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학생들이 20일 오후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생회관 앞에서 류석춘 교수를 규탄하는 발언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영상 기자
연세대 재학생 신남희씨(24)는 이번 학기 수강편람에서 류석춘 교수의 강의를 볼 줄은 몰랐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류 교수는 지난해 9월 강의 도중 "위안부는 매춘의 일종"이라고 발언해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신씨는 "학교가 학문의 자유라는 이름으로 혐오 발언을 하고 강의실 안에서 학생에게 성희롱을 해도 괜찮다는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연세대 학생·동문 "류석춘 즉각 파면하라"연세대 학생으로 구성된 '연세대학교 사회학과 류석춘 교수 사건 학생대책위원회'(대책위)는 20일 오후 연세대 신촌캠퍼스 학생회관 앞에 모여 '류석춘 파면'을 요구했다. 강의실에서 역사 왜곡과 성희롱을 일삼는 류 교수에게 더 이상 수업을 들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어 "지금까지 징계 절차가 마무리되지 않은 것도 문제이며 만약 마무리되지 않았다면 강의 개설을 유보하는 것이 옳다"며 "학교 당국은 더 이상 류 교수를 보지 않도록 해달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발언을 마친 뒤 학교 본관까지 행진해 학생과 동문의 입장을 전달하고 총장 면담을 요구했다.
학교 측 공식 징계 늘어지자…이달만 벌써 3번째 집회
류 교수의 사과와 학교 측의 징계를 요구하는 학내 집회가 열린 것은 이달 들어 벌써 3번째다. 최근 류 교수가 올 봄학기 전공과목과 교양 과목 수업을 맡는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불만이 다시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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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 교수를 비판하는 것은 학생뿐만이 아니다. 연세대 졸업생으로 구성된 연세민주동문회는 이달 15일 성명을 내고 "매국적 망언과 성희롱 발언으로 학교의 명예를 실추시킨 류 교수가 과연 강단에서 학생들을 가르칠 자격이 있다고 보는가"라고 비판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을 비롯한 연세대 출신 국회의원 14명도 "류 교수에 대한 즉각적인 수업 배제와 교수직 박탈 등 대학 당국의 합당한 처분을 요청한다"는 입장을 학교 측에 전달했다.
속도 안 나는 징계·경찰 수사…류석춘, 무사히 정년퇴직?류 교수가 이번 학기 강의를 마치고 정년퇴직하는 만큼 학교 측의 늑장 징계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류 교수가 징계를 받지 않고 이번 학기를 마칠 경우 무사히 퇴직하게 된다. 하지만 류 교수에 대한 학교 징계나 경찰 수사는 속도를 높이지 못하고 있다.
류 교수 사건을 조사하는 연세대 윤리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차 회의에서 징계 처분을 결정했지만 류 교수가 재심을 신청하면서 다시 논의를 진행하기로 했다. 학생들은 류 교수를 파면하거나 적어도 징계 절차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도 사건 발생 약 4개월 만인 이달 13일 류 교수를 처음으로 불러 조사하는 등 수사가 늦춰지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추가 조사가 필요한지 여부 등을 아직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