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한폐렴' 전세계 비상 …'ICT 방어막' 효과 있을까

머니투데이 김주현 기자 2020.01.23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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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한 폐렴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시설환경팀 관계자들이 호흡기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우한 폐렴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21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에서 시설환경팀 관계자들이 호흡기 전염병 예방을 위한 방역 작업을 하고 있다. /사진=이기범 기자


중국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우한(武漢) 폐렴'이 대륙을 넘어 전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WHO(세계보건기구)가 우한 폐렴의 확산을 막기 위해 비상사태 선포를 고려하는 가운데 빅데이터 등 ICT(정보통신기술)를 활용한 감염병 확산 방지 시스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로밍 빅데이터로 전염병 확산 막는다…KT가 UN에 제안한 'GEPP'
2002년 발생해 전세계 8000여명을 감염시키고 이 가운데 770여명이 사망해 10%에 가까운 치사율을 보였던 '사스'(SARS·중증금성호흡기증후군)와 2012년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이번에는 '우한 폐렴'이 또한번 세계를 공포로 밀어넣었다.



우리나라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이미 확진자가 1명 나왔고, 감염 증상을 보이는 유증상자 4명이 검사를 받고 있다.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까운데다 중국을 방문하는 여행객 수도 많기 때문에 중국 방문객을 일일히 추적 관찰하는데도 어려움이 있다.

ICT를 활용해 전염병 확산을 방지할 수 있는 시스템이 주목을 받는 것도 이 때문이다. KT가 2016년부터 운영하고 있는 GEPP(감염병 확산방지 프로젝트)가 대표적이다.



2015년 당시 메르스가 확산된데는 감염병에 대한 정보가 부족할 뿐 아니라 감염자 이동경로 파악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GEPP는 통신사 로밍 데이터를 확인해 감염병 우려 지역을 다녀온 여행객을 추적하고 감염병 예방법을 문자(SMS)로 보내 감염병 확산을 방지한다.

질병관리본부는 2016년 KT와 손잡고 감염방 확산 시스템을 구축, 운영 중이다. 질병관리본부의 해외 감염병 오염지역 정보를 토대로 KT 가입자 로밍 정보를 확인, 오염 지역 방문 고객 정보만을 질병관리본부에 제공하는 방식이다. 질병관리본부는 2017년부터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 가입자 로밍정보도 제공받고 있다.

2018년 9월 메르스 확진 환자가 다시 발생했을 때 발병 38일 이후 메르스 사태 종식을 선언할 때까지 추가 감염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도 이 프로젝트 덕분이다. 특정 국가와 특정 통신사 뿐 아니라 국제사회가 동참할 경우 프로젝트의 실효성이 보다 막강해질 수 있다.


KT는 2016년 UN 총회에서 이 프로젝트를 처음 제안하며 동참을 호소했다. KT는 현재 케냐와 라오스, 가나 등 국가와 협력을 맺고 GEPP를 운영 중이다. 2018년 가장 먼저 시작한 'GEPP 케냐' 서비스는 케냐 보건부와 케냐 1위 통신사업자인 사파리콤 간의 데이터 교환을 통해 운영된다.

예를 들어 케냐 국민이 에볼라 발병국인 콩고 민주공화국(DRC)을 방문하면 사파리콤을 통해 GEPP 서비스로 접속할 수 있는 문자메시지 코드를 받게 된다. 고객이 접속코드(*265#)를 입력해 'GEPP 케냐'에 접속하면 에볼라 감염병 정보∙감염 증상∙예방법을 확인하는 식이다.

증상이 발현되면 국가검역본부로 연락해 조기에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서비스 번호를 받게 된다. 해당 고객이 에볼라 발병국에 머물렀다는 정보를 국가검역본부에 알려 감염에 노출된 국민을 조기에 집중적으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글로벌 협조 아직 부족…'국내 이용자 로밍만 추적' 한계점도
23일 오전 중국 상하이(上海)를 출발해 대구국제공항에 도착한 탑승객이 국제선 입국장에서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뉴스123일 오전 중국 상하이(上海)를 출발해 대구국제공항에 도착한 탑승객이 국제선 입국장에서 열화상카메라가 설치된 검역대를 통과하고 있다. /사진=뉴스1
그러나 GEPP가 당장 우한 폐렴의 확산 방지에 실효를 거두기엔 역부족하다. 국제적인 협력이 이뤄지지 않은 현재로선 이통서비스에 가입한 국민들 중에서도 로밍 서비스에 가입하고 해외로 나간 경우만 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로밍을 하지 않고 현지 유심을 사용한 경우 방문 국가를 알 수 없다.

또 중국이나 타 국가에서 감염된 외국인이 국내로 입국하는 경우도 문제다. 특히 이번 우한폐렴의 경우 중국과의 협력이 최우선이다. KT가 아직 공식적으로 GEPP 협력을 맺은 것은 아니다.

황창규 KT 회장은 2018년 1월 세계경제포럼(WEF) 연례총회(다보스포럼)에서 효율적인 감염병 대응을 위한 GEPP를 전세계 국가에 제안하기도 했다. 실질적으로 GEPP 운영이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글로벌 합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당시 황 회장은 GEPP를 평상시와 위급시 2가지로 나눠 운영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평상시에는 개인정보 이용에 동의한 사람에게만 감염병 위험정보를 파악해 제공하고 '판데믹(감염병 대유행)'과 같이 위급 상황 발생시 모든 휴대폰 이용자의 감염병 발생지역 방문정보를 파악해 위험안내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이다.

KT 관계자는 "GEPP 플랫폼이 이번 우한 폐렴 사태처럼 긴급한 감염병 확산 방지에 효과적으로 활용되기 위해선 글로벌 차원의 협력이 필수"라며 "국가적 협력이 선행되지 않으면 로밍 서비스를 신청한 국민에 한해서만 대응할 수 있어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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