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News1
미국 사람들도 언제나 같이 수상 후보에 오른 배우, 감독들에 대한 배려의 멘트를 잊지 않는다. 그러나 주인공의 자리를 양보할 정도로 하지는 않는다. 봉 감독은 아예 스코세이지 감독을 시상식의 주인공으로 만들어 버렸고 각본에 없는 기립 박수를 이끌어 냈다. 이런 것은 전형적인 한국식 겸손이다.
봉 감독은 스코세이지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라는 명언을 소개하면서 누구의 말인지를 남겨 두었다가 통역이 끝나면서 자신이 바로 영어로 ‘위대한 마틴 스코세이지’라고 한다. 통역을 쓰던 사람이 갑자기 능숙한 영어로 가장 임팩트가 큰 내용을 직접 말하면 그 효과는 배가된다. 봉 감독은 그간 각종 토크 쇼에 출연하면서 이 방식을 즐겨 썼는데 이것이 미국 사람들의 호감도를 계속 높여왔고 결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의 우호적인 분위기로 연결된 것이다.
마지막 작품상 수상 때 관객 모두가 기립 박수를 친 것은 진심으로 ‘기생충’의 수상을 축하한 것이다. 미국 사람들은 우리처럼 별 마음은 없어도 인사치레를 하는 데는 약하다. 45초 경과로 무대 조명이 어두워져서 할 말들이 남은 채 파장되려고 하자 맨 앞 열에 앉아 있던 ‘미국의 국보’ 톰 행크스를 비롯한 거물들이 라이트를 다시 켜라고 합창 구호를 외쳐 다시 조명이 들어왔다. 뉴욕포스트는 행크스가 ‘기생충’ 앙코르를 주도했다고 보도했다.
작년에 ‘로마’를 제친 ‘그린북’의 작품상 수상을 놓고 말들이 많았는데 이번 ‘기생충’의 수상이 그 일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라는 말까지 나왔다. ‘기생충’은 봉 감독의 ‘설국열차’처럼 미국 관객들의 정서에 적응하려고 한 영화가 아니다. 그냥 한국어로 제작된 한국 영화다. BTS가 그러고 있는 것처럼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라는 말을 확인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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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9년에 시작된 아카데미상은 봉 감독이 ‘로컬’이라고 말한 것처럼 미국 영화계의 축제다. 할리우드도 1927년에 파라마운트의 최초 발성영화 ‘재스 싱어’가 성공하면서 비로소 성장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미국이 1차 세계대전을 전후해 초강대국이 되면서도 그냥 미국적인 것으로 머물러 있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외부에서는 이를 배타적인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아카데미는 최근에는 보이콧까지 나올 정도로 다양성 문제로 홍역을 앓았다.
‘기생충’의 수상은 아카데미를 ‘로컬’에서 벗어나게 했고 인종, 언어, 국적 다양성을 일거에 성취해 주는 큰 의미가 있다. 스페인어 멕시코 영화 ‘로마’와도 의미가 다르다. 시상식을 지켜보던 미국 청년 하나가 한 말이 이번 일에 대한 미국인들의 마음을 요약한다.
“아카데미가 드디어 일냈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아이엠 쏘리 해피." 마지막으로, 이번에 직접 등장은 못 했지만 위대한 한국 배우 송강호씨를 잊어서는 안될 것이다. 그 점은 "아이엠 해피 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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