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때문에 가족모두 마스크 사서 옮겨담는 중국인 © 뉴스1 이비슬 기자
명동 일대 약국과 지하상가 약국 앞에는 마스크로 가득 찬 박스들이 문 높이까지 쌓여 있었다. 명동 약사들은 "어제에만 5만장이나 나갔다"며 혀를 내둘렀다.
여자친구와 다급하게 마스크 박스를 뜯어 커다란 박스에 옮겨 담고 있던 중국 저장성 출신 관광객 A씨(30대)는 "오늘 밤에 다시 중국으로 돌아간다"며 "중국은 지금 병원에 가도 살 수 있는 마스크가 없다고 하더라"며 손을 바삐 움직였다. 중국에서는 마스크가 매진이라며 가족들 몫까지 봄까지는 버텨야 하지 않겠냐고 그는 한숨을 쉬었다.
우한폐렴 때문에 박스째 마스크 옮겨담는 중국인 © 뉴스1 정지형 수습기자
지하상가의 약국 D약사도 마스크를 끼고 정신없이 중국인들에게 마스크를 한 번에 몇백 장씩 팔고 있었다. D약사는 "최근 일주일 동안 마스크 매출이 많이 늘었다"며 "가장 많이 사간 중국인 관광객은 마스크 75개가 들어있는 박스를 몇 박스 사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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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4시쯤 명동의 한 약국 앞에 서 있던 중국인 일가족은 10살 남짓의 딸과 아버지, 어머니가 모두 양손에 마스크 봉지를 들고 숙소로 향하고 있었다. 도중에 딸이 마스크를 끼지 않은 것이 걱정이 되는 모양인지 아버지는 딸에게 마스크를 꼭 끼워주고 어머니는 다시 약국으로 들어가 4박스를 사 가지고 왔다. 이들은 "걱정 돼"라는 말을 연거푸 하며 무거운 마음을 드러냈다.
마스크 박스를 큰 캐리어 안에 넣고 벤치에 앉아 휴식하던 중국인 중년 남성 C씨는 "우한폐렴 때문에 중국인이 욕을 먹어 걱정된다"며 근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명동거리를 쳐다봤다. 그는 "우리끼리 다 같이 돕고 살아야 하지 않겠냐"며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명동뿐만 아니라 공항에서도 마스크를 잔뜩 들고 있는 중국인들의 모습이 목격됐다. 이날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에서 구입한 마스크를 1미터가 넘는 커다란 자루에 옮겨담는 장면이 목격됐다. 이들은 박스에 담아온 마스크를 더 많이 가져가기 위해 모두 자루에 넣어 몇개월치를 꾹꾹 눌러담고 있었다.
한편 중국에서 우한폐렴 확진 판정을 받은 환자는 28일 기준 4500명을 넘어섰다. 하루 사이에만 환자가 1700여명 급증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106명이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에서는 우한에서 귀국한 내국인과 중국인을 포함 4명의 확진 환자가 발생해 당국이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우한폐렴(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진자가 아시아를 넘어 유럽, 미주 등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는 28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출국장에서 중국여행자들이 한국에서 구입한 마스크를 비닐봉투에 옮겨 담고 있다.(독자제공) 2020.1.28/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