붕어빵 /사진=이재은 기자
"돈이 안되니까 안하지, 왜 안하겠어."(붕어빵 노점상 주인 A씨)
겨울철 대표적 길거리 먹거리인 붕어빵 노점이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원재료값 상승에 더해 붕어빵에 관심이 시들해진 소비자들이 지갑을 닫으면서다.
처음 붕어빵이 국민 간식이 된 건 1997년 IMF를 겪으며 일자리를 잃은 이들이 대거 붕어빵 장사를 시작하면서다. 2000년대는 붕어빵의 황금기였다. 1999년부터 붕어빵이 프랜차이즈화되면서 지점이 빠르게 늘어났고, 김치·슈크림 등 다양한 맛까지 등장해 남녀노소 많은 이들의 입맛을 사로잡았다. 큰 붕어빵을 1000원에 적으면 4개, 많으면 10개까지 줬기 때문에 붕어빵은 서민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겨울철 필수 간식이 됐다.
수지타산이 맞으려면 가격을 인상해야하지만, 저렴하고 푸짐하다는 붕어빵 특성상 가격 인상이 어려워 수익은 오히려 줄었다. A씨는 "처음 시작할 땐 이 큰 붕어빵이 1000원에 4개였는데, 지금은 1000원에 2개를 준다"며 "그래도 남는 게 없지만, 손님들은 비싸다고 아우성이다"라고 말했다.
붕어빵 노점상이 문을 닫은 채 한켠에 정리돼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붕어빵 가게가 사라진 건 단순히 물가상승이나 가격저항 때문만은 아니다. A씨는 "요즘엔 다른 맛있는 간식이 많지 않냐"면서 "젊은 사람들은 다른 간식을 찾아서 먹고 나이 든 사람들만 추억을 그리워하며 붕어빵을 사러 온다"고 설명했다. 손님들 입맛이 변화하면서 붕어빵을 찾는 이들 자체가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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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어빵으로 얻는 수익이 줄었기에 붕어빵 노점상들은 결국 자체적으로 생존 방법을 꾀하고 있다. 붕어빵 단일 품목만 팔던 과거와 달리 어묵, 도너츠, 와플, 닭꼬치 등 다른 품목과 함께 붕어빵을 판매하는 것이다. A씨는 "우리도 도너츠를 함께 파니까 그나마 돈이 남는 거지, 붕어빵 하나만 팔으라고 하면 바로 그만둬야한다"고 설명했다.
붕어빵 노점들이 사라지면서 한편에선 이를 그리워하는 이들도 늘고 있다. 직장인 이모씨(31)는 "붕어빵이나 잉어빵을 좋아해서 판매하는 곳이 있으면 이를 외워두고, 회사 동기들에게도 '어디에 붕어빵 노점이 있다'고 알려 함께 사러가곤 한다"고 말했다. 그는 "차츰 붕어빵 노점이 사라져서 아쉽다"고 덧붙였다.
이씨와 같은 이들이 늘면서 많은 이들이 정보를 모아 붕어빵 등 노점상 위치를 공유하는 지도도 만들어졌다. 구글 오픈 맵을 활용해 2017년 11월에 만들어진 '대동풀빵여지도'다. 많은 누리꾼들은 자신의 지역 붕어빵 노점을 직접 표시, 편집해 다른 이들과 붕어빵 파는 곳 정보를 나누고 있다.
/사진=이재은 기자
이중 세 곳은 계좌번호를 큰 글씨로 써서 안내하고 있었고, 한 곳은 현금이 없다는 손님에게 계좌번호를 안내했다. 하계동에서 붕어빵을 판매하는 C씨는 "현금을 가지고 다니지 않는 분들이 많아서 이를 아예 붙여뒀다"고 설명했다.
한편, 기존 붕어빵을 운영하는 노점이 사라지고는 있지만 새로 창업하는 이들이 그만큼 늘고 있는 만큼 당분간은 붕어빵 노점상 수가 더이상 감소하진 않을 거란 시각도 적지 않다.
한 붕어빵 프랜차이즈 전문점 관계자는 "보통 처음 붕어빵 장사를 시작할 때 체인업체에서 기구 등은 다 빌려주기에, 가스, 밀가루, 통팥 등 재료를 구매하는 값 10만~20만원 정도밖에 필요하지 않다"면서 "진입장벽이 낮아서 지금도 계속 창업 문의가 들어오고 있고 시작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