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민정음'부터 논란의 '엄복동'까지…새해 '민족유산' 보전 기펴나

머니투데이 김지훈 기자 2020.01.27 09:00
글자크기

서울시 올해 문화재 보수정비사업 1473억원 규모 추진

훈민정음 해례본. /사진제공=문화재청훈민정음 해례본. /사진제공=문화재청


풍납동 토성, 훈민정음 해례본, 엄복동 자전거….

올해 서울 각지의 문화재 보전·정비 사업이 탄력을 받을지 주목된다. '무가지보'로 불리는 국보부터 이색 근현대 민족 유산까지 문화재 복원을 위한 지원금이 24% 가량 늘어나기 때문이다.

문화재 보수정비사업에 1473억원 투입…풍납동 토성 보상 ↑
풍납동 토성. /사진제공=문화재청풍납동 토성. /사진제공=문화재청
23일 문화재 관련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시는 2020년 문화재 보수·정비사업을 위해 전년 대비 284억원 늘린 1473억원(국비 70·시비 30%) 규모 지원금을 집행할 계획이다. 92개 문화재 복원 사업과 관련한 부서·자치구에 전달된다.



'훈민정음'부터 논란의 '엄복동'까지…새해 '민족유산' 보전 기펴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토지 보상비'다. 송파구가 백제 유적인 풍납동 토성(사적 제11호) 복원·정비사업에 힘을 쏟으면서 토지 매입·정비비용이 1200억원 책정됐다. 이 역시 전년(967억원) 대비 24% 늘었다. 일대 공시지가 인상·매입면적 확대 등이 감안된 결과다. 송파구 일대 토지 보상 현장에선 해마다 오르는 땅값을 의식해 부지 매각에 소극적인 소유자들이 속속 나타난 상황으로 알려졌다.

간송미술관이 소유한 '훈민정음 해례본'(국보 70호)의 수장고 공사를 위한 지원금도 44억원이 나온다.지난해 신축 설계비 1억9000만원이 잡힌 데 이어 올해 예산은 더 늘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집현전 학사들이 훈민정음 창제원리를 한문으로 해설한 책이다. 세종이 직접 쓴 서문도 붙어 있는 문화재다. 값을 따질 수 없을 만큼 가치가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자전차왕' 불린 엄복동 자전거, 독립신문 등 근대 유산도 속속 신규 지원
엄복동 자전거. /사진제공=문화재청엄복동 자전거. /사진제공=문화재청
풍납동 토성이·훈민정음 해례본처럼 수년째 보수·복원 지원이 이뤄진 경우도 있지만 올해 새롭게 사업 대상에 포함된 문화재도 있다. 일례로 일제시대 스포츠 영웅으로 불리는 엄복동 선수가 타던 자전거인 '엄복동 자전거'(등록문화재 466호)가 올해 지원 대상에 새롭게 올랐다. 소장가의 요청으로 화학적 보존 처리 등에 필요한 지원금이 1000만원 나온다.


엄복동은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인 최초로 전조선전차대회에서 승리를 거둔 인물이다. 삼일절 100주년인 지난해 그와 관련한 영화가 개봉되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하지만 그가 생전 자전거 수십 대를 훔쳐 장물로 팔다가 실형을 선고 받았던 사실도 재조명돼 '영웅이냐 도둑이냐'는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독립신문'(등록문화재 506호) '협성회 회보'(등록문화제 507호) '매일신문'(등록문화재 508호)같은 근대 신문들이 신규 편입된 것도 올해 사업의 특징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보조금 규모는 수요를 감안해 결정되기 때문에 사업주체들의 복원·정비사업 의지가 높다고 볼 수 있다"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토지 매입이 원활히 진척될진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