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戰 '주식 매수 타이밍'…한달이면 주가 회복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20.01.08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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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전략]중동 위기로 주가 하락→회복 평균 41일

[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란의 미군기지 공격의 영향으로 코스피가 하락 마감한 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4.23(1.11%)p 내린 2,151.31을 나타내고 있다. 원 달러 환율은 4.40원 오른 1,170.80원에,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22.50(3.39%)p 내린 630.94에 거래를 마쳤다.  2020.01.08.    amin2@newsis.com[서울=뉴시스] 전진환 기자 = 이란의 미군기지 공격의 영향으로 코스피가 하락 마감한 8일 오후 서울 중구 명동 KEB하나은행 딜링룸 모니터에 지수가 전 거래일 대비 24.23(1.11%)p 내린 2,151.31을 나타내고 있다. 원 달러 환율은 4.40원 오른 1,170.80원에,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22.50(3.39%)p 내린 630.94에 거래를 마쳤다. 2020.01.08. [email protected]


41일. 역대 미국과 중동 간 갈등으로 한국 증시가 충격에 빠진 이후 회복까지 걸린 평균 기간이다. 걸프전, 9·11테러, 이라크 전쟁 등 중동발 위기가 터질때마다 국내 증시는 흔들렸지만 그 충격은 오래 가지 않았다. 최근 미국과 이란의 전쟁 위기로 한국 증시가 조정받는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위기를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8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 대비 24.23포인트(1.11%) 하락한 2151.31로 마감했다. 중동발 지정학적 위기로 인해 이날 장중 1.74%까지 낙폭을 키웠으나 외국인의 매수세 덕분에 낙폭을 상당부분 회복했다.



이날 코스피 시장에서 외국인은 2624억원 어치를 순매수 한 반면 기관과 개인은 각각 2398억원, 203억원 어치를 순매도 했다.

반도체가 아니었다면 코스피 하락폭은 더 컸을 것이란 게 증권가의 시각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장 시작 전 지난해 4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7조1000억원이라고 공시했다. 컨센서스(시장 전망치)보다 8% 가량 상회하는 '어닝 서프라이즈'였다. 삼성전자 주가는 이날 1.79% 올랐고 덕분에 SK하이닉스도 3.62% 올랐다. 외국인 매수세의 대부분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몰렸다.



반도체 수혜를 기대하기 힘든 코스닥 시장은 이날 전일 대비 22.5포인트(3.39%) 떨어진 640.94로 마감했다. 4.28% 하락한 지난해 8월26일 이후 약 4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었다. 외국인은 코스피와 달리 코스닥에서 460억원 어치를 순매도 했다. 개인과 기관이 각각 314억원, 599억원 어치 순매수 했다.

그 동안 국내 증시는 미국과 중동 간 충돌이 있을 때마다 급격히 흔들렸다. 중동에서의 전쟁으로 원유 가격이 급등하고 국내 산업에도 충격을 주기 때문이다. 달러화 강세로 인한 원화 약세와 중동 수주 위축 등도 한국 경제를 위협하는 요인이다.

이날 증시 상황도 마찬가지였다. 이란이 7일(현지시간) 이라크 주둔 미군과 연합군에 12발 이상의 탄도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밝히고, 미군의 보복의 가해질 경우 미국 본토 타격도 감행하겠다고 주장하면서 위기감이 고조됐다. 미국이 지난 3일 거셈 솔레이마니 이란혁명수비대(IRGC) 총사령관을 사살했다고 밝히고 난 다음인 지난 6일에는 코스피와 코스닥이 1~2%대 급락했다.


국내 증시를 둘러싼 불안감이 커지고 있지만 증권가에서는 위기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시각을 제시한다. 과거 사례를 볼때 중동 위기로 인한 충격으로 증시가 흔들려도 약 한 달 정도면 이전 주가를 대부분 회복했기 때문이다.

1990년 8월2일 이라크의 쿠웨이트 침공으로 걸프전이 발발한 당시 코스피 지수는 688.28이었고 이후 주가 하락이 지속돼 약 한달 뒤엔 9월17일에는 17.7% 떨어진 566.27일 기록했다. 하지만 10월9일 696.01을 기록하며 69일만에 주가를 회복했다. 미군이 걸프전에 참전한 1991년1월에도 코스피가 전쟁 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33일이었다.

9·11테러의 충격은 걸프전보다 컸다. 테러 발생 다음날인 2001년 9월12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2% 떨어진 475.6으로 마감했다. 코스닥도 11.6% 급락했다. 당시 상하한 폭이 15%임을 감안하면 이날 상장사 대부분이 하한가를 기록한 셈이다. 그러나 코스피는 44일만인 10월24일 지수를 회복했고 코스닥도 37일만에 제자리로 돌아왔다.

이라크 전쟁(2003년 3월20일)으로 인한 충격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전쟁 위기감이 고조되면서 시장에 지속적으로 반영됐기 때문이다. 전쟁 발발 이후 코스피 하락폭은 최대 5.3%에 그쳤고 19일만에 회복됐다.

3번의 위기에서 코스피 하락 이후 회복까지 걸린 기간은 평균 41.25일이다. 약 한 달 도면 대부분 충격에서 회복한 것이다.

NH투자증권이 지정학 위험지수(GPR)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지정학적 위기로 인한 주가 하락 이후 평균 1개월 정도면 반등을 시작했고 3개월이면 이전 지수를 회복했다. 평균 수익률은 10개월 후 6.6%까지 상승했다. 지정학적 이슈가 주식시장의 방향성을 바꿀 정도의 위력은 아니었단 얘기다.

전쟁이 일어나면 단기적으로 유가 급등 우려가 있지만 최근에는 셰일 가스 등 대체제가 많고 재고도 여유가 있어 국내 경제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미국이 중동에서의 전쟁을 대개 한 달 이상 끌지 않았다는 것과 이란에 대한 경제 제재로 최근 우리나라와의 경제적 교류가 거의 없었다는 점 등도 시장 충격이 크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을 싣는다.

노동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과거 이라크 전쟁 위기가 높아진 2002년9월부터 2003년3월까지 세계 주식시장은 8.8% 하락했지만 전쟁은 한 달을 끌지 못했고 주가는 두 달 만에 회복했다"며 "주식 등 위험자산 투자자는 지정학 위험 발생을 매수 기회로 삼을 만하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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