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신종코로나 방역'…인력부족에 보건교사 '과로'

머니투데이 조해람 기자 2020.02.04 1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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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지역 한국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지난달 31일 오후 격리 시설인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진천=김휘선 기자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 발원지인 중국 후베이성 우한과 인근지역 한국 교민들을 태운 버스가 지난달 31일 오후 격리 시설인 충북 진천군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으로 이동하고 있다./사진=진천=김휘선 기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란데, 지금처럼 업무부담이 늘면 제가 아프지 않을까 걱정됩니다."

서울 한 초등학교 보건교사인 윤모씨(43)는 머니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렇게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신종코로나) 우려가 커지며 일선 학교 보건교사들이 인력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비상 상황으로 관련 업무가 폭증했지만, 업무 분담이 확실히 정해지지 않아 가뜩이나 부족한 인력에 일이 몰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방역물품 구매하랴 학생현황 파악하랴…수업도 들어가야
현재 학교에서 신종 코로나와 관련해 사용하는 매뉴얼은 '학생 감염병 예방 종합대책'이다. 지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교육부가 2016년 수립했다. 이 매뉴얼은 감염병이 발생하면 학교 차원에서 매일 환자 발생을 감시하고, 환자가 생기면 등교중지 등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오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 조기 폐장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사진=김창현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지난 2일 오전 서울광장 스케이트장에 조기 폐장 안내문이 게재돼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그러나 감염병 유행 상황에 대비한 업무 분장 규정은 명확히 나와 있지 않다. 교사노조연맹은 지난달 29일 "감염병 발생 시 1차 현황 파악, 교육청 보고, 안내문자 및 가정통신문 발송, 감염의심 및 감염학생 격리, 방역물품 배부 및 관리 등을 명확하게 명시하지 않거나 오류가 있어 업무혼란만을 초래한다"며 "각 부서의 업무구분을 명확히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씨는 "학교에서 보건인력은 우리가 유일하다"며 "마스크 생활지도, 손소독 지도, 보건교육, 학급 발열체크, 환자 감시와 신고, 방역물품 구매 및 배부 등을 모두 맡는다"고 말했다.

보건교사, 한 명이거나 없거나…현장은 "임시 대책이라도 필요"
특히 인력 부족이 부담을 더 키우고 있다. 대다수 학교에 보건교사가 한 명뿐이거나 아예 없다. 차미향 보건교사회 회장은 "지방은 심각하고, 학생 수가 많은 학교에도 보건교사가 한 명인 경우가 많다"며 "평상시 업무에 더해 감염병 상황에는 '진짜 환자'와 '유사증상 환자', 감염병과 관련이 없는 다른 학생 환자까지 몰린다"고 토로했다.


교육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초등학교는 6087곳이지만 보건교사는 4470명에 불과하다. 중학교는 3214곳에 보건교사 1859명이, 고등학교는 2356곳에 1706명이 일한다. 한 명의 보건교사가 여러 학교를 도는 순환근무제를 시행하고 있지만 업무 부담만 가중될 뿐이다.
종로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지난 2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6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곳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 주변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종로구 보건소 관계자들이 지난 2일 오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국내 6번째 확진자가 다녀간 곳으로 알려진 서울 종로구 명륜교회 주변에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지역별로 편차도 심각하다. 김광수 민주평화당 의원에 따르면 2018년 말 기준 수도권과 대구·광주 등 대도시는 보건교사 배치율이 99% 이상인 반면, 전북을 비롯한 전남·강원 등 지방은 보건교사 60% 수준에 불과했다. 전남은 보건교사 배치율이 가장 낮은 58.4%였다.

차 보건교사회장은 "이런 재난이 있을 땐 인력지원 얘기가 나오는데, 필요성을 알면서도 상황이 지나가고 나면 잊혀 지고 문제가 되풀이 된다"며 "장기적인 인력 대책이 중요하지만 한시적인 인력 대책이라도 필요하다. 퇴직 보건교사라도 이용해서 학교에 지원하면 좀 더 차분하게 전문가로서 대처를 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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