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산화수소 생산 효율 8배 높인 新촉매 개발

IBS·서울시립대 공동연구팀, 기존 귀금속 촉매보다 2000배 이상 저렴

연구진이 개발한 코발트 원자·그래핀 촉매 모식도<br><br>연구진은 그래핀 위에 코발트 원자를 올린 구조의 새로운 전기 촉매를 개발했다. 이 촉매를 1kg 사용하면 하루에 341.2kg의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이는 기존 값비싼 귀금속 촉매 보다 8배가량 성능을 높인 것이다/사진=IBS

과산화수소(H2O2)는 치약이나 주방세제 등 생활용품은 물론 멸균이 필요한 의료현장, 폐수 처리제, 불순물 제거가 필요한 반도체 공정 등에서 폭넓게 사용한다. 화학 및 제약 산업에서 없어서는 안 될 핵심재료로 꼽힌다. 이 같은 과산화수소의 생산 효율을 최대 8배 높일 수 있는 촉매를 국내연구진이 개발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현택환 나노입자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석좌교수)와 성영은 부연구단장(서울대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유종석 서울시립대 교수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이 산소와 물만을 이용해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전기촉매를 개발했다고 14일 밝혔다. 이는 친환경적이면서 기존 귀금속 촉매보다 2000배 이상 저렴해 가격경쟁력도 뛰어나다.

초정밀 반도체와 기계부품의 발전으로 과산화수소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기존 산업용 과산화수소 생산 공정은 값비싼 팔라듐 촉매를 대량으로 사용하고 있다. 또 각 단계마다 과도한 에너지가 소비돼 에너지 효율이 낮은 데다 유기 용매가 부산물로 발생, 환경오염도 야기한다.

이 같은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공동연구팀은 여러 단계에 걸친 복잡한 공정 없이 물(H2O)과 산소(O2)를 이용해 과산화수소를 전기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저렴한 촉매를 고안해냈다.

연구진이 개발한 촉매는 2차원 그래핀 위에 코발트(Co) 원자를 올린 형태다. 백금, 팔라듐 등 귀금속 대신 값싼 코발트 원자를 사용했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하다. 성 부단장은 “우리 몸 속에서 과산화수소를 만들어 내는 효소의 구조를 본떠 코발트 원자가 그래핀 위에 안정화된 구조를 디자인했다”고 설명했다.

연구진에 따르며 새로 개발한 코발트 원자·그래핀 촉매를 산소를 포화시킨 수용액에 넣고 전기를 가하면 별도의 화합물 첨가 없이도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다.

현택환 IBS 나노입자 연구단 단장(공동교신저자)/사진=IBS

이 촉매는 지금까지 가장 효율이 좋다고 알려진 값비싼 귀금속계 촉매보다 최대 8배 이상 높은 생산성능을 나타냈다. 1kg의 촉매를 사용해 하루 340kg 이상의 과산화수소를 생산할 수 있는 성능이란 설명이다. 또 110시간 이상 과산화수소를 연속적으로 생산하는 실험을 진행한 후에도 초기성능의 98% 이상을 유지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사용후에도 회수해 재활용할 수 있어 친환경적이다.


현 단장은 “이 촉매는 상온‧상압에서도 안정적·친환경적으로 생성물을 합성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화학공정에서 폭넓게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번 연구성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머터리얼스’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