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사태’ 바라보는 北 김정은, 기댈 건 핵무기뿐?

머니투데이 최태범 기자 2020.01.09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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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美, ‘악의 축’ 이라크 이어 이란에도 군사조치…남은 건 북한

[서울=뉴시스]이란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습 살해한 것과 관련,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의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미사일 수십기를 발사했다고 이란 국영 TV가 8일 보도했다. 국영 TV는 이날 미사일 발사가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에 대한 복수라고 말했다. (사진=이란 국영방송 캡처) 2020.01.08.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이란이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 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공습 살해한 것과 관련, 미군이 주둔하고 있는 이라크의 아인 아사드 공군기지에 지대지미사일 수십기를 발사했다고 이란 국영 TV가 8일 보도했다. 국영 TV는 이날 미사일 발사가 솔레이마니 사령관 살해에 대한 복수라고 말했다. (사진=이란 국영방송 캡처) 2020.01.08. [email protected]


이란이 8일(현지시간) 이라크 내 미군기지 두 곳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하면서 중동 정세가 격화일로다. 이번 공격은 미군이 지난 3일 공습을 통해 가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을 제거한데 따른 보복 조치다.

미국의 재반격이 이어질 경우 중동 정세는 통제불능의 상태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이란의 공격에 대해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했지만 9일(현지시간) 대국민 성명을 발표해 추가 대응 계획을 밝힌다.



트럼프 대통령과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속내도 편치 않아 보인다. 미국은 과거 부시 행정부에서 이란·이라크·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으로 규정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북미 정상회담이 두 차례 성사되고 비핵화 대화가 이어졌지만 현재의 교착 국면과 군사적 긴장감을 감안하면 이라크와 이란에 이어 북한도 마냥 안심할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

북한 당국은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갈등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관영매체를 통해 우회적으로 미국의 행태를 비판하는 보도를 이어가고 있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자 기사에서 미군의 솔레이마니 사령관 암살 소식을 전하며 이라크 국회가 “외국무력의 주둔을 끝장내며 영공과 영해를 이용하는 것을 금지시킬 것을 요구하는 법안을 절대다수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통과시켰다”고 했다.

이어 "현재 이라크에는 반 테러전의 미명하에 5000명 이상의 미군이 주둔해 있다고 한다"고 덧붙였다. ‘미명하에’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이라크 주둔에 변함이 없는 미국의 방침을 비판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지난 6일에는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전화통화 내용을 전하며 이들이 “이라크 바그다드시에 있는 한 비행장에 대한 미국의 미사일 공격을 규탄했다”고 소개했다.


우방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입을 빌려 미국의 '참수 작전'을 규탄하는 반응을 내놓은 것이다. 북한이 공식 매체를 통해 이란 사태에 대한 입장을 밝힌 것은 미군의 솔레이마니 사령관의 암살 이후 이때가 처음이다.

◇‘핵 보검’ 집착할 수밖에 없는 김정은

[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순천린비료공장건설현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7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01.07.    photo@newsis.com[서울=뉴시스]북한 노동신문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순천린비료공장건설현장을 현지지도 했다"고 7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2020.01.07. [email protected]
김 위원장은 미국의 이란 군부 실세 제거 이후인 지난 7일 순천 인비료공장 건설 현장을 현지시찰하며 새해 첫 외부 공개행보를 했다. 2003년 미국의 이라크 침공 당시 50일간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김정일 국방위원장 때완 달랐다. 북한 매체들은 활짝 웃는 김정은 위원장의 사진을 실었다. 두문불출할 것이란 관측을 비웃듯 공개 행보로 자신감을 과시한 것이다.

공포심과 불안감을 드러내지 않으려는 의도적 공개 활동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외신과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란 사태를 계기로 김 위원장의 ‘핵 집착’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통신은 7일(현지시간) '트럼프의 이란 표적사살은 김정은의 가장 큰 두려움'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미군의 이란 공습을 지켜본 김 위원장이 ‘체제보장을 위해 핵 억지력이 필수적’이라는 믿음을 확고히 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통신은 전문가 견해를 인용해 “솔레이마니의 죽음은 미국이 믿을만한 핵 반격이 없는 나라들에 대해서만 그런 공격을 감행한다는 북한의 인식을 강화시켰다”며 “김정은과 북한 고위당국자들도 미래에 공격 타깃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북한은 그동안 핵 억제력을 체제안전의 절대조건으로 강조해왔다. 김 위원장이 지난 1일 대북제재 국면에 대한 ‘정면 돌파’를 강조하며 내놓은 카드도 핵무력 강군화다. 북한은 경제건설 노선을 유지하면서 핵 능력 강화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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