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도 넷플릭스처럼 구독한다…MaaS 뭐길래?

머니투데이 이진욱 기자 2020.01.01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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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용이 사라진다' 2020 모빌리티 上]한 플랫폼서 여러 교통수단 예약·결제 등 해결…유럽·일본 등 MaaS 확장 활발

편집자주 인류문명은 이동수단과 함께 발전했다. 배가 발명되면서 바닷길이 열렸고, 증기기관을 이용한 기관차의 등장은 육상에서 대량수송을 가능케 했다. 4차산업혁명 시대를 맞아또 한번 이동 혁명이 시작된다. 버스·택시·지하철 등 다양한 대중교통과 승용차·자전거·전동휠 등 모빌리티 서비스를 하나의 앱으로 연계한 MaaS(MaaS: Mobility as a Service)가 그 진앙지다. 자동차가 ‘소유’하는 개념에서 ‘빌려 쓰는’ 개념으로 바뀌면서 대중교통과 자가용의 경계가 허물어진다. 운전기사와 승객의 구분도 모호해진다. 2020년 달라질 모빌리티 서비스를 진단해봤다.

車도 넷플릭스처럼 구독한다…MaaS 뭐길래?


#서울 광화문에서 부산 광안리로 출장을 가는 김이동(41)씨. 서울역까지 이동할 택시, 부산까지 가는데 필요한 KTX 열차권, 광안리로 이동하는 지하철 등 적어도 세번은 갈아타야 한다. 그러다 보니 모두 각각의 앱을 써서 예약하고 결제도 따로 한다. 번거롭고 불편하다. 하나의 앱으로 예약과 결제를 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또 KTX 도착시간에 맞춰 카풀 서비스가 기다려준다면 대기시간을 절약할 수 있지 않을까.

검색 예약 결제 한번에 진행…자동차 구독 시대 온다
차량공유 서비스(카쉐어링)를 넘어 MaaS가 뜨고 있다. MaaS란 열차, 택시, 버스, 카셰어링, 공유 자전거, 전동퀵보드 등 대중교통과 모빌리티 등 모든 이동수단을 연결해 경로 검색과 예약, 결제를 하나의 앱으로 할 수 있는 통합 플랫폼을 말한다. 패키지 소프트웨어(SW)를 사는 대신 클라우드로 SW를 매달 임대하는 SaaS(Software as a sevice) 개념처럼 자동차를 소유하지 않고 빌려쓴다는 개념에서 출발했다.



대중교통과 여러 이동수단을 결합해 최적의 이동 경로를 제시하면, 이용자가 각각의 이동수단별 결제를 한번에 할 수 있다. 출퇴근 용도라면 월 정액 요금제도 가능할 지 모른다. 전문가들은 넷플릭스와 같이 매달 일정요금을 내고 무제한 영상을 볼 수 있는 구독 서비스처럼 신차나 이동수단을 매달 구독료를 내고 자동차를 이용하는 시대가 곧 도래할 것이라고 말한다.

車도 넷플릭스처럼 구독한다…MaaS 뭐길래?


핀란드·독일·싱가포르·일본 등 잇단 MaaS 서비스…자동차·IT업계 각축전

MaaS 서비스를 도입한 대표적인 곳이 핀란드의 헬싱키다. 현지 기업 MaaS 글로벌은 2016년 핀란드 정부와 헬싱키의 공공기관인 HSL, 통신장비 회사인 에릭슨과 지멘스, 우버와 손잡고 MaaS 앱 ‘윔(Whim)’을 출시했다. 기차, 버스, 택시, 오토바이, 공유자전거, 공유차 등 교통수단은 물론 신규 모빌리티 서비스까지 ‘윔’ 앱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용자들이 ‘윔’ 에 접속해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최단 경로와 최저 운행료가 나온다. 결제도 한번에 할 수 있다.

‘윔’은 현재 월평균 약 6만명이 이용한다. 미국의 ‘우버’와 중국의 ‘디디추싱’보다 한단계 더 발전된 형태다. MaaS가 교통체증을 줄이고 대중교통 이용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으면서 스웨덴, 독일, 싱가포르 등 다른 국가들도 MaaS 도입에 적극적이다. 스웨덴 예테보리의 ‘유비고’와 독일 ‘킥시트’, 싱가포르 ‘비라인’ 등이 대표적이다.

MaaS가 향후 자동차·교통산업을 재편할 핵심 플랫폼으로 부상하면서 자동차 제조사, IT 업계가 시장 선점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요소 기술 확보를 위해 과감한 투자에 나서는가 하면, 글로벌 경쟁사들과의 합종연횡도 불사하고 있다. 우버는 승차공유 서비스인 ‘우버 엑스’를 기반으로 향후 자율주행차·플라잉 택시까지 하나의 앱으로 이어지는 서비스를 구상 중이다. 가령, 플라잉 택시 도착지에 승객이 내리는 시간을 고려해 우버 엑스가 정거장에 대기했다가 곧바로 승객을 싣고 목적지까지 데려다 주는 과정을 하나의 앱으로 구현하겠다는 청사진이다. 요금도 합산 결제되는 방식이다.


자동차 제조사들도 적극적으로 MaaS에 대비하고 있다. 미국 리싱크엑스 연구소는 MaaS 서비스가 확산되면서 신차 수요 감소로 2030년까지 완성차 기업 수익이 80% 가량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완성차 입장에서 MaaS에 선제 대응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위기감이 크다. 일본 도요타는 스마트폰 앱 ‘마이 루트(my route)’를 출시했다. 대중교통, 자가용, 렌트카, 자전거 등을 묶어 하나의 통합 서비스로 제공한다. 도요타는 소프트뱅크와도 손잡고 MaaS 사업을 전담할 합작회사 모넷 테크놀로지도 설립했다. 폭스바겐도 인텔과 손잡고 전기자율차를 활용한 모빌리티 서비스를 개발 중이다.
車도 넷플릭스처럼 구독한다…MaaS 뭐길래?
국내 기업들도 MaaS 서비스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카카오가 가장 적극적이다. 가입자 수 2300만명을 돌파한 ‘카카오T’ 앱을 기반으로 모바일 내비·택시·고급택시 호출·대리운전·주차·전기자전거 등으로 이동수단 접점을 늘리고 있다. 올해부터 플랫폼 택시사업도 시동을 건다. 궁극적으로 ‘카카오T’ 기반으로 최적의 경로 검색, 예약, 결제를 한번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 카카오의 목표다. 현대자동차도 MaaS 서비스에 대비해 다양한 기술 기업과의 협업과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2018년 이후 △싱가포르 그랩 △호주 카넥스트도어 △미국 미고 △인도 레브·올라 등 전 세계 주요 차량 공유 기업에 투자를 단행했다.

정부와 지자체도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MaaS 개발을 위한 3차 실증사업에 돌입했다. 이 사업은 지난해 8월부터 시작해 총 32억원이 투입되는 프로젝트다. 한국교통안전공단이 주관하며 KT, 서울대, 홍익대, 에세텔, 이지식스 등이 참여했다. 앞서 서울시도 지난해 4월 서울형 교통정보 플랫폼을 개방했다. 서울시는 MaaS로 버스와 지하철, 택시와 전동킥보드 등 교통 수단 전반의 정보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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