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들이 모인 자리에서 한 현직 부장판사가 말했다. 자칫 자기과시로 들릴 법하다. 하지만 좀 더 깊이 생각해보면 당연한 말이다. 법은 공인된 물리력인 공권력(국가권력)과 불법적인 폭력 등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런 법을 강력한 권한으로 휘두르는 게 바로 법원이다.
최근 법원에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줄을 이었다. 구속영장 청구는 검찰 수사 단계에서 주요 변곡점으로 꼽힌다. 검찰이 피의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한다는 것은 곧 혐의를 소명할 만큼의 충분한 증거를 얻었다는 자부심과 수사 결과에 대한 자신감을 뜻한다.
국감에선 "조 전 장관 영장을 기각한 명재권 판사를 불러내라"가 하나의 구호가 됐다. 조 전 장관 사건에서 뿐만이 아니다. 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되는 사람의 구속영장이 기각될 때마다 사람들은 분노를 감추지 못했다.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겐 응당 벌을 내려야 한다는 상식적인 이유에서다.
법이 구속에 대한 요건을 이토록 까다롭게 만들어 둔 이유는 뭘까. 무고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었을 때 개인과 사회가 감당해야 할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잘못된 판단으로 침해될 인권의 피해가 막대하기 때문이다. 처벌을 위한 법도 중요하지만 무고한 사람을 만들어내지 않도록 국가권력에 대항하는 의미에서의 법도 중요하다. 그렇기 때문에 법원은 언제나 엄격한 잣대로 구속을 판단해야 할 의무를 진다.
같은 의미에서 검찰도 구속영장 청구에 신중해야할 필요가 있다. 누구보다 '인권'을 내세우고 있는 검찰 아닌가. 구속영장 발부 여부가 수사의 성패를 판가름한다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법정에서 적법하게 수집한 모든 증거들을 꺼내놓고 유죄 판결을 받아내면 될 일이다. 무조건적인 구속은 답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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