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연 144만종 정보개방…신약·소부장 돕겠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20.02.03 0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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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혜 화학연 신임 원장, 신약+소·부·장 국산화, 두 마리 토끼 잡는다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사진=화학연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 원장/사진=화학연


“올해 연구소 내 모든 은행 문을 열겠습니다.”

64만 종 이상의 신약 소재 화합물 정보, 플라스틱 등 80만여 건의 정밀화학 소재 물성 정보가 저장된 지식 창고의 빗장이 모두 풀린다. 지난해 11월 취임한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 원장의 첫 과업이다. 그가 화학연 화학플랫폼연구본부장을 맡던 시절부터 준비해왔던 일이기도 했다.

이 원장은 “신약개발 등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20년간 일부 과학자들에게 제공해온 한국화합물은행 내 정보를 웹 서비스가 가능한 형태로 재구축해 민간기업 등 일반에 제공할 계획”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리모델링 이전의 화합물은행은 특정 조직 내부에서만 사용하는 인트라넷과 같은 형태다. 화학연은 화합물은행 완전 개방을 위해 지난해 물질관리정보 데이터베이스(DB)와 화합물 활용정보 DB, 해외공공 DB를 통합하는 작업을 실시했다.



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 원장/사진=화학연이미혜 한국화학연구원(이하 화학연) 원장/사진=화학연
이 같은 결정을 내린 배경은 뭘까. 화학연은 지난 40여 년간 화학기술 발전을 선도해 왔다. 국가 미래를 위한 R&D(연구·개발) 방향을 제시하고 체계적 연구를 추진, 세계 5위의 화학강국 실현에 기여했다. 하지만 최근 대외환경의 변화속에 화학 산업의 경쟁력 저하, 미래성장 동력 부재 등이 과학자들이 해결해야 할 사회적 당면 과제로 주어졌다.

“화합물 은행에는 64만 종 신약 소재 화합물 정보뿐 아니라 연관된 650만 건 이상의 약효시험 및 관련 질병, 생물학적 타깃을 효과적으로 찾아볼 수 있어요. 신약 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줄이고 성공률을 높여줄 겁니다.”



이와 함께 지난해 촉발된 일본의 핵심부품소재 수출규제로 국가가 큰 위기를 겪으면서 화학소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과 기대가 높아졌다.

“사실 소재 산업은 가치사슬에서 부품 및 완제품을 제조하는 전방산업의 부가가치를 결정하는 핵심이죠. 하지만 연구개발에 오랜 시간이 걸리고 실패 위험이 높으며 투자비가 막대하게 들어갑니다. 이 때문에 산업계 투자가 위축되는데, 소재개발 초기 단계부터 정부의 적극적인 역할이 필요하다고 볼 수 있어요. 중요한 건 우리나라 소재 산업의 기초 체력을 기르고 체질을 개선하는 것입니다.”

화학연은 올해 수요 기반 소재 R&D(연구·개발)에 핵심 인력과 예산을 투입하고 산업계 요구에 대응해 나갈 계획이다. 우선 ‘일본 수출규제 대응 TF(태스크포스)’를 운영해 ‘수출규제 대응 및 중장기 화학소재 파이프라인 구축방안’을 마무리하는 단계다. 소재 국산화와 함께 앞으로 새로운 수요를 창출할 수 있도록 ‘소재 한우물 파기 R&D 사업’, ‘케이-매터리얼즈(K-Materials) 프로그램’ 등도 새롭게 추진한다.


아울러 이 원장은 화합물은행과 마찬가지로 ‘화학소재정보은행’도 곧 웹 기반 플랫폼 형태로 전환할 계획이다. 2007년부터 플라스틱 등 정밀화학 소재에 대한 물성 및 기술 정보를 제공해온 화학소재정보은행은 현재 80만여 건의 정보와 500여 건의 심층 동향 보고서를 제공하고 있다.

“소재정보은행도 다양한 소재 물성 데이터를 한 곳에서 검색해 활용할 수 있도록 웹 서비스가 가능한 형태로 리모델링할 거예요. 나아가 머신 러닝 기술을 활용한 소재 물성 예측 플랫폼, 산·학·연 협력·공동 연구를 지원할 플랫폼 등도 함께 구축해 나갈 계획입니다.”

이 원장은 1983년 서울대 화학교육학과를 졸업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에서 화학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85년부터 화학연 연구원으로 재직했으며, 재직 기간 화학플랫폼연구본부장, 선임연구본부장, 화학소재연구본부장, 정보전자폴리머센터장 등을 역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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