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희의 思見]中 우한폐렴, 감춘 것이 더 나쁜 이유

머니투데이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0.01.29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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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사회 전반에 일어나는 일에 대한 사견(私見)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라는 취지의 사견(思見)을 담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중국 우한 지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피해가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국내에도 28일 오후까지 15명의 증상자와 4명의 확진환자가 확인된 상태다. 전세계적으로 공개된 지 한 달 만이지만, 중국 정부가 초기 진화 과정에서 숨긴 19일을 더하면 한달반 가량 지난 상황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은 지난해 12월 12일 우한의 화난(華南) 해물도매시장에서 시작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중국 우한 시정부나 중앙정부는 3주 가량 지난해 12월 31일에 발생 사실을 외부에 알렸다.



중국 정부와 국제 기구의 서투른 대응이 초기대응으로 확산을 막을 수 있었던 골든타임을 놓치게 한 셈이다. 중국 정부가 발병 사실을 뒤늦게 공개한 지 열흘만인 지난 10일 중국 내에서 첫 사망자(61세, 남성)가 발생했고, 첫 발병 후 한달 반 사이에 중국 내에서 확인된 사망자만 100명을 넘어섰다.

중국을 넘어 아시아 전역과 미국으로까지 피해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이처럼 빠른 피해 확산은 초기대응의 미숙에 기인한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저서 '위기관리 커뮤니케이션'에서 '사건이 발생할 경우 24시간 안에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는 것을 위기관리의 최우선 원칙으로 꼽았다. 이는 기업이나 정부도 마찬가지다.

바이러스를 잡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스스로가 자가증식을 할 수 없고, 이동하지도 못한다. 바이러스는 숙주(기생 생물에게 영양을 공급하는 인간이나 짐승 같은 생물)가 없으면 단순한 단백질과 핵산 덩어리인 무생물 상태다. 이런 바이러스는 살아있는 숙주를 만나면 그 숙주의 세포 내 복제시스템을 활용해 번식한다.

그래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같은 전염성 질병은 발생 사실을 빨리 알리고 숙주의 이동을 막는 게 확산을 줄이는 최선책이다. 중국 정부는 그 첫 번째 조치를 소홀히 한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정부는 공적은 과장하고, 과오는 숨기려는 경향성을 보여왔다. 민심과 외부 공격을 두려워 한 때문이다. 중국 정부도 마찬가지다. 위기 상황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머뭇거리거나 사실을 축소, 은폐하려다가 시간을 놓쳐 위기를 더 키웠다.

이렇게 숨긴 시간에 나타나는 현상을 '정보의 진공' 현상이라고 한다. 내부적으로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외부에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정보의 진공'이 발생하고, 이로 인해 각종 루머나 잘못된 정보로 인한 피해가 확산된다. 지난해 12월 12일~31일 사이 19일간 우한 내에서 벌어진 일의 결과는 이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정부나 국제기구가 미적거리는 사이 이번에도 민간 기업의 인공지능(AI)은 빅데이터를 통해 우한의 위기사항을 미국질병통제예방센터(CDC)나 세계보건기구(WHO)보다 더 먼저 세상에 알렸다는 얘기가 들린다.

미국 IT전문매체인 '와이어드'에 따르면 CDC와 WHO가 지난 6일과 9일 각각 우한 방문 자제를 경고하기 1주일 전에 캐나다 건강 모니터링 플랫폼 업체 블루닷이 지난달 31일 동식물 발병 네트워크와 외신, 공식 발표 등을 분석해 우한시 방문자제를 미리 경고했었다.

언론보도 외에 SNS나 블로그 등에 올라온 정보들 중 신뢰할 수 있는 '연기'를 찾아 발화 지점을 찾아낸 것이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날까'라는 우리 속담을 사업아이템으로 잡은 셈이다.

이미 바이러스 확산이라는 큰 불이 났는데도 중국 정부가 좀처럼 내놓으려 하지 않는 정보에 의존하는 국제기구보다 빠르게 정보를 판단할 수 있었던 이유다.

우리 정부도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빠른 정보공개와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첨단 IT 기술을 통한 감염경로 차단 방법을 강구해야 한다. 이것이 그 무엇보다 피해를 최소화하는 지름길이다.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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