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 트레이너·체육교사, 스타트업 대표된 사연은

머니투데이 박소연 기자 2019.12.18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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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간편한 운동검사 소프트웨어 피트(FITT) 홍석재 대표…"전국민이 쓰는 건강관리 어플 목표"

홍석재 피트(FITT) 대표가 18일 경기 분당구 정자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홍석재 피트(FITT) 대표가 18일 경기 분당구 정자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운동검사 솔루션 기업 피트(FITT)의 홍석재 대표(36)는 중앙대 체육학과 재학중에 아르바이트 삼아 분당 지역 어머님들을 상대로 노르딕 워킹 강의를 했다('행복한 걷기 인생'). 첫날 수강생은 1명이었지만 입소문을 타고 회원이 50~60명까지 늘었다.

당초 주말 이틀간 1시간 수업에 한 달 강습료 3만원을 받았는데, 인기가 높아지며 주말 하루 수업에 8만원이 됐다. 유명세를 타 공중파 방송에도 출연했고, 지방에서도 수강생이 몰렸다.



그는 스스로 20대 때 '악에 받쳐 살았다'고 회고했다. 신라호텔 피트니스센터 트레이너로 일했고, 서울대 박사학위 소지자들을 제치고 서울대 스포츠과학연구소 전임연구원으로 뽑혀 1년간 근무하기도 했다. 담당 교수는 홍 대표에게 "똑똑한 애들은 많은데 네가 제일 미친 것 같아서 뽑았다"고 말했다.

그는 계원예고 기간제 체육교사로도 근무했다. 정교사 시험에 합격했지만 교사를 업으로 삼진 않았다.



그는 창업을 택했다. "어렸을 때 돈을 쉽게 많이 벌어보면 무서운 줄을 몰라요. 전 제가 배짱이 있는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사업을 하면서 바로 알았어요. 뭘 잘 몰랐던 거구나."

홍석재 피트(FITT) 대표가 18일 경기 분당구 정자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홍석재 피트(FITT) 대표가 18일 경기 분당구 정자동 사무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소연 기자
피트는 언제 어디서나 쉽게 운동검사를 할 수 있도록 돕는 소프트웨어다. 신체 정보와 함께 일정 거리를 주파한 속도 등을 입력하면 미국스포츠의학회(ACSM) 알고리즘과 과학기술논문인용색인(SCI) 논문과 연결돼 어떤 운동을 어떤 속도로 얼마나 하는 게 좋은지 분석해준다.

심폐능력 등 운동부하 검사를 받으려면 고액을 들여 병원에서 마스크 등을 몸에 장착해야 하는데, 피트는 이를 간편한 방법으로 하도록 도와준다.


홍 대표는 학생들을 상대로 학생건강체력평가제(구 체력장)를 진행하고, 피트니스 센터에서 일하며 '운동 검사'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다. 학생들의 체력을 평가하지만, 그것은 개개인에 대한 유의미한 체력관리 프로그램 제공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피트니스센터에서도 트레이너들이 개인의 체력 수준에 적합한 운동 프로그램을 제공하지 못한 채 고강도의 운동만 시키도록 강요되는 세태를 보며 무력감을 느꼈다. 그는 초반에 워드파일에 직접 운동검사표와 처방을 만들어 회원들에게 제공하다가, 이를 수식화해 엑셀파일로 발전시켰고, 이후 소프트웨어로 만들었다.

홍석재 피트(FITT) 대표가 지난달 26일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데모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피트홍석재 피트(FITT) 대표가 지난달 26일 삼성전자 서울 R&D캠퍼스에서 열린 C랩 데모데이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피트
소프트웨어 개발은 쉽지 않았다. 개발자를 찾아 나섰지만 수 차례 사기를 당하며 수억원의 피해를 입었다. 그는 해커톤과 같은 창업대회에 10여차례 도전한 끝에 현재 함께 일하는 개발자를 만났다.

2015년 9월 시험버전을 만들어 소셜네트워크(SNS)에 배포해 트레이너들 사이에서 인기를 끌었다. 2016년 2월 유료서비스를 내놓자 첫 달에 500만원 매출을 기록했다.

피트의 직원은 15명, 매출은 지난해 3억5000만원, 올해 5억6000만원 수준이다. 창업 4년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홍 대표는 지난해 3월 직원들 월급을 걱정할 정도로 자금난을 겪었는데 지난해 삼성전자 C랩 아웃사이드와 중소벤처기업부 주관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 프로그램 팁스(TIPS)에 잇따라 선정되며 숨통이 트였다.

홍 대표의 목표는 피트가 '국민 앱'이 되는 것이다. 내년 3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을 출시해 피트니스센터를 대상으로 하는 현재의 B2B(기업간거래) 사업을 B2C(기업·소비자간 거래)로 확장할 예정이다. 홍 대표는 "체력관리가 건강관리에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리고 싶다"며 "피트가 전 국민이 다 쓰는 건강관리 어플리케이션이 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건강하게 오래 사는 게 중요해요. 나중에 지역 거점 헬스타운을 만들어 피트니스센터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다양한 복지시설을 저렴하게 제공해 사회에 환원하는 게 꿈입니다."
내년 3월 피트(FITT)가 출시할 예정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진=피트 제공내년 3월 피트(FITT)가 출시할 예정인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사진=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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