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성장률 0%로 떨어진다"…'사스'와는 비교 못할 공포

머니투데이 뉴욕=이상배 특파원 2020.02.09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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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브리핑]

"중국 성장률 0%로 떨어진다"…'사스'와는 비교 못할 공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때문에 사람들이 외출하지 않고 쇼핑도 하지 않는다. 경제적 타격이 중국에 집중되면서 올 1/4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0%에 그칠 것이다." (에드 하이먼 에버코어ISI 회장)

심지어 '제로성장'이란 극단적 비관론까지 나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경제에 미칠 충격에 대한 시장의 공포를 대변한다. 여행과 소비의 급감 뿐 아니라 중국내 공장 가동 중단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 혼란까지. 시장은 2003년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사태를 훨씬 뛰어넘는 글로벌 경제의 타격을 우려하고 있다.



中 공장 재가동 연기에 글로벌 공급망 충격
8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워릭 매키빈 호주국립대 교수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에 따른 세계 경제의 피해가 최대 1600억달러(약 190조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중국 제조·물류허브인 우한시를 비롯한 중국내 공장들의 조업 중단에 따른 글로벌 공급망의 충격까지 고려한 수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중국의 춘제(春節·중국 설) 연휴 연장은 우리나라 제조업체들의 부품 수급 차질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현대자동차는 4∼11일, 쌍용자동차는 4∼12일 공장별 순차 휴업에 들어갔다.



연장된 춘제 휴무는 9일로 끝나지만 일부 글로벌 기업의 중국내 합작법인 공장들은 조업 재개 시점을 추가로 늦추기로 했다. 토요타는 톈진시와 쓰촨성, 지린성, 광둥성 등에 위치한 공장의 재가동을 17일로 미뤘다. 혼다 역시 중국내 공장의 가동 재개 시점을 14일 이후로 연기했다.

올 1/4분기 중국의 경제성장 전망치는 갈수록 낮아지는 추세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는 중국의 1/4분기 GDP(국내총생산) 성장율을 4.5%로 예상했다. 중국의 GDP 집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당초 5.9%를 예상했던 호주 투자은행 매쿼리는 4%로 대폭 낮춰 잡았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1/4분기 성장률이 불과 2.0%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경제적 충격이 과거 사스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으로 예상했다. 사스가 창궐했던 2003년 2/4분기 중국의 경제성장률은 9.1%로 전분기 대비 2%포인트 하락한 뒤 다음 분기 10.0%로 회복했다. 당시 글로벌 경제에 미친 타격은 미미했다.

그러나 이번엔 사정이 다르다. 손성원 미국 로욜라 메리마운트대 교수는 "과거 사스는 공장이 밀집돼 있지 않은 곳에서 주로 발생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중국 남부 공업 중심지에서 확산됐다"며 "또 2002년엔 중국이 전세계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에 불과했지만 지금은 20%에 가깝다"고 강조했다. 현재 중국이 글로벌 공급망에서 차지하는 지위도 무시할 수 없다.

"지금 나오는 경제지표 의미 없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따른 글로벌 경제 충격이 깊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 지난 주말 뉴욕증시는 나흘만에 내림세로 돌아섰다.

7일 블루칩(우량주) 클럽인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는 전날보다 277.26포인트(0.94%) 떨어진 2만9102.51에 거래를 마쳤다. 대형주 위주의 S&P(스탠더드앤드푸어스) 500 지수는 18.07포인트(0.54%) 하락한 3327.71을 기록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종합지수는 51.64포인트(0.54%) 내린 9520.51에 마감했다.

고용호조 소식도 장세를 뒤집진 못했다. 이날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미국의 비농업 부문 신규 취업자 수는 22만5000명으로 당초 시장이 예상한 16만명을 크게 웃돌았다.

어센트캐피탈운용의 톰 해인린 전략가는 "지금 나오는 경제지표는 모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창궐하기 전의 것들이란 점에서 의미가 없다"며 "새로운 상황을 반영하는 경제지표들은 3월 중순에나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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