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심만 먹었다" PPL의 진화? 대놓고 광고?

머니투데이 김은령 기자 2019.12.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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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심만 먹었다" PPL의 진화? 대놓고 광고?


PPL(제품간접광고)가 진화하고 있다. 방송 프로그램에서 제작지원으로 참여한 업체와 신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고 본방송과 연계한 유튜브 동영상을 통해 해당 제품을 등장시키는 등 적극적이고 노골적으로 광고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광고가 아닌 척 자연스럽게 프로그램 내용에 녹여들어 가도록 제품을 노출시키는 데 집중했던 과거 PPL과 사뭇 다른 풍경이다. 출연진이 먼저 광고주를 언급하거나 광고주를 섭외, 제작 과정을 아예 에피소드로 만드는 경우도 있다.



'농심' 라면'만' 끼리는(끓이는) 남자
tvN이 지난 6일 방송한 '라끼남: 라면 끼리는 남자'는 방송인 강호동이 전국 방방곡곡을 돌며 가장 맛있는 상황에서 가장 맛있는 라면을 끓여 먹는 방송이다. 라끼남에서 강호동이 먹는 라면은 농심 '안성탕면'이다. 6분간 방영되는 TV 방송에서는 간접광고 규제를 따르지만 유튜브 채널에 별도로 올라오는 10분짜리 '풀버전'에서는 제품이 '대놓고' 나온다.

자동차 트렁크 가득 농심 제품이 종류별로 쌓여있고 "일편단신 안성" 같은 자막도 마음껏 나온다. 유튜브 채널에는 "농심은 호동님과 안성탕면 광고 하나 만드세요" 등의 댓글이 달렸다. 프로그램을 맡은 나영석 PD는 유튜브 방송에서 "어릴 적부터 농심만 먹었다" "전폭적인 후원 속 '라끼남'을 만들 수 있게 됐다"며 농심의 제작지원을 공개적으로 밝힌다.



"제작지원 할게요"…아닌척 PPL 옛말
지난 12일 SBS에서 방송된 '맛남의 광장'에서는 이마트가 제작지원에 참여하는 과정이 방영됐다. 강원도 한 감자 농가를 찾은 백종원씨가 30톤에 달하는 못난이 감자가 팔리지 못하고 버려지자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구매해달라고 부탁했다. 정 부회장은 "(못난이 감자를) 고객들한테 잘 알려서 제 값 받고 팔 수 있게끔 해보겠다"며 백종원의 부탁을 받아들였다.

백종원씨는 "이제 앞으로 우리가 다루는 품목 중에 매입이 필요한 건 매입을 해주고 프로그램 제작 지원까지 해주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또 양세형은 "전국 마트에 '맛남의 광장' 부스를 만들어서 판매가 될 거다"라고 설명했다.

이후 실제 이마트 배송차량이 못난이 감자를 운반하고 마트에서 강원도 특산품인 양미리와 감자를 판매하는 장면이 그려졌다.


"농심만 먹었다" PPL의 진화? 대놓고 광고?
제품 개발 과정이 방송 내용…출시 전 '품절 예약'
특정 기업의 제품 자체가 프로그램의 주제가 되기도 한다. 방송에서 서바이벌을 통해 신메뉴를 만들고 다음날 제품이 편의점에 출시되는 KBS의 '신상출시 편스토랑'이 대표적이다. 첫 번째 우승제품인 개그맨 이경규의 '마장면'은 제작지원을 하는 CU편의점을 통해 방송 다음날 출시됐다. 출시 첫날 5만개가 판매되며 간편식품 카테고리 역대 최다 하루 판매량을 경신했다. 두 번째 우승 상품인 돈스파이크의 '미트파이'도 비슷한 속도로 판매되고 있다.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 셈이지만 광고 규제로 적용 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제품이나 로고, 상표 등이 간접광고 규제를 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품 출시 때마다 품절 사태를 일으키는 파급력을 감안하면 간접광고와의 규제 형평성 논란이 일 수 있다.

새로운 PPL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솔직하고 신선하다는 평이 있는 반면 노골적인 광고가 불편하다는 시각도 만만치 않다. 규제 사각지대를 이용했다는 지적도 피하기 어렵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방송 프로그램과 연계한 유튜브 영상에서의 광고 등은 현재 규제 체계로는 제재를 할 수 없다"며 "새로운 포맷이 늘어나는 만큼 영향 등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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