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가 쏘카로부터 독립하는 진짜 이유는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0.02.13 05:50
글자크기

타다 4월 쏘카와 법인 분리…사업 제휴·투자 유치 시 유리 vs 꼬리 자르기

박재욱 VCNC 대표와 이재웅 쏘카 대표. / 사진=김창현 기자 chmt@박재욱 VCNC 대표와 이재웅 쏘카 대표.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승차호출 서비스 '타다'가 독립한다. 오는 4월 모회사 '쏘카'로부터 분할돼 독립기업으로 새 출발한다. 그동안 '타다'는 쏘카와 자회사인 VCNC가 함께 운영해왔다. 국내외 투자 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이라는 해석부터 '타다' 현행법 위반 1심 선고를 앞둔 상황에서 '꼬리 자르기 아니냐'는 시각이 공존한다. 진짜 속사정은 뭘까.

12일 쏘카에 따르면 이번 기업 분할은 각 사업부문의 핵심역량을 기반으로 한 경쟁력 제고, 국내외 투자 유치 확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 확대 등을 목표로 혁신과 성장에 나서기 위한 결정이라는 설명이다.



혼재된 일부 인력 쏘카·타다로 분리 배치…사업 제휴 이점
분할 방법은 인적 분할이다. 분할 이후 현 쏘카 주주들은 동일비율로 타다의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박재욱 타다 대표는 "오랜 고민 끝에 타다의 사업 경쟁력 제고와 더 큰 성장을 만들어나가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타다 플랫폼을 시작한 이후 끊임없이 가시밭길을 걷고 있지만, 잘 이겨내고 지속 가능한 기업을 만들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타다는 2018년 10월부터 시작한 타다 사업을 승계한다. 쏘카 역시 기존의 차량공유(카셰어링) 사업을 그대로 지속한다. VCNC를 이끌어온 박재욱 대표가 새 신설법인 타다(가칭)를 이끌고 이재웅 대표가 쏘카를 책임진다. 각사의 사업 모델과 경영진에 변화가 없는 셈이다.

다만 법인이 분리되면서 그간 일부 혼재돼 있던 각사의 인력들을 쏘카와 타다로 이동 배치한다. 쏘카와 타다 간 사업을 명확히 구분짓는 것이다. 타다 관계자는 “기존 타다와 쏘카는 자회사와 모회사로 서비스를 같이 해왔는데, 독립법인 출범으로 각 대표가 독립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사는 법인 분할로 사업 기회 확장 효과를 노린다. 사업 제휴면에서 유리해진다는 판단에서다. 일례로 타다가 독립 법인으로 사업을 하게 되면 쏘카로 인해 어려웠던 다른 렌터카와의 제휴가 쉬어진다. 이로써 다양한 기회를 모색하며 자사에 최적화된 사업을 추진할 수 있다.
승차호출서비스 '타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사진=승차호출서비스 '타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사진=

'타다' 부정적 인식으로 '쏘카' 투자도 어려워져…"투자자 의견 반영한 결정"
이번 결정은 무엇보다 투자 유치를 확대하기 위한 목적이 크다는 분석이다. 투자자마다 두 사업분야에 대한 선호도가 다른데, 하나로 통합해놔 쏘카와 타다 모두 투자 유치가 어려웠을 것으로 업계는 본다. 각각 법인을 나눠 투자를 유치하는 게 훨씬 효율적이란 얘기다. 투자자들의 입김도 작용했다. 타다 관계자는 "이번 결정엔 투자자들의 의견도 반영됐다. 타다와 쏘카에 각각 투자하고 싶은 이들의 니즈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현재 타다의 불안해진 입지도 고려된 조치로 보인다. 택시업계와 첨예한 갈등을 빚어온 타다를 둘러싼 법정 공방이 계속되는 가운데 검찰은 지난 10일 결심공판에서 이 대표와 박 대표에 대해 ‘무면허 여객자동차 운송사업’을 한 혐의로 각각 징역 1년을 구형했다. 오는 19일 법원의 선고를 앞두고 있다. '타다 금지법' 역시 지난해 국회 파행으로 해를 넘겼지만, 여전히 법사위에 계류 중이다.

이에 비해 쏘카는 해마다 덩치를 키우며 안정적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쏘카를 위해 타다와 분리시키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나온다. 애꿎은 쏘카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인식이 적지 않은 타다와 하나로 묶이면서 신규 투자자 유치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업계 한 관계자는 "실제로 타다가 불법택시 이슈로 검찰에 기소되면서 부정적 이미지가 분명 존재한다"며 "미래를 보고 돈을 써야 하는 투자자 입장에선 타다 때문에 쏘카 투자까지 꺼리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결과적으로 '타다' 사업이 그대로 유지되든, 법적 이슈로 중단되든 더 늦기 전에 쏘카로부터 분리하는 것이 낫다는 전략적 판단에 따른 결정으로 보인다.

한편, 이재웅 대표는 12일 밤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을 통해 "오랜 고민 끝에 타다의 사업 경쟁력 제고와 더 큰 성장을 만들어내기 위해 내린 결정"이라며 "새로운 여정이 ‘모빌리티 유니콘이 아니라 ‘모빌리티 유니콘 목장’이 만들어지는 시작이 될 것으로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고 언급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