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성부 KCGI 대표는 23일 이번 사태와 관련한 사전 접촉 여부 및 향후 계획 등을 묻는 질문에 대해 "조현아 전 부사장이나 조원태 회장과 이번 사태와 관련해 접촉한 적이 없다며 "(이번 경영권 분쟁에) 끼어들고 싶지 않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의 '반란'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결국은 외부 주요 주주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나, KCGI 등의 행보는 아직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한진칼 은 정석기업, 토파스여행정보, 칼호텔네트워크 등 계열사를 직접 지배하는 것은 물론, 22% 지분을 보유한 한진 을 통해 인천·울산·부산·평택 등지의 항만운영 회사 및 컨테이너 터키널, 물류센터 등을, 또 지분 29.62%를 보유한 대한항공 을 통해 한국공항, 한진정보통신 등을 간접적으로 지배하는 한진그룹의 지주사다.
고 조양호 전 회장과 그의 세 자녀(조원태 회장, 조현아 전 부사장, 조에밀리리 한진칼 전무) 및 특수관계인들은 28.84%의 한진칼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다. 종전 조 전 회장이 보유하던 17.84%의 지분(의결권부 보통주)은 배우자인 이명희 고문과 조원태 회장 등 3남매에게 상속됐다.
현재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 조 에밀리 리 전무의 한진칼 지분은 각각 6.52%, 6.49%, 6.47%씩이며 이 전 이사장의 지분은 5.31%다. 현재로서는 조 회장과 조 전 부사장의 지분율 차이가 미미해 어느 쪽이 경영권 분쟁에서 최종적으로 이길지 확언할 수 없는 상태다.
이 때문에 한진칼의 종전 주요 주주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단연 눈에 띄는 곳은 KCGI다. 조 회장 등 한진 오너 일가들의 지분을 모두 합하면 28.94%에 이르지만 단일 주주 기준으로 한진칼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곳은 KCGI이기 때문이다. KCGI는 올해 초 정기 주주총회 시즌에 한진칼 이사선임 반대 등 안건을 제안하는 등 적극적 행보를 펼치며 한진 오너 일가를 떨게 한 바 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10.81%의 지분을 보유하던 KCGI는 올해 들어 지분을 계속 늘려가며 현재 지분율을 17.29%까지 늘렸다.
올해 초 경영권 분쟁이 불거진 상황에서 지분을 확보하며 한진그룹의 우군으로 등장한 미국 델타항공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델타항공은 올 6월 한진칼 지분 4.3%를 취득한 것을 시작으로 올 3분기 말 현재 10%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델타항공 지분은 현재 경영권을 장악한 조 회장의 우군으로 풀이된다. 조 회장(6.52%)과 델타항공의 지분(10%)에 기존 한진그룹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까지 더할 경우 조 전 부사장 측의 '반란'을 너끈히 제압할 수 있을 전망이다. 물론 조 전 부사장이 KCGI 등의 지원을 받지 못한 상황을 전제로 한 것이다.
올 10월 처음 5% 이상 지분을 보유했다고 공시한 후 이달 초 한진칼 지분율을 6.28%까지 늘린 대호개발도 주요 변수가 될 전망이다. 대호개발은 반도건설 계열사로 올 하반기 이름을 드러낸 후 지분을 꾸준히 늘려왔다.
앞으로 KCGI는 어떤 행보를 보일까. 시장에선 기업가치 제고를 통해 더 큰 수익을 추구하는 운용사의 특성을 감안할 때 더 나은 제안을 주는 쪽에 손을 건넬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익명을 요구한 한진칼 담당 애널리스트는 "최근 한진칼 주가 상승은 내년 3월 조 회장 연임 승인안건이 주주총회에 상정되기 전 지분경쟁에 따른 것"이라며 "KCGI는 어느 쪽이 경영권을 쥐게 되든 주가가 오르기만 하면 유리한 상황이다. 조 회장이든 조 전 부사장이든 경영권을 쥐기 위해서는 KCGI의 지원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또 "내년 주총까지 KCGI는 관망세를 취하다가 보다 유리한 선택을 내릴 가능성이 높다"며 "경영권 분쟁이 추후 어떻게 진행될지 더 봐야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KCGI가 조 전 부사장에 힘을 실을 명분이 부족하다는 관측도 있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KCGI는 종전 한진그룹 일가와의 경영권 분쟁 당시 조 전 부사장의 '땅콩회항' 사건 등을 걸고 넘어지면서 공격을 가한 적이 있다"며 "조 전 부사장과 이제 와서 손을 잡을 명분이 없을 것이다. 조 전 부사장이나 KCGI 양측 모두 제휴할 명분은 적을 것"이라고 봤다.
한편 이날 한진칼은 전일 대비 20% 오른 4만62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주가는 한진칼이 2013년 옛 대한항공에서 분할해 재상장된 이후 최고치다. 한진칼 우선주( 한진칼우) 대한항공 우선주( 대한항공우) 도 이날 상한가로 직행했다. 오너 일가의 경영권 분쟁에 따라 의결권 프리미엄이 앞으로 더 치솟을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