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량 리콜·해킹 터지면 주64시간 일한다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01.31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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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

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임종철 디자인기자 /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31일부터 대량 리콜에 따른 자동차 정비, 금융업 전산 장애 복구 등 예측하지 못한 일이 터질 경우 주 52시간을 초과해 주 64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해진다. 기업이 주 52시간제를 지킬 수 없는 예외적인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한 '보완 장치'다.

장시간노동 허용한 특별연장근로, 대폭 완화
대량 리콜·해킹 터지면 주64시간 일한다


고용노동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 확대를 골자로 한 근로기준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이날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올해 50~299인 사업장에 대한 주 52시간제 실시를 앞두고 탄력근로제 개선을 추진했다. 하지만 국회가 탄력근로제 입법에 손을 놓으면서 '플랜 B'로 특별연장근로 제도를 개편했다.

특별연장근로는 특별한 사정이 있으면 노동자 동의, 고용부 장관 인가를 받아 일시적으로 주 52시간을 넘는 추가 연장근로를 허용한 제도다. 그동안 특별한 사정은 '재해·재난 및 이에 준하는 사고 수습을 위한 경우'로 매우 제한적으로 규정했다.



제2의 라돈침대 발생하면 추가 연장근로 가능
특별연장근로 제도 개편 내용/자료=고용노동부특별연장근로 제도 개편 내용/자료=고용노동부
고용부는 1호뿐이었던 인가 사유를 1~5호까지 대폭 넓혔다. 기존 1호 사유였던 재해·재난부터 손질했다. 앞으로 실제 재해가 닥치기 전 예방 목적으로 일을 더 해도 특별연장근로를 활용할 수 있다. 감염병 발생 지역 외에 다른 지역에서 수행하는 확산 방지 업무도 인가 사유에 포함된다.

2호는 인명 보호 또는 안전 확보를 위한 긴급 조치가 필요한 때다. 라돈 침대 수거 및 조사처럼 즉각 대응하지 않으면 인명 피해 또는 안전 위험 지속이 우려될 경우 특별연장근로를 인가받을 수 있다.


3호는 시설·설비 고장 등 돌발상황 수습이다. 금융업 전산 장애 등 갑자기 멈춘 시설·설비·전산시스템을 복구하는 사업장이 이용할 것으로 보인다. 대학 입시 또는 국가자격시험 합격자 발표 오류를 바로잡기 위해 추가 근로를 해도 특별연장근로를 적용받는다.

업무량 폭증 시 특별연장근로 허용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광화문 네거리에서 시민들이 출근을 하고 있다. /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대규모 리콜에 따른 자동차 정비같이 예측하지 못한 업무량 폭증(4호)도 인가 사유에 포함됐다. 또 단기간(최대 4주) 내에 처리하지 않으면 금전적 손실이 크고 원료·재료 부패가 불가피할 경우에도 추가 연장근로를 할 수 있다.

국가경쟁력 강화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연구·개발은 5호 사유로 들어갔다. 일본 수출규제 같은 위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한 목적이다.

특별연장근로는 주당 최대 12시간까지 할 수 있다. 주 64시간 근로가 가능한 셈이다. 하지만 주 64시간 근로는 2주 연속으로만 허용된다. 1~4호 사유에 따른 1회당 최대 인가 기간은 4주다. 만약 추가로 특별연장근로가 필요하다면 다시 인가를 받아야 한다.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휴식…건강권 보호 병행해야
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별 인가기간/자료=고용노동부특별연장근로 인가사유별 인가기간/자료=고용노동부
이 중 1~2호는 인가 사유가 해소될 때까지 연중 내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 반면 3~4호 사유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기간이 1년 중 90일을 넘으면 추가 신청을 할 수 없다. 특별연장근로 남용을 방지하려는 조치다. 5호 사유는 한번 인가를 받으면 최대 3개월 동안 특별연장근로를 실시할 수 있다. 연구·개발은 단기간 내에 끝내기 어려운 점을 감안했다.

고용부는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를 확대한 동시에 건강권 보호 조치도 강화했다. 연이은 장시간노동으로 노동자 몸이 망가지는 걸 막기 위해서다. 사업주는 △특별연장근로 1주 8시간 내로 운영 △근로일 간 11시간 연속 휴식시간 부여 △특별연장근로 도중 또는 종료 후 그 시간에 상당하는 연속 휴식 부여 등 건강권 보호 조치를 고용부에 제출해야 한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은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 확대를 통해 돌발적이고 일시적인 상황 대처가 가능해질 것"이라며 "다만 국회 보완 입법 지연에 따른 잠정적 조치인 만큼 20대 국회에 탄력근로제 등 제도개선 법안의 통과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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