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 하차를 보는 두 시선…시청률 하락 VS MBC 사장설

머니투데이 이재은 기자 2019.12.24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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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사진=jtbc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사진=jtbc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이 내년 1월부터 JTBC 메인 뉴스 '뉴스룸' 앵커직에서 물러나면서 하차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23일 JTBC 측은 공식 자료를 통해 "메인뉴스('뉴스룸')을 6년 4개월 동안 이끌어왔던 손석희 앵커가 앵커직에서 물러나 대표이사직만 수행하기로 했다"라고 밝혔다.

손 사장도 이날 오후 사내 회의에서 "내년 1월2일 신년 토론까지만 진행하고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손 사장 자의 하차 vs 경영진 결단
손 사장의 앵커직 하차는 그동안 수 차례 논의돼오던 것으로 알려졌지만 손 사장이 구성원들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만큼 내부에서는 반발의 목소리도 나온다. 손 사장의 하차를 두고 자의인지 타의인지 여부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JTBC 기자들은 손 사장의 하차가 손 사장의 자의라기보다는 경영진의 일방적 결단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 JTBC지회는 23일 밤 성명문을 통해 "JTBC의 보도 원칙을 세우고, 이를 지켜온 앵커의 갑작스러운 하차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이번 앵커 하차는 보도국 구성원들이 배제된 채 결정됐다"며 "보도 자율성의 침해를 심각하게 우려한다"며 "손 사장의 앵커직 하차에 대해 사측의 책임 있는 설명을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손 사장이 23일 사내회의에서 직접 하차의사를 밝혔고, 손 사장이 '미디어오늘'에 자신의 하차는 1년 전부터 논의된 것이라고 설명한 만큼 손 사장이 먼저 하차 의사를 전달했을 것이란 시각도 나온다.


궁지에 몰린 손 사장?
손 사장이 경영진의 결단에 의해 하차했을 것이라고 보는 이들은 손 사장을 둘러싼 상황이 좋지 않다는 이유를 든다.

손 사장은 각종 설문조사에서 존경하는 인물 언론인 부문 1위로 뽑힐 정도로 JTBC의 이미지 제고에 기여해왔지만, 최근 손 사장이 여러 이슈들의 중심에 서며 위기 상황에 몰린 만큼 경영진이 JTBC 이미지 유지를 위해 그를 제거했다는 주장이다.

앞서 지난 2월 손 사장은 프리랜서 기자 김웅씨를 폭행한 혐의로 검찰에 넘겨져 조사를 받았다. 이 사건은 '공정함'이 생명인 언론인 손 사장에게 치명적 이미지 손상을 안겼다.

프리랜서 기자 김모씨(49) 폭행하고 협박했다는 의혹을 받는 손석희 JTBC 대표. 2019.2.17/뉴스1프리랜서 기자 김모씨(49) 폭행하고 협박했다는 의혹을 받는 손석희 JTBC 대표. 2019.2.17/뉴스1
김씨는 손 사장이 2017년 4월16일 경기 과천시 소재 한 교회 인근 주차장에서 일어난 교통사고 보도를 막기 위해 JTBC 기자직 채용을 제안했고, 지난 1월10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 소재 한 일본식 주점에서 자신을 회유하다가 전치 3주에 달하는 폭행을 했다고 주장했다. 또 손 사장이 2년간 월수입 1000만원이 보장되는 용역계약을 제안했다고 폭로하기도 했다.

손 사장의 이미지가 미처 회복되기도 전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 때 상황을 공정하게 전달하지 못했다며 시청자들로부터 질타를 받았고 시청률 하락을 겪기도 했다. 지난 10월27일~30일 실시한 미디어오늘·리서치뷰 공동 여론조사결과 조국 사태를 가장 공정하게 보도했다는 방송사로는 MBC 19%, TV조선 17%, JTBC 14% 순으로 꼽혔다.

청와대가 조국 전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으로 지명한 지난 8월9일 이후 10월27일까지 80일간 방송사 메인뉴스 시청자 수 분석결과 MBC와 TV조선은 눈에 띄게 상승한 반면, JTBC는 하락세를 보였다. 이때쯤 손 사장이 내부 기자들과 갈등을 빚고 있다는 소문도 불거졌다.

/사진=JTBC '뉴스룸' 방송 캡처/사진=JTBC '뉴스룸' 방송 캡처
여기에 지난 16일엔 잘못된 보도로 손 사장이 뉴스룸 진행 도중 시청자들에게 사과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손 사장은 이날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과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와 수익 배분 문제로 갈등을 빚고 있다고 보도한 데 대해 공식 사과했다.

지난 9일 '뉴스룸'은 방탄소년단이 소속사 빅히트와의 수익 배분 문제로 대형 로펌에 법률 자문을 구하고 있다고 보도했지만, 후속 취재한 결과 실제 법적 분쟁으로 비화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일이 연달아 겹치면서 손 사장의 이미지 하락은 겉잡을 수 없게 됐으며, 경영진이 결국 손 사장을 하차시켰다는 나섰다는 분석이 나왔다.

친정 돌아가려 자의로 하차?
손 사장이 자의로 하차했다고 보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의 앵커 하차가 알려지자마자 기자들이 반발하고 나선 데서 알 수 있듯 JTBC 내부에서 손 사장에 대한 평가가 좋았고, 그의 존재가 JTBC 그 자체인 만큼 경영진이 그를 굳이 밀어낼 필요가 없다는 분석이다.

JTBC·중앙일보 한 관계자는 "내부에서 손 사장이 앵커직을 내려놓을 것이란 이야기들이 소문처럼 떠돌긴했지만, 내부 평가가 괜찮았기에 손 사장이 일을 못해서 앵커직을 떠나게 된 상황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고 말했다.

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63)이 내년 1월부터 JTBC '뉴스룸' 앵커직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서복현 기자가 채운다. /사진=JTBC 캡처손석희 JTBC 대표이사 사장(63)이 내년 1월부터 JTBC '뉴스룸' 앵커직에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서복현 기자가 채운다. /사진=JTBC 캡처
손 사장이 자의로 하차했다고 보는 이들은 그가 본인의 친정인 MBC로 돌아갈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2017년 12월 부임 이후 2년째를 맞은 최승호 MBC사장이 연임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그 빈 자리를 손 사장이 채울 것이란 관측이다. 실제 이날 이런 내용이 증권가 '지라시'에 등장하기도 했다. 최 사장은 2020년 2월 임기가 만료되며, 손 사장은 내년 1월2일 신년 토론까지만 진행하고 앵커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힌 상태다.

이 같은 관측들에 대해 JTBC 측은 손 사장의 하차가 단순히 세대교체를 위한 것이라며 선을 그었다. JTBC 측은 "앵커들의 세대교체 뿐 아니라, 여성단독 앵커 체제 등의 변화도 나타날 예정이다. 뉴스 프로그램 자체에 대한 개편도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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