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어린이집 입구서 37.8도 뜨자 집으로…

머니투데이 세종=박경담 기자 2020.01.3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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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세종시 아이세상어린이집 출입구에 붙어있는 학부모 출입금지 문구. 왼쪽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수칙, 오른쪽엔 원생 약봉투 수거함이 놓여 있다./사진=박경담 기자30일 세종시 아이세상어린이집 출입구에 붙어있는 학부모 출입금지 문구. 왼쪽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예방수칙, 오른쪽엔 원생 약봉투 수거함이 놓여 있다./사진=박경담 기자


30일 오전 8시30분 세종시 나성동 아이세상어린이집. 두 딸을 등원시키려고 온 아빠는 늘 들어가던 출입구 앞에서 발길을 멈췄다. 출입구 안쪽에 있던 어린이집 선생님이 나와 두 딸의 체온을 쟀다.

아빠가 "여기서 빠이빠이(인사하면) 안될까"라고 말하자 작은 딸은 울음을 터뜨렸다. 난감해진 아빠는 선생님에게 "제가 안으로 들어가도 될까요"라고 물었다. 선생님은 웃으면서도 단호하게 거절했다. "제가 데리고 갈게요 아버님!".



이 어린이집은 신종코로나바이러스(이하 신종코로나)에 대한 감염 우려가 커지자 전날부터 학부모 출입을 허용하고 있지 않다. 지난 28일 외부인에 이어 출입금지 대상을 확대했다. 신종코로나 중앙사고수습본부가 전국 어린이집에 긴급 전파한 '신종코로나 예방수칙 및 대응요령'에 따른 조치다.

어린이집 출입구서 '낯선 이별'
30일 세종시 아이세상어린이집 출입구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대기하고 있는 모습./사진=박경담 기자30일 세종시 아이세상어린이집 출입구에서 학부모들이 자녀들과 대기하고 있는 모습./사진=박경담 기자


어린이집이 외부인 출입금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출입구는 경계가 됐다. 출입구는 어린이집 내부와 외부 사이 중간 지대로 가로 2미터, 세로 1.5미터 크기였다. 이곳은 학부모 대기 공간 역할을 했다. 또 학부모가 아이들을 위해 챙긴 약 봉투 수거함도 건물 내부 로비에서 출입구로 옮겨졌다.

이날 아침에만 네 가족이 출입구에서 선생님을 기다렸다. 곳곳에서 울음소리가 들렸다. 엄마와 겨우 떨어져 선생님 품에 안겨 안으로 들어간 아이는 이내 엄마를 다시 찾아 출입구로 돌아왔다. 지난주만 해도 어린이집 내부에 함께 들어가 엄마·아빠와 헤어졌던 아이들은 낯선 이별 공간이 익숙하지 않은 모습이었다.

다른 아이는 출입구를 통과하지 못했다. 아이 체온이 37.8도로 뜨자 보건 선생님은 학부모에게 가정 보육을 부탁했다. 가족 모두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발생한 곳에 다녀온 적은 없었다. 단순 감기 가능성이 높았지만 다른 155명의 원생이 느낄 불안감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다.


한 학부모는 "어린이집 선생님과 부모가 아이 상태에 대해 얘기를 나눌 시간이 전보다 줄어 아쉽긴 하지만 엄격한 조치가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휴원령 가장 피하고 싶다"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계속되고 있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에 방역마스크를 사기 위한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계속되고 있는 29일 오전 서울 중구 명동의 한 약국에 방역마스크를 사기 위한 관광객들이 줄을 서 있다. / 사진=강민석 기자 msphoto94@
그러면서 신종코로나 확진자가 나온 평택처럼 어린이집 휴원령이 떨어지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고 했다. 그는 "맞벌이 가구라 집에서 아이를 보려면 가족 중 누군가 회사에 휴가를 써야 한다"고 말했다. 세종시는 신종코로나 의심 환자가 2명 있었으나 지난 28일 모두 음성 판정을 받았다.

어린이집은 또 최근 원생 중 중국에 다녀온 아이가 있는지 전수조사했다. 원내에선 교직원과 아이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도록 했다. 한 어린이집 선생님은 "평소보다 아이들의 손을 더 자주 씻기고 되도록 외부활동을 자제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어린이집 원장과 인터뷰를 위해 출입허가가 떨어졌다. 출입구에 비치된 손소독제로 양손을 성실하게 비빈 다음 사무실로 들어갔다. 어린이집 측은 외부인과 원생 간 접촉 차단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윤진숙 원장은 "31일 어린이집 내부에서 하려던 전시회는 학부모 출입 제한으로 잠정 연기했다"며 "학부모 뿐 아니라 친지들이 많이 참석하는 졸업식 역시 원래 어린이집 내부 강당에서 했으나 이번엔 외부에서 진행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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