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라임 손실률…고심 중인 증권사 CEO들

머니투데이 김소연 기자 2020.02.09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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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오대일 기자


환매가 중단된 라임자산운용 2개 모펀드(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 손실이 50% 미만인 것으로 확인되면서 관심은 증권사 TRS(총수익스왑) 계약으로 쏠린다. 증권사들의 움직임에 따라 투자자들의 원금 회수 규모가 변할 수 있는 탓이다.

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삼일회계법인은 지난 7일 라임자산운용에 2개 모펀드(테티스 2호, 플루토 FI D-1)와 관련해 자산 회수율이 50%를 조금 웃돈다는 내용의 실사보고서를 제출했다.



라임자산운용의 총 환매 중단 금액 총 1조6700억원 중 이번에 실사 결과가 발표된 '플루토 FI D-1호'는 9000억원, '테티스 2호'는 2000억원으로 총 1조1000억원 규모다.

드러난 라임 손실률…고심 중인 증권사 CEO들
라임자산운용 모펀드 3개에 증권사들이 제공한 TRS 규모는 현재 총 6800억원이다. 신한금융투자가 5000억원, KB증권이 1000억원, 한국투자증권이 800억원이다. 이중 신한금융투자가 플루토TF에 제공한 3600억원을 제외하면 두 모펀드에 총 3200억원 규모 TRS 계약이 걸려있다.



TRS 계약은 증권사가 펀드 자금을 담보로 잡고 대출을 해주고 수수료를 받는 계약이다. 통상 레버리지를 2배 일으키는데, 운용사가 100억원 규모 자산을 담보로 제공하면 증권사가 100억원을 추가로 태워 펀드를 총 200억원 규모로 만들어주는 방식이다. 증권사와의 TRS 계약을 통해 많은 운용사들이 레버리지를 일으켜 펀드 자산과 수익률을 키워왔다. 레버리지인만큼 자산가치가 상승할 때는 수익률이 높아지지만, 반대의 경우 손실률을 키운다. 계약상 펀드 자산 처분 시 일반 투자자보다 선순위로 자금을 회수할 수 있다.

회수율이 50%를 조금 웃도는 만큼 펀드에 남은 자산은 5500억~6000억여원인 셈이다. 단순 계산하면 TRS 계약을 선순위로 갚고 나면 사실상 남는 자산은 2000억 중후반대다. 그러나 해당 증권사 TRS 금액은 이번 삼일회계법인이 집계한 자산 손실 내역이 반영되지 않았다. 자산의 잔존가치가 50% 수준으로 떨어졌다면 증권사들이 받을 돈 역시 2배로 늘어나게 되는 셈이어서 투자자들이 받을 돈은 대폭 줄어들 수 있다. 사실상 투자자들에게 돌아갈 돈이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플루토TF의 경우 아직 실사결과가 나오지 않았지만 더 큰 손실이 예상된다. 해당 펀드 총 투자액 6000억원 중 2400억원을 맡긴 글로벌 무역금융 전문 투자회사 IIG가 폰지 사기혐의로 등록이 취소되면서 관련 펀드 자산도 동결된 상태이기 때문이다.


드러난 라임 손실률…고심 중인 증권사 CEO들
증권사들은 그러나 우선 상환 권한을 포기할 경우 ‘배임’ 문제에 직면할 수 있다며 계약 이행을 주장해왔다. 금융감독원은 이에 라임-판매사-증권사가 ‘3자 협의체’를 구성, 자산 회수 문제를 논의할 것을 주문했다. 하지만 증권사들은 협의체 참여에 여전히 미온적이다.

사태가 악화 되자 금감원은 지난달 31일 TRS 계약 증권사 3곳의 CFO(최고재무책임자)와 PBS(프라임브로커리지서비스) 담당 본부장에 이어 이달 6일에는 증권사 대표이사들과도 만나 협의점을 모색했다.

업계에선 증권사들이 ‘배임’에 발목을 잡힌 만큼, TRS 계약으로 받고 있는 수수료, 이자 등을 축소할 수도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환매 중단 사태가 벌어진 이후 12월까지 3개 증권사가 해당 TRS 계약을 통해 벌어들인 총수익은 30억 원을 조금 상회 했다. 이를 1년으로 치면 총 12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관측된다. 특히 이자의 경우 투자자 수익금에서 빠지는 만큼 투자수익률을 더욱 갉아먹는 기제로 작용하고 있다.

이자 등의 경우 사정 변경에 따른 TRS 계약 내용 수정으로 해결할 여지가 있고, 이 경우 원금 상환을 받지 않는 것과 달리 배임 가능성이 다소 낮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증권사들도 관련해 법적 검토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사 CEO는 “의사결정을 단독으로 내릴 수 없는 만큼 절차를 밟아 심사숙고해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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