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家 '남매의 난'…침묵지키는 어머니 '이명희' 선택은?

머니투데이 이건희 기자 2019.12.24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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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한진칼 주총서 벌어질 조원태·조현아 '표 싸움'…이명희 고문 심중에 경영권 달려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사진=김창현 기자이명희 정석기업 고문. /사진=김창현 기자


조현아 전 대한항공 (21,950원 ▼50 -0.23%) 부사장으로부터 촉발된 한진 (21,050원 ▼150 -0.71%)그룹 오너 일가 '남매의 난'을 둘러싸고 삼남매 어머니인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이 취할 입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고문이 내년 3월 한진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벌어질 가능성이 높은 남매 간 '표 싸움'에 캐스팅보트가 될 거라는 분석 때문이다.



24일 금융감독원 공시에 따르면 한진칼의 지분 중 이 고문이 보유한 비율은 5.31%다. 삼남매의 지분은 △조 회장 6.52% △조 전 부사장 6.49% △조현민 한진칼 전무 겸 정석기업 부사장 6.47% 등으로 나뉜다.

그룹 경영권을 견제하는 행동주의 사모펀드 KCGI(일명 강성부펀드)는 지분율을 계속 늘리며 17.29%를 보유한 상황이다. 미국 델타항공은 10%, 대호개발(반도건설 계열사)는 6.28%를 보유 중이다.



이같은 지분 구조는 조 전 부사장이 전날 법률대리인을 통해 "조 회장이 아버지인 고(故) 조양호 전 한진그룹 회장이 남긴 '공동 경영'의 유훈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하면서 관심이 집중됐다.

법률대리인은 조 전 부사장 경영 복귀 문제가 그동안 합의 없이 다뤄졌다면서 앞으로 조 전 부사장이 다양한 주주를 만날 것을 알렸다.

이에 당장 내년 3월에 열릴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조 회장 사내이사 재선임 안건을 두고 남매간 표 대결이 벌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한진칼 정관 상 사내이사 재선임은 주주총회 출석 주주의 과반 찬성표를 얻으면 된다. 여기서 조 회장이 연임에 실패하면 그룹 경영권을 잃는다.

"조원태냐, 조현아냐"…'예측 불가'된 한진家
한진칼 주요 주주 현황.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한진칼 주요 주주 현황. /그래픽=김지영 디자인기자
앞서 조 전 부사장이 문제를 제기하기 전 상황으로는 조 회장의 연임이 어렵지 않을 것으로 전망됐다.

현재 한진칼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이 28.94%에 달하고, 조 회장 우호지분으로 평가받는 델타항공(10%)이 합류하면 지분율이 38.94%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반대 세력인 KCGI 지분은 17.29%에 불과해 단순 계산으로 주총 때 과반 찬성을 예상할 수 있었다.

그러나 조 전 부사장이 이탈할 경우 상황이 달라진다. 이 경우 기존 한진칼 우호 지분은 22.45%로 줄어든다.

게다가 조 전 부사장이 KCGI와 손을 잡는다고 가정하면 그 지분율 합계는 23.78%에 달한다. 물론 KCGI는 그동안 '땅콩 회항' 사건 비판 및 조 전 부사장이 관심을 둔 한진그룹의 호텔 사업 정리 등을 요구한 만큼 협력 가능성은 낮지만 예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표 싸움이 경우의 수가 다양해지면서 자연스럽게 이 고문, 조 전무의 표 향방에 관심이 쏠렸다. 시나리오 상 이들 중 한 명의 표심만 갈려도 주주총회 결과가 뒤집힐 수 있다.

물론 이 같은 '뒤집기 시나리오'의 가능성은 낮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한진그룹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조 전 부사장이 지난달 인사에서 조 회장에게 권한이 집중되자 반감이 커진 것 같다"며 "이 고문을 비롯해 막내 조 전무도 조 회장 쪽에 기운 것으로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조 전 회장 별세 후 상황을 짚어볼 때 결과를 단정 짓긴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앞서 지난 5월 공정거래위원회가 그룹 총수(동일인)을 조 회장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불거진 '모자 갈등설'이 한 근거다.

조 전 회장 별세 후 조 회장이 경영 승계를 하는 과정에서 이 고문이 불만을 나타낸 것으로 알려졌고, 이것이 공정위에 관련 서류를 한진그룹이 제출하는 데에도 영향을 끼쳤다는 것이다. 실제로 한진그룹은 차기 총수 지정에 대한 내부 의견을 조율하지 못해 공정위에 관련 서류를 늦게 제출했다.

당시 재계 관계자는 "그룹 내 삼남매 간 경쟁이 심했는데, 아버지가 세상을 떠나면서 갈등이 수면 위로 오른 것으로 보인다"며 "임원들 간 후계 구도를 놓고 눈치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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