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는…" 中의 우한폐렴 사태 정부 비판하는 법

머니투데이 김수현 기자 2020.01.28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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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 피하기 위해 우회 비판 줄이어…
웨이보 계정에 한 누리꾼이 "집에서 배를 뉘이고 배불리 먹고 있다. 나는 트럼프를 말하는 것"이라고 썼다. /사진=웨이보 캡쳐웨이보 계정에 한 누리꾼이 "집에서 배를 뉘이고 배불리 먹고 있다. 나는 트럼프를 말하는 것"이라고 썼다. /사진=웨이보 캡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으로 중국 현지에서도 전염병 대응 체계를 제때 마련 못한 정부에 대한 분노가 거세지고 있다. 중국 누리꾼들은 검열을 피하기 위해 시진핑 주석을 '트럼프'로 부르거나, 이번 사태를 '체르노빌' 사태에 비유하기도 했다.

27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중국 소셜미디어에서 이번 사태와 관련한 소식을 접한 누리꾼들이 정부와 시 주석에 대해 맹렬히 비난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서 한 누리꾼은 지난 25일 "나는 이 같은 순간을 한시도 견디지 못할 것 같다. 내 마음은 고통으로 가득 찼다"며 "트럼프는 어디에 있느냐"고 물었다. 인터넷 검열에 걸리지 않기 위해 민감한 단어인 '시진핑' 주석의 이름 대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름을 쓴 것으로 보인다.

검열이 심한 소셜미디어 대신 중국의 대표적인 영화리뷰사이트 더우반(豆瓣)에서도 정부 비판이 이어졌다. 더우반에 올라온 1986년 체르노빌 원전사고를 다룬 HBO의 드라마 '체르노빌' 리뷰에는 "모든 것을 덮어쓰려고 하는 건 어느 시대든 어느 나라든 똑같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정보를 제대로 알리지 않은 중국 정부를 간접 비판했다.



일부 관영매체는 우한 지방정부 비판
중국 관영 중앙(CC)TV와 인터뷰하는 저우센왕 우한 시장. /사진=로이터 영상 캡쳐 (CCTV 보도영상)중국 관영 중앙(CC)TV와 인터뷰하는 저우센왕 우한 시장. /사진=로이터 영상 캡쳐 (CCTV 보도영상)
특히 발병 관련 정보 공개를 제때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우한시장에 대한 비판이 거세다. 지난 27일 저우센왕(周先旺) 우한시장은 중국 관영 중앙(CC)TV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전염병과 관련해 관련자들은 우리의 정보 공개에 대해 불만을 갖고 있었다"면서 "우리의 정보 공개는 제때에 이뤄지지 않았고, 정보의 효과적인 활용 측면에서도 부족한 점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이에 한 누리꾼은 CCTV 기사 페이지 댓글에 "당신이 언제 자리에서 물러날지만 궁금할 뿐이다"고 썼다. 또 다른 누리꾼은 "바이러스가 공정하다면 이 쓸모없는 사람을 살려두면 안 된다"고까지 했다.

'시진핑'을 트럼프로 칭한 글을 올린 웨이보의 계정 접속이 막힌 화면. /사진=웨이보 캡쳐'시진핑'을 트럼프로 칭한 글을 올린 웨이보의 계정 접속이 막힌 화면. /사진=웨이보 캡쳐
캘리포니아 버클리대학의 샤오 치앙 인터넷 연구위원은 NYT에 "중국 소셜미디어는 강력한 검열에도 불구하고 온갖 화로 가득차 있다"면서 "어느 순간 갑자기 관련 이야기를 통제하기 위한 검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중국 정부를 향한 비난은 정부의 '비공식 대변인' 역할을 하는 관영 매체에서도 일부 눈에 띈다. 후베이성 공산당 기관지인 후베이일보 선임기자 장어우야는 웨이보에서 "나도 전에는 상황을 잘 알고 있는 지도자를 중간에 교체하는 결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지만 상황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며 "우한을 위해서 즉각 지도자를 교체해달라"고 썼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환구시보도 최근 칼럼에서 "우한시의 초기 대응에 부족한 점이 많았다"면서 이를 뼈아픈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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