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단계 합의' 中, 트럼프 '핵심요구' 양보한 이유

머니투데이 강기준 기자 2020.01.16 1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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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가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공식 서명했다. /AFPBBNews=뉴스115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류허 중국 부총리(왼쪽)가 백악관에서 1단계 무역합의에 공식 서명했다. /AFPBBNews=뉴스1


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1단계 무역합의에 공식 서명했다. 휴전으로 당분간은 한숨을 돌리겠지만, 미국이 집요하게 요구하던 지적재산권 보호 문제를 중국이 양보한 데에는 지난 2년여간의 무역전쟁 동안 중국이 기술 자립을 이미 상당히 이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무역합의에 대해 "이번 임시 해결책은 좀 더 감동적이었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면서도 "하지만 진전이라는 청사진을 그린건 맞다"고 평가했다.



이번 합의에서 중국은 크게 미국산 상품 구매를 늘리고, 지적재산권을 보호한다는 두가지 내용을 미국에 선물로 안겼다. 중국은 농산물, 공산품, 서비스, 에너지 분야에서 2년에 걸쳐 2000억달러 규모를 수입할 예정이다. 또 중국이 미국 기업들에게 기술 이전을 강요하지 못하고, 지적재산권 침해 기업들에겐 처벌을 강화한다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NYT는 이번 합의를 두고 "중국이 과연 2000억달러어치의 상품을 구매한다는 게 달성가능한 목표인지 의문스럽다"면서 "지적재산권 문제도 미중이 다투는 사이, 오히려 중국만 시간을 벌어줬다"고 분석했다. 중국이 무역전쟁이 벌어지는 동안 서방국가의 기술 수입 의존도를 줄이고, 스스로 제조할 수 있는 능력을 구축해 왔기에 이번 합의에 더 열린 자세로 임할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의 메리 러블리 이코노미스트는 "무역전쟁의 아이러니는, 중국이 세계 기술 공급망에서 자신들이 고립될 것이라고 느낀 두려움이 오히려 기술 자립 속도를 빠르게 만들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무역합의 이후에도 중국의 기술 자립 열망은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을 상대로 지재권 강화라는 합의를 얻은 시점이 이미 늦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린폴리시는 "중국이 이미 40여년 전부터 미국 기업들의 지재권을 훔쳐왔으며, 역사적으로도 한 국가가 지재권을 강화하는 시기는 남의 지식을 충분히 훔쳐 자기 것으로 만든 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중국이 미국의 지재권에 크게 집착하지 않을 정도로 각종 기술들을 자국화하는 데 성공했다는 얘기다. 게다가 양국은 지난 수년간 지재권 강화 규제들을 구축해오고 있어, 사실상 이번 합의에 새로운 보호책이 담긴 것은 아니다.


중국은 이미 지난해 미국에서 취득한 특허가 1만6900건으로 전년대비 34% 급증하며 기술 자립화를 과시하고 있다. 미·중 무역전국위원회(USCBC)의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5%만이 중국으로부터 기술이전을 강요 받았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게다가 이번 무역합의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정부의 기업 보조금 특혜를 봉쇄하는데 실패했다. 미국 기업들이 지재권 문제보다 더 크게 제기하는 게 중국 정부의 지원으로 인한 불공정한 경쟁이었는데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양국은 2단계 무역 합의에서 이 문제를 다룰 예정인데, 트럼프 대통령은 11월 미 대선이 끝난 이후에나 새로운 무역합의에 서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고했다. 중국 입장에서는 정부 지원으로 기술 자립을 추진한 시간이 또다시 생긴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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