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엿보기]한일 월드컵 부터 이어온 공무원 '축구 교류'도 뚝

머니투데이 세종=권혜민 기자 2019.12.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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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가엿보기]한일 월드컵 부터 이어온 공무원 '축구 교류'도 뚝


양국 실물경제를 책임지는 한국의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 간 친선 축구경기가 16년 만에 중단될 가능성이 크다. 최근 한일 관계가 얼어붙으면서 어느 쪽도 경기 개최를 제안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관가에서는 한일 관계 경색으로 친목 도모를 넘어 양국간 정책 공조의 밑바탕 역할을 톡톡히 해 왔던 '축구 교류'가 중단된 데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양 부처 축구동호회 간 축구경기가 시작된 것은 2002년 한일 월드컵 열기가 아직 남아 있던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교류·협력 차원에서 시작된 축구경기는 매년 이어져 지난해 16회까지 한해도 빠지지 않고 열렸다. 양국 부처가 매년 한국과 일본을 번갈아 찾아 경기를 한다. 지난해 제주도에서 열린 경기는 경산성이 3대1로 이겼다. 역대 전적은 8승 2무 6패로 산업부가 앞선다.



올해는 산업부가 일본을 찾을 차례다. 하지만 올해가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사실상 연내 경기 개최는 물건너 갔다. 지난 7월 일본의 대(對)한국 수출규제 이후로 한일 관계가 빠르게 경색되면서다. 산업부와 경산성은 수출규제를 둘러싼 갈등 상황에서 '메인 플레이어'로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보통 두 부처는 하반기쯤 현지에 파견된 상무관 등을 통해 본국과 연락해 경기 일정을 조율한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어느 쪽에서도 특별한 움직임이 없다.

2016년 9월3일 경기 안산 한국가스공사 가스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의 제14회 친선 축구대회 기념 사진. 이날 경기는 산업부의 5대1 승리로 마무리됐다. /사진=이동우 기자2016년 9월3일 경기 안산 한국가스공사 가스기술연구원에서 열린 산업통상자원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의 제14회 친선 축구대회 기념 사진. 이날 경기는 산업부의 5대1 승리로 마무리됐다. /사진=이동우 기자
16년간 매년 경기를 이어오기까지 올해와 같은 어려움이 없진 않았다. 2016년말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위안부 소녀상 설치 문제와 같이 한일 관계가 냉각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중국 상무성과도 2004년부터 매년 축구경기를 열어 왔는데, 2016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갈등으로 경기 개최가 무산될 뻔한 적도 있었다. 하지만 무사히 위기를 넘기고 지금까지 한해도 빠짐 없이 경기를 열었다. 지난달 9일 서울에서 열린 올해 경기는 2대0 상무성의 승리로 끝났다. 이처럼 지금껏 숱한 어려움에도 교류 차원에서 지켜온 전통이기에 올해 경기 무산은 더욱 아쉬움을 남긴다.

산업부와 경산성 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와 일본 재무성도 2000년부터 양국에서 번갈아 친선 축구경기를 열어 왔지만 올해는 열리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부처간 한일전은 단순한 친목 도모 차원이 아니라 경제협력의 가교 역할을 해 왔다. 교류전을 통해 우의를 쌓아온 양국 공무원들은 서로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정책 현장에서 양국 간 공조를 이끌어왔다. 16년이라는 역사가 쌓이다보니 양국 정부 핵심 인사 중 많은 인물들이 서로 교류전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실제로 현재 아베 내각의 핵심세력으로 꼽히는 이마이 다카야 정무비서관, 하세가와 에이이치 총리보좌관 등은 모두 경산성 출신으로 한국과의 축구경기에 참여했던 사람들이다.


그래서 관가에서는 한일 갈등으로 교류전이 중단된 데 안타까움을 표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 산업부 관계자는 "양국 관계 경색으로 어쩔 수 없이 경기를 열 수 없게 됐지만, 16년 동안 한번도 거르지 않고 이어졌던 교류 기회가 끊겨 버린 게 아쉬운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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