차가 낮은 검사들이 공판을 전담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수사와 기소는 연결돼 있고 법정에 출석해서 공판을 담당하는 검사만 사실상 별도로 운영된다.

검찰은 이제까지 공판 과정만 별도로 전담 검사를 두는 이유에 대해 검사가 담당하는 사건이 과다해 법정 출석 업무까지 검사가 모두 하기엔 물리적으로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입장이었다.

따라서 검경수사권 조정이 되기 전까지만 해도 검찰에선 검사를 늘려 공판까지 나갈 수 있어야 수사부터 시작한 검사가 재판 결과까지 책임지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주장이 있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윤석열 검찰총장이 10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지검장 및 선거 담당 부장검사 회의'에 참석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추 장관 방안대로 시도할 필요 있다"
8년차 A 변호사는 "장기적으론 추 장관 방안대로 해 볼 필요가 있다"며 "수사부담이 적어지니까 구분해서 운영할 수 있다면 법개정 등을 통해서 할 수 있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이어 "검사가 수사관처럼 현장에서 수사하는 것도 아니고 서류만 보고 수사하는 건데 기소 판단을 다른 검사가 하는 것도 검사 통제라는 점에선 의미가 있다"고 했다. 그는 "윤 총장의 발언은 마치 검사가 수사관처럼 일하는 것처럼 묘사했는데 지금까지 공판부를 별도로 둔 것을 보면 기소단계부터 구분하는 게 안 될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운용 변호사(다솔 법률사무소)는 "기소판단 만큼이나 공판과정에서 검사가 유죄입증을 하는 게 중요한데도 지금까지는 막내 검사들이 훈련과정으로 공판을 전담해왔다"며 "검찰이 이제와서 새삼 법원의 공판중심주의, 구두변론주의 충실을 강조하는 것은 이제까지 해온 것은 잘못된 것임을 자인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필우 변호사(법무법인 예율)도 "기소를 분리하면 더 객관적으로 기소여부를 볼 수 있다"며 "수사를 하면 검사는 기소를 하려는 방향으로 수사를 할 수 밖에 없는데 그렇게 하다보면 억지로 짜맞추기 수사를 하는 경우가 생긴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보면 무리한 기소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호영 변호사(법무법인 삼율)도 "기소 여부를 독립해서 판단하게 되면 객관적인 기소 또는 객관적인 불기소가 가능해질 수 있다"며 "수사를 제대로하고도 상부 지시로 부당하게 그냪 덮는 경우도 방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수사와 기소는 연속성있는 업무"
반면 김소연 변호사(법무법인 법승)는 "취재만 하는 기자와 기사 작성 기자를 구분할 수 없듯 검사도 수사만 하고 기소는 다른 검사에게 맡기라고 하면 말이 안 된다"며 "수사는 기소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단계로 볼 수 있다"고 했다.

B 변호사 역시 "장관의 의도는 알겠지만 검사들 입장에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생각은 해보지 않았을 것"이라며 "수사부담이 줄어 든 만큼 차라리 수사와 기소 그리고 공판까지를 아예 한 검사가 끝까지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검사 출신 C 변호사도 "공판 과정만 별도로 돼 있는 현행 방식도 수사과정을 제대로 이해못한 공판검사가 법정에서 엉뚱한 소리를 하는 경우가 있다"며 "일관성이 없이 수사, 기소를 각각 다른 검사가 한다면 사건을 맡은 검사들의 책임성에 문제가 있을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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