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임, 어렵게 구원투수 찾았는데…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2020.02.10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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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임자산운용 / 사진제공=외부라임자산운용 / 사진제공=외부


"지난주 중반까지 고민을 많이 했다. 앞으로 희생 봉사하겠다. (라임 사태)문제를 푸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으면 한다"

라임자산운용 이종필 전 부사장의 잠적으로 3개월간 공석이던 최고운용책임자(CIO)의 사무실에 10일 다시 불이 켜졌다. 라임의 대체자산관리본부장을 겸임하며 본부 산하 모든 펀드관리 및 자금 회수를 맡게 된 문경석 신임 CIO는 "그동안 반성과 정비의 시간을 가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라임은 지난달 20일 CIO 채용공고를 내고 새로운 투자사령탑을 찾아 나섰고, 환매협의회 등의 추천을 받아 삼성자산운용 상장지수펀드(ETF) 본부장 출신의 문 씨를 새 CIO로 낙점했다. 최종 면접 후보는 문 전 본부장 1인으로 판매사와 라임의 반응이 호의적이었다는 후문이다.



그는 대우증권에서 채권부, 자금부, 트레이딩 부서 등을 거쳐 도이치자산운용, KB자산운용에서 근무했고, 2015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삼성자산운용 내 핵심 부서인 ETF본부를 이끈 금융 전문가다. 삼성자산운용은 국내 ETF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달리는 절대 강자다.

그의 '라임행(行)'에 대해 한 금융권 관계자는 "라임이 지금처럼 어려울 때 능력 있는 인재가 합류한다는 것은 불행 중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문 CIO는 자본시장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실무 경험을 갖춰 수렁에 빠진 라임 펀드 문제를 해결하는데 실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기대감이다.



그러나 일각에선 눈길이 곱지 않다. 전임자인 이 전 부사장의 도피로 절대절명의 위기에 처한 상황에서 라임이 왜 하필 최근 급작스레 회사를 떠나야 했던 인물을 영입했어야 했냐는 지적이다. 문 CIO는 사규 위반을 이유로 지난해 11월 삼성자산운용 상무(본부장) 자리에서 불미스럽게 물러났다.

라임 사태 해결에 고민이 많은 금융당국도 당혹스런 모습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우리 데이터베이스(DB)에는 징계기록이 없어 사전 점검 등을 할 수 없었다"며 "대주주 적격성 심사도 아니고 민간 운용사의 임원 선임에 대해 당국이 개입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다.

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2019년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에서 최근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브리핑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이종필 라임자산운용 부사장이 2019년 10월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IFC에서 최근 6200억원 규모의 사모펀드 환매 중단 사태와 관련해 브리핑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이에 대해 문 CIO는 "제가 과거 처신을 잘못해서 발생한 사안"이라며 "이번 일로 믿고 따랐던 분들의 상심이 컸을 것"이라고 사과했다.

그는 "지난 두달 동안 (새 일을 시작하는데) 지장 없도록 문제들을 해결했지만, 라임 CIO 자리를 제안 받았을 때는 저도 솔직히 당혹스러웠다"며 "시장이 어려움에 처해 있을 때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으로 (라임 합류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동안 금융시장에서 성장해 온 제 경험을 살려 (현안들에) 정면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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