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진자 135명 나온 日 크루즈, 승무원 4명이 욕실 같이 써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20.02.11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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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FP/사진=AFP


3700여명의 사람들을 태운 채 요코하마항에 정박 중인 일본 크루즈선 내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신종 코로나)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1000명에 달하는 승무원 안전은 뒷전이 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폐쇄된 공간에서 바이러스 확산을 더 쉽게 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승객은 서로 6피트 거리 유지…승무원은 욕실 4명이서 나눠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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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날 기준 일본 당국이 발표한 '다이아몬드 프린세스' 크루즈선 내 누적 확진자 135명 가운데 최소 10명의 감염자가 선상 근로자로 파악됐다.

NYT에 따르면 승객들이 선실에 고립된 채 산책시에도 감염을 방지하기 위해 상호간 6피트(약 1.8m)의 간격을 유지하고 있는데 비해 승무원들은 갑판 아래 팔꿈치가 서로 닿는 업무공간에서 일하고 있다.



승객들에게 최대한의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승무원들은 비좁은 공간에서 일하고 있다는 내용인데 욕실은 최대 4명까지 나눠서 쓰고 선실은 2인이 공유하는 경우가 많다. 식사는 간단한 뷔페식으로 해결하는데 공동 식사를 하는 셈이다. 승객들 간 바이러스 확산이나 일본 해안에 전염병이 퍼져 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선원들의 건강과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여객선에는 승객이 2500여명, 승무원이 1000여명 타고 있으며 승객들이 대부분 부유한 나라의 출신인데 비해 승무원들 중 상당수가 인도, 필리핀 등 개발도상국 출신인 것으로 보도됐다.

실제로 인도 출신으로 여객선 내 식사를 준비하고 설거지를 담당하는 직원 사르카르씨는 페이스북에 동영상을 올리고 "이 배는 작은 도시와 같아서 바이러스 확산이 매우 쉽다"며 바이러스가 더 퍼지기 전에 자신과 동료들을 하선시켜 줄 것을 인도 정부에 요청하기도 했다.



◇하룻 밤새 확진자 두배, 누굴 위한 격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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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 기준 이 크루즈선에서 추가로 발생한 확진자 수는 65명이어서 누적 확진자가 135명이 됐다. 하룻 밤새 확진자가 두 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 무더가 감염자가 나온 탓에 이 크루즈선이 바이러스를 배양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왔다.

존 린치 워싱턴대학 감염병학 부교수는 크루즈선을 "우한과 비슷하면서 규모가 훨씬 작은 환경"에 비유하면서 "선원들을 강제로 합숙시키면서 바이러스 전염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봉쇄조치는) 격리구역 안이 아닌 격리구역 밖의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확진이 판명된 승무원 중에는 식당 담당 두 명, 음료 서비스 담당 두 명, 객실 청소원 한 명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들이 승객들과도 마주치는 점을 고려할 때 크루즈선 봉쇄 조치가 답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꾸준히 나왔다.

니혼게이자이는 "크루즈선이라는 폐쇄된 공간이 감염을 확산시킨 것으로 보인다'며 "(확진된 직원들은)승객과 접촉이 많은 위치에 있어 승객과 승무원 간 감염이 일어났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한편 이날 니혼게이자이에 따르면 일본 후생노동성은 신종 코로나 감염 위험이 높은 고령자나 지병을 가진 사람들 위주로 11일부터 하선시켜 병원으로 수송 조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5일부터 2주간 확진자를 제외한 승객 전원을 대기시킬 방침이었지만 사실상 이들에 대한 바이러스 검사도 하기도 어려운 상황인 점 등이 고려된 것으로 풀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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