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별세한 故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가 마련된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고인의 영정이 놓여있다. /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018년 8월 서울고법에서의 '롯데그룹 경영비리' 결심 공판에서 직접 호소한 내용이다. 신 회장은 "저와 롯데그룹이 소홀히 했던 부분을 돌아보고 한 단계 도약하는 기업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한 바 있다. 신격호 명예회장의 별세로 신 회장이 명실상부한 1인자로 자리한 롯데그룹이 사실상 지주사 격인 호텔롯데의 상장을 4년 만에 재차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롯데지주가 현재 지배하고 있는 다수 계열사에 호텔롯데도 상당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도 현 롯데지주가 '반쪽지주'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롯데지주와 호텔롯데가 함께 지분을 보유한 주요 롯데 계열사로는 롯데쇼핑, 롯데푸드, 롯데칠성, 롯데제과, 롯데지알에스, 롯데상사, 롯데글로벌로지스 등이 있다. 이외에도 호텔롯데는 롯데면세점제주 100% 및 롯데물산 31%, 롯데알미늄 38%, 롯데건설 43% 등을 독자적으로 보유하고 있다. 호텔롯데와 롯데지주와의 관계 정리는 롯데그룹 지배구조 정리의 핵심이 될 수밖에 없다.
2019년 3분기까지의 누적 매출은 약 5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11.5% 늘었고 같은 기간의 영업이익은 2037억원으로 47% 가량 증가했다. 특히 최근 중국 관광객의 방한 규모가 급증하며 중국 소비 관련 종목의 실적에 '파란 불'이 켜지는 상황에서 면세점 등 관광 관련 사업 부문의 비중이 큰 호텔롯데의 실적 개선도 본격화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실적이 좋으면 IPO 과정에서의 공모가도 더 높게 책정될 수 있다. 롯데 오너는 물론이고 일본롯데홀딩스 등 주주들의 관점에서도 구주매각 등을 통한 엑시트(수익실현)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9일 오후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의 빈소를 나서고 있다. / 사진=홍봉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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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구나 신 회장의 롯데그룹 내 지배체제가 공고화된 점도 호텔롯데 상장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평가다.
정대로 미래에셋대우 연구원은 "신동빈 회장과 (신 회장의 친형인) 신동주 전 일본롯데홀딩스 부회장 사이의 경영권 분쟁 위험은 제한적"이라며 "지난해 6월 일본롯데홀딩스 정기주주총회에서 신 회장이 이사로 재선임을 받은 반면 신 전 부회장의 이사 선임은 부결된 사안에서 확인할 수 있다. 신 회장은 일본롯데 경영진으로부터 지속적 지지 확보를 통해 롯데그룹에 대한 안정적 지배력 확보 및 경영권 행사가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또 "면세부문의 실적 개선에 힘입어 다시 추진될 호텔롯데의 상장은 결국 롯데지주와의 합병을 통해 국내 롯데그룹의 지배구조를 완성하기 위한 필수 단계로 이해해야 한다"며 "호텔롯데 상장 과정에서 일부 구주 매출을 통해 사실상 일본 내 지배력을 낮추는 한편 안정적 시장가격 형성 이후 롯데지주와 합병을 진행함으로써 비용지출 없이 호텔롯데 지배하에 있는 계열사들을 지주회사 내에 편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울러 호텔롯데 상장뿐 아니라 코리아세븐(세븐일레븐), 롯데건설, 롯데렌탈, 롯데컬처웍스(롯데시네마) 등 비상장 롯데 계열사의 상장도 잇따를 수도 있다. 롯데 발 자본시장 호재가 생기는 셈이다.
한편 20일 오전 10시 5분 현재 롯데하이마트, 롯데인천개발, 우리홈쇼핑 등을 거느린 롯데지주가 12% 이상 강세를 보이는 것을 비롯해 롯데정밀화학(+2.15%) 롯데칠성(+1.52%) 롯데케미칼(+1.61%) 롯데쇼핑(+1.47%) 롯데정보통신(+2.82%) 등 계열 상장사들이 일제 강세를 보이는 것도 그룹 지배구조 재편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됐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