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사→잔반처리…조선경쟁력 키쥔 '물량팀'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02.0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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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에서 직원들이 LNG운반선 건조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대우조선은 전 세계 발주된 LNG 운반선의 약 30%를 수주했다./사진=안정준 기자30일 대우조선 옥포조선소에서 직원들이 LNG운반선 건조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대우조선은 전 세계 발주된 LNG 운반선의 약 30%를 수주했다./사진=안정준 기자


# "과거 물량팀 비율은 약 20%였다. 하지만 최근에는 물량팀을 70%까지 활용하는 조선업 기업도 있다.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썼던 물량팀이 이제는 상시적인 재하도급 형태로 운용되고 있다".(조선업 협력업체 관계자)

조선업이 잘 나갈 때 원동력은 한 우물만 깊게 판 '숙련인력'이었다. 하지만 조선업 구조조정을 거치면서 일 잘하는 사람들이 조선소 현장을 떠났다. 빈자리를 메운 건 물량팀이라 불리는 2차 재하도급 업체였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최근 회복세인 조선업계와 만나 "직접 고용을 늘려달라"고 요청한 이유다.



취약한 조선업 고용구조…'물량팀 활용' 만연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50인~299인 기업의 주 52시간제 안착을 위한 보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50인~299인 기업의 주 52시간제 안착을 위한 보완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 사진=김창현 기자 chmt@
고용부는 6일 오후 거제조선업희망센터에서 이 장관이 조선업계, 자치단체 관계자와 간담회를 가졌다고 밝혔다. 이 자리는 조선업에 대한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원 성과를 점검하고 조선업 정상화 방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산업 구조조정이 심화된 2016년 조선업을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했다. 조선업은 이후 5차례 특별고용지원업종 지정 기간을 늘려 올해 6월 종료를 앞두고 있다. 특별고용지원업종으로 지정되면 기업, 종사자는 고용유지지원금 및 사업주 직업훈련, 근로자 생활안정자금 융자, 4대 보험료 납부유예 및 체납처분 유예 등을 지원받는다.

이 장관은 "안정적인 숙련인력 확보, 조선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직접고용을 늘리고 재하도급은 최소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 발언은 취약한 조선업 고용구조에서 비롯된다.

물량팀, 업계 스페셜팀서 비숙련팀으로 전락
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 사진제공=없음현대중공업 울산조선소 / 사진제공=없음

조선업 구조조정 이후 다른 산업으로 이직한 숙련인력 중 상당수는 아직 복귀하지 않았다. 조선업 원청업체 및 1차 협력업체는 필요인력을 직접 고용하는 대신 2차 재하도급인 물량팀을 선호하고 있다. 조선업이 경쟁력 원천인 숙련 기술자를 키워내고 있지 못하는 상황이다.

20명 안팎의 소규모 조직인 물량팀은 주로 1차 협력업체로부터 배당받은 작업을 처리한다. 개인사업자인 팀장은 건설현장으로 치면 십장 격이다. 과거 물량팀은 작업이 어렵고 빨리 처리해야 하는 일을 맡았다. 일종의 업계 해결사로 보수 수준도 높았다. 하지만 현재는 비숙련인력이 대거 섞여 난이도가 낮은 일을 많이 하고 있다. 잔반처리반 성격이다.

조선업도 사정은 있다. 조선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 건조량 등은 조선업 회복을 뒷받침하는 지표다. 하지만 조선업 회복세가 굳어졌다고 보긴 어렵다.

"물량팀 지속 가능하지 않아, 올해 답 찾는다"
LPG선 시운전 / 사진제공=한진중공업LPG선 시운전 / 사진제공=한진중공업
지난해 수주량은 전년 대비 70% 수준으로 감소했다. 앞으로 조선소에서 지을 배가 줄었다는 의미다. 또 조선업에 종사하는 고용보험 피보험자수도 호황이었던 2015년 대비 6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를 근거로 조선업계는 인건비 부담이 큰 직접 고용을 피하고 있다.

물론 직접 고용을 주저하고 있는 조선업계도 물량팀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데는 동의하고 있다. 고용부도 이 같은 조선업계의 고민을 반영, 대응책을 모색하고 있다.

고용부 관계자는 "물량팀을 계속 활용할 경우 숙련도 저하로 조선업 경쟁력은 훼손될 것"이라며 "조선업계도 바람직하지 않다고 느끼고 있는데 올해 중으로 같이 고민해 답을 찾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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