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안돼, 중국은 못가…"여행 갈 만한 곳이 없어요"

머니투데이 유승목 기자 2020.01.30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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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확산되고 있는 30일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대기 공간이 한산하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 중국 우한을 오가는 노선의 운항이 중단된 데 이어 다른 중국 구간의 운영도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확산되고 있는 30일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대기 공간이 한산하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 중국 우한을 오가는 노선의 운항이 중단된 데 이어 다른 중국 구간의 운영도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짧게 다녀올 만한 곳이 없어요. 중국은 겁나고, 그렇다고 일본을 가기도 뭐하고..."

우리 국민들의 해외여행 심리가 얼어붙었다. 가장 인기 있는 여행지인 일본과 중국이 각각 '여행불매' 여파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우려로 여행 선택지에서 지워지며 여행수요가 급격히 쪼그라들어서다. 그나마 동남아가 대체여행지로 각광받고 있지만, 아예 당분간 비행기 탑승을 포기하려는 분위기가 높아지며 전반적인 여행수요가 가라앉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중국 허베이성 우한시에서 발생한 우한폐렴의 확산으로 중국 여행수요가 위축되고 있다. 특히 지난 20일 국내에서 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왔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여행상품 취소율이 급증세다. 각종 여행 관련 커뮤니티에는 설 연휴나 겨울방학을 맞아 가족여행을 계획했다가 취소했다는 내용의 게시글이 하루가 멀다하고 올라오고 있다.
국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중국 여행 취소 관련 글. 지난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온 이후 여행계획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국내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중국 여행 취소 관련 글. 지난 20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진자가 나온 이후 여행계획을 취소하는 사람들이 급증했다. /사진=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실제 국내 대표 패키지 여행업체 모두투어의 경우 지난 23일 하루 만에 1~2월 예정된 여행상품 취소자가 2000명이 발생하는 등 연일 취소 문의가 이어졌다. 월 평균 중국 송객 인원이 1만 명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우한 폐렴 리스크로 순식간에 20~30%에 달하는 인원이 하루 만에 여행을 포기한 것이다. 이에 모두투어는 2월 출발 예정인 중국여행 상품을 아예 판매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기예약자는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고 있다.



다른 국내 아웃바운드(내국인의 해외여행) 여행사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하나투어는 현재 중국행 여행상품을 예약한 고객들에게 전면 환불 조치 안내 문자를 배포하는 등 여행상품 판매 중단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 밖에 대부분 여행사들도 중국상품 취소율과 여행객들의 불안심리를 감안, 중국 여행상품 취소 수수료 면제 조치 등을 취하고 있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중국 내에서 확진자가 지속 발생하고 있고 중국 주요 관광지들도 폐쇄되는 상황"이라며 "정상적으로 여행 일정을 진행하기 어려울 만큼 여행객 안전이 우려돼 취소 수수료를 면제하고 취소를 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확산되고 있는 30일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대기 공간에서 승객들이 출국 수속을 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 중국 우한을 오가는 노선의 운항이 중단된 데 이어 다른 중국 구간의 운영도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진자가 확산되고 있는 30일 인천국제공항 탑승수속 대기 공간에서 승객들이 출국 수속을 하고 있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국과 중국 우한을 오가는 노선의 운항이 중단된 데 이어 다른 중국 구간의 운영도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진=뉴스1
이 같은 사태에 여행객들은 겨울철을 맞아 쉽게 다녀올 만한 곳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일본여행 보이콧' 분위기가 여전히 이어지는 상황에서 중국마저 여행을 갈 수 없는 곳이 됐기 때문이다. 일본정부관광국(JNTO)의 방일 외국인 여행객 통계에 따르면 매달 50만 명 수준에 이르던 방일 한국인 여행객이 지난 9월부터 현재까지 20만 명대로 반토막났다.



최근 일본여행 수요가 다시 살아나는 측면을 보이곤 있지만 아직 갈 길이 먼 상황이다. JNTO에 따르면 지난달 일본을 찾은 한국인은 24만8000명으로 10월 19만7000명으로 저점을 찍은 이후 차츰 회복세를 보이는 모양새다. 하지만 아직 한일관계가 온전히 회복되지 않았고 반일감정도 여전히 거세다는 점에서 단체관광(PKG)뿐 아니라 개별여행(FIT)객들도 일본행 비행기에 오르는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고 있다.
2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아시아를 출발한 여행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폐렴’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스1  29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 공항에서 아시아를 출발한 여행객들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인 ‘우한폐렴’을 피하기 위해 마스크를 쓰고 도착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나마 동남아 지역을 찾는 여행객은 꾸준한 편이다. 태국, 베트남, 필리핀 등 따뜻한 휴양지가 많아 겨울철에도 여전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인터파크투어에 따르면 중국 여행을 계획했던 여행객 중에서도 태국 방콕이나 베트남 하노이 등으로 예약을 선회하는 경우가 있다. 위메프에 따르면 △필리핀 세부 △베트남 다낭 △미국령 괌 △베트남 나트랑 △태국 방콕 등 동남아 지역이 지난 24~27일 설 연휴 인기여행지 순위를 독식했다.

하지만 휴양지 기반인 동남아와 일본, 중국은 여행 성격에서 다소 차이가 있어 두 나라에서 이탈한 여행수요를 온전히 흡수하긴 어렵다. 게다가 우한폐렴 확진자가 전세계적으로 발생하며 전반적인 여행심리 자체가 주저앉고 있어 동남아 인기도 장담이 어렵다. 이미 사망자 등 신종 코로나의 위력이 2003년 유행했던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를 넘어섰다는 것이 알려지며 여행 자체를 포기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우한 폐렴이 현재 중국을 넘어 동남아, 유럽, 미국 등 세계적으로 번지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행산업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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